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돈이 좀 많이 생겼으면…

조회 수 1686 추천 수 162 2006.02.04 20:47:29
아! 돈이 좀 많이 생겼으면…



저는 33살에 예수를 처음 믿은 후 지금까지 감히 말하건대 돈에 궁해 본 적이 없습니다. 풍요하고 사치스럽게 지냈다는 뜻은 전혀 아닙니다. 때때로 돈이 많이 들어가야 할 긴급한 일도 생겼습니다. 그래서 일시적인 염려와 불안마저 아예 생기지 않았다는 뜻은 더더욱 아닙니다.

며칠 전 어떤 자매님이 목회를 그만두고 건강도 시원찮아 너무 힘드시겠다고 걱정하는 뜻을 전해왔습니다. 그 자매님이 들으면 섭섭하겠지만 그 걱정은 정작 걱정 아닌 걱정일 뿐이었습니다. 지금껏 충분할 만큼의 정기적 고정 수입은 없었는데도 신기하게도 일용할 양식은 남지도 부족하지 않게 주님이 채워주셨습니다.  

특별한 일이 생겨도 간절히 무릎을 꿇으면 돈이 생기거나 전혀 예상치 않은 의외의 방법으로 문제가 해결되거나 둘 중 하나였습니다. 물론 후자 쪽으로 끝나는 일이 더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은행 구좌에 잔고가 줄어들어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또 어떻게 하든 주님이 해결해 주시겠지”라는 믿음과, “설마 굶어 죽기야 하겠어”라는 배짱이 반반 섞여 그저 무덤덤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하나님이 돈을 좀더 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이 문득문득 들곤 합니다. 때 이르게 노욕(老慾)이 생겼다고 욕을 들어 먹어도 할 수 없습니다. 우선에 올해 결혼 30주년 기념일을 특별한 일이 없이 보냈는데 제 아내가 한 번쯤 보고 싶어 하는 오스트리아를 아직 젊었을 때에 가보려면 돈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저는 인간의 때가 많이 묻은 구라파보다는 아직도 자연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는 앨라스카를 더 가보고 싶으니 어떡해야지요? 여행 경비가 곱으로 들게 생겼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돈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은 기실 따로 있습니다. 갈수록 주위에 도움이 절실한 궁핍한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띕니다. 지금까지도 분명 우리 주위에 그런 사람들이 많았을 텐데도 이제서야 그것도 목사가 겨우 정신차린 셈입니다. 구태여 변명하자면 솔직히 그 동안에는 교회 일과 제 식구들을 건사하는 일에만 매달리다가 이제 시간적 여유가 좀 생겼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를 걱정해주신 그 자매님의 경우도 사실은 그녀가 오히려 도움이 절실한 형편입니다. 그러나 저희가 현실적 도움을 드릴 형편이 아직 안 되어 기도만 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런 비슷한 일이 생길 때마다 돈이 좀 많으면 양껏 이 사람도 도와주고 저 사람에게도 나눠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아쉬움이 자꾸 생깁니다.

며칠 전에도 집사람이 문득 꿈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책을 내어 수입이 생기면 1/10은 북한선교에, 1/10은 중국선교에, 1/10은 이슬람 선교에, 1/10은 어려운 사람에게, 1/10은 교회에 내면 얼마나 좋을까?” 저는 곁에서 속으로 무명 목사가 책을 내는 것도 힘든 데 많이 팔릴 것부터 생각하니 꿈도 야무지다라고 중얼거렸습니다.

다른 한 편으로는 “그럼 내 손에 떨어지는 것은 반(半)도 안 되게. 그럼 도대체 언제 오스트리아나 앨라스카 여행을 가볼 수 있어”라고 화를 내고 있는 솔직한 내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아내는 그래도 거룩한 꿈이라도 꾸는데 저야말로 잠시 개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어리석은 생각들을 접기로 했습니다. 구혼 여행을 가는 꿈이나 남을 돕고 싶은 꿈을 접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채워주시는 것 이상의 것을 꿈꾸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하나님의 물질에 대한 원칙은 분명합니다. 바치면 삼십 배 육십 배로 되 갚아 주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 가진 것 심지어 자기에게 꼭 필요한 일용할 양식이라도 기꺼이 이웃에 나눠주면 그 부족분은 반드시 채워 주십니다. 또 그런 나눠 주고싶은  소원이 더 커지면 커질수록 그 커진 분만큼 더 채워 주십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본인에게는 여전히 남지도 모자라지도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아무 사심 없이 진정으로 당신의 일을 할 때는 그 일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하나님이 다 충당하시고 또 그 일을 이루시는 이도 하나님이시라는 것입니다. 바울 사도가 “내가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에 배부르며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4:12,13)라고 고백한 그대로입니다.    

제가 하나님을 위해 해야 할 일은 평생을 두고 글을 통해 복음을 전하는 일입니다. 지금까지도 신실하게 “의복이 헤어지지 아니하였고 발이 부릍지 아니”하게 저를 지키신 하나님이 제가 그 일을 하고 있는 한 남은 평생도 그렇게 하실 것을 확신합니다. 제게 더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주님께 바칠 충성이었습니다.

2/4/2006









정순태

2006.02.05 11:54:17
*.152.78.29

목사님, 꿈★은 이루어진다던데요!
저도 사모님과 동일한 꿈을 꾸고 싶습니다.
목사님 책 많이 팔려서 사모님 생각대로 이루어지시라고요.

삼십 배 육십 배가 아닌 남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갚아 주신다는 말씀,

사르밧 과부에게 겨우 기름과 밀가루가 떨어지지 않게만 하셨고(쌀밥에 고깃국도 주실 수 있으셨는데)
오병이어 기적에서 맛대가리없는 보리떡과 물고기만 먹이셨는지(산해진미로 먹이실 수 있으셨는데)를 묵상할 때
불현듯 깨달은 은혜였습니다.
성도에게 복권같은 기도(뻥튀기기를 구하는 기도)는 아무 소용없는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모님의 꿈은 이루어지기를 함께 기도드리겠습니다. 샬롬.

김유상

2006.02.07 02:38:29
*.170.40.27

예전에, 직장이 없어 아파트 렌트비 낼 돈도 없던 시절에, 누군가가 울부짖으며 하나님께 달라고 기도하라는 조언을 따라 하나님께 일자리를 주십사고 눈물 콧물 흘리며 간구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하나님 나라의 확장에 아주 잘 쓸 터이니 기왕이면 돈 많이 벌게 해주십사고 아울러 울부짖었지요. 물론 시작전부터 이건 좀 뻔뻔스러운 기도란 생각이 있었으나 하도 다급하고 또 억울하고 서럽기도 해서 어색함 무릅쓰고 처음으로 그렇게 소리내어 울며 기도를 했습니다. 그런데 기도 중에 제 머리 속에 드는 생각은 예수께서 한 번도 하나님께 돈이나 물자를 간구하신 적이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제자들에게도 그러한 기도를 가르친 적이 없었습니다. 오직 일용할 양식만을 구하라 하셨지요. 그날 이후 더 이상 하나님 일 빙자하여 돈 많이 벌게 해 주십사는 기도는 드린 적이 없습니다. 일용할 양식 이상을 구하지 않았고 일용할 양식마저 구하지 않았습니다. 구하지 않아도 주실 것을 믿기에.

그런데 박 목사님처럼 저도 제 주위에 재정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많이 나타나, 하나님 복권 한 장 사 볼까요? 하고 여쭈어 볼까는 유혹을 이따끔 느낍니다. 목사님은 책 팔아 부자될 꿈이라도 꾸실 수 있지만, 저는 팔 거라곤 중고 스페어 골프 세트 뿐이니 기댈 곳은 복권 뿐이거든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복권을 사지 못하는 것은 첫째 건망증과 둘째 소심증 때문입니다. 건망증은 복권 사는 것을 잊어 버리는 것이요, 소심증은 복권 당첨되면 그 뒷감당할 일을 염려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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