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한 하루 세 번의 식사기도
저는 부끄럽게도 기도를 잘못합니다. 방언의 은사도 받지 못했습니다. 대신 제 집사람은 방언과 기도의 은사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제 혼자 속으로 내가 미처 기도하지 못하는 부분을 집사람이 대신 해주니까 나는 말씀에 더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는 생각을 때로는 해봅니다.
기도는 소리를 내어 구체적으로 해야 합니다. 인간 사고의 집중력에 한계가 있고 특별히 기도할 때에 사단의 방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8년 전에 목과 혀 부분에 아주 큰 수술을 받아 소리를 내어 기도하는 것에 불편을 느끼다 보니 기도 실력(?)이 더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평소 말하는 데에 지장은 없는데 조금 오래 말하면 피곤해집니다. 대체적으로 기도는 엎드린 자세에서 계속해서 읊조려야 하는데 그러면 금방 숨이 차고 또 말이 잘 안 나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주로 묵상이나 또 평소 어떤 목사님의 책에서 개구리 기도라고 표현한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소리 내어 오래 못하니까 순간순간 생각으로라도 더 많이 기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식사기도 때도 생각나는 대로 식사 외의 제목을 속으로 기도할 때가 많습니다.
몇 년 전에 북한의 지하교인들이 수용소에 잡혀가면 생체 실험의 대상으로 죽어간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너무나 가슴이 아파 하루 세 번 식사 때마다 북한을 위해서 기도해야지라고 결심하고 시행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게을러져 그만 두게 되었습니다. 생각으로 하는 기도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 북한이 핵 실험한 이후부터 다시 북한을 위해서 식사 때마다 세 번씩 기도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봐도 북한 내부의 사태가 급박해지는 것 같습니다. 선교사님들이나 기사를 통해 직간접으로 접한 소식들을 판단해보니 그렇습니다. 기도 가운데 한반도에 재앙이 일어나는 것을 환상으로 본 자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저 또한 그런 은사는 없지만 마음에 눌림이 계속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북한에 어떤 결말이 날 때까지 하루 세 번의 식사기도 때에 북한을 위해서 기도하기로 다시 결심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잘 지켜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전과는 달리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갑자기 더 신령해졌거나 기도 실력이 늘어난 것이 아닙니다. 지난번 북한 신자들을 위해서 기도할 때는 저하고 직접 연관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만약 큰 일이 나면 남한에 있는 가족에게 당장 불똥이 떨어지니까 그렇습니다.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다급해지고 직접 관련된 일이 생겨 기도가 좀 더 절실해진 것 뿐입니다.
예루살렘의 황폐해진 소식을 들은 느헤미야가 울고 슬퍼하며 하늘의 하나님 앞에 금식하며 기도했습니다. 다니엘은 왕 외에 누구에게라도 구하면 사자 굴에 던져 넣는다는 조서에 어인이 찍힌 것을 알고도 예루살렘으로 향한 열린 창에서 전에 행하던 대로 하루 세 번씩 무릎 꿇고 기도했습니다.
조국을 떠나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고 했습니다. 감히 이런 선지자들과 견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하루 세 번 식사 때만이라도 기도하겠습니다. 김정일 정권이 내부적으로 붕괴하여 최악의 사태가 없이 북한에 자유화가 이뤄지도록, 또 그러기 위해선 남한 교회의 지도자와 성도들부터 그간 신앙이 기복주의로 흘렀고 북한 인권을 외면한 죄를 철저하게 회개하고 타락한 한국 사회의 빛과 소금의 자리에 서도록 말입니다.
10/23/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