댓글에 목마른(?) 목사
저는 목회를 하면서 설교 중에 “… 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라는 기원을 아예 쓰지 않았습니다. 그 말을 하는 것이 성경적으로 잘못되었다는 뜻은 전혀 아닙니다. 한국 신자들은 이 말만 하면 졸다가도 거의 자동반사적으로 ‘아멘’하고 합창하기 때문에 마치 ‘아멘’을 강요하는 것 같아 그랬습니다.
그렇긴 했어도 설교 중에 누구라도 ‘아멘’을 해주면 신은 납니다. 설교를 잘했구나라는 자부심보다 지금 하나님 말씀에 은혜를 받고 있구나, 아니면 최소한 무슨 말인지 그 뜻은 정확히 알아듣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 목회를 그만두고 인터넷 문서 사역에 전임한 것이 벌써 일년 가까이 되어갑니다. 그런데 한가지 아쉬운 것은 바로 이 ‘아멘’이라는 호응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인터넷에서의 아멘은 댓글이라 할 수 있는데 저의 사이트엔 댓글이 가뭄에 콩 나듯 붙습니다.
성도는 목사를 닮는다고 제가 점잖은 편(?)이라방문자들도 그런지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다른 사이트보다 댓글이 아주 드문 편입니다. 어떤 분이 제 글뿐 아니라 방문자들의 글도 수준이 높고 아주 심각한 내용이라 감히 댓글 달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말을 했습니다.
거기다 댓글에 자꾸 신경을 쓰다 보면 야구 투수가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면 실투를 하게 되듯이 글에도 자연히 힘이 들어가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어지간한 댓글에는 무덤덤한 편이고 댓글 달리는 숫자에는 아예 신경을 끊고 있습니다. 그래서 댓글에 대한 답글도 상대가 거의 삐칠 정도로 달아주지 않습니다.(이점은 이 자리를 빌어 양해를 빕니다.)
그러다 최근에 두분 자매님으로부터 오빠라는 호칭을 받아가며 아주 재미있고 신나는 댓글을 접하고는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모든 인간은 간사한지라 칭찬이라면 그저 사족을 못쓰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것도 자매님으로부터 들은 것이라 더 신이 났습니다.
설교를 하다 보면 목사만이 느끼는 체험이 또 하나 있습니다. 특정인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설교를 준비하지만 준비한 후에는 어떤 분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갖습니다. 그런데 막상 설교를 하면 그분은 전혀 반응이 없는 반면에 예상치 않았던 엉뚱한 분이 감동을 받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설교는 인간 목사가 하지만 그 준비하고, 전해지고, 듣고, 반응하는 모든 과정을 성령님이 주관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설교에서 아멘은 댓글로 가끔 확인할 수 있겠지만 이런 간섭까지 있으리라고는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늘 아침 예상치도 않았던 저희 사이트 초청 칼럼니스트 한은경 자매님이 제 어제 글에 대해 아멘으로 화답해 주셨습니다. 그것도 자신의 컬럼에 정식으로 소개하면서 말입니다. 전혀 엉뚱한 청중이 나타난 셈입니다.
또 다시 너무 신이 났습니다. 솔직히 인간적, 개인적으로 기쁜 것을 감출 필요는 없습니다. 여자에 약한(?) 저인지라 자매님의 댓글이라서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일반인이 아닌 글만 쓰는 전문가가 평한 것이라 그렇습니다. 마치 제가 설교한 것을 목사님들이 듣고 크게 아멘 한 것과 같으니 제 지금 기분을 충분히 이해해 주실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하나님은 저를 그런 사치와 교만에 오래 빠져 있지 않게 성령의 미세한 음성으로 일깨워 주셨습니다. 인터넷 목회도 일반 목회와 하나 다를 바 없이 얼마든지 아멘을 주고 받을 수 있고, 예상치 않은 청중이 은혜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비록 빛의 속도만큼 빠른 인터넷 상에서 전자파로 주고 받는 메마른 글들이지만 성령의 역사는 얼마든지 교통 할 수 있음을 다시 확인시켜 주셨습니다. 하나님이 시간과 장소와 여건에 구애 받을 수 있으리라 잠시 착각한 목사가 크게 잘못입니다.
나아가 인터넷 상에는 아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따끔한 질책도 받을 수 있습니다. 그것도 바로 그 자리에서 즉시 말입니다. 교회에서 하는 설교는 아무리 그 내용이 마음에 안 들어도 대 놓고 반발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목사는 설교가 좋았나 보다 착각하고 점차 교만에 빠지기 쉽지만, 인터넷은 그럴 염려가 없으니 목사 개인에겐 오히려 은혜가 더 크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설교 도중에 회중들이 아멘이라는 소리도 없이 눈을 똑 바로 뜨고 설교자를 끝까지 응시해주는 것을 더 선호했습니다. 말하자면 아멘이라는 반응을 할 여유도 없이 오직 설교 내용에만 빨려 들어오기를 바랬던 것입니다. 그래서 설교가 끝나도 특별한 반응 없이 그 내용을 두고두고 다시금 되새길 수 있는 내용의 설교를 하는 것을 감히 목표로 삼았습니다.
이 또한 인터넷 목회에도 얼마든지 적용될 수 있으리라 이제 생각을 바꿔 먹었습니다. 제가 진정으로 겸비하게 십자가 복음만 전하고 또 성령님의 간섭이 있기를 간절히 기도할 때에 댓글을 그리 많이 주고 받지 않더라도 영혼과 영혼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가 역사하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아멘!
1/13/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