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시간에 쫓겨라.
제가 후회까지는 아니지만 항상 아쉬워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왜 좀 더 일찍 예수를 믿지 않았던가? 또 왜 좀 더 일찍 사역자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던가? 저는 33살에 예수를 믿었고 또 사역자의 길에 들어선 것은 44살이었습니다. 가면 갈수록 주의 자녀로서 나아가 사역자로서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은 것을 절감하기 때문입니다.
후회하지 않는 이유는 지나온 과정 모두가 주님께서 저를 향한 예비하심이요 반드시 거쳐야 할 길이었다는 것을 분명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또 좀 더 일찍 믿었더라면 제가 제 자신을 알기에 아마 사역자보다는 다른 길로 갔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오히려 늦게 믿고 늦게 사역자가 된 것이 반드시 그래야만 했고 또 더 유익하고 온전한 준비과정이었음도 확신합니다.
그렇지만 할 일에 비해서 시간과 몸이 잘 따라주지 않는다는 아쉬움은 항상 있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불만이라기보다 제 스스로 자신을 좀 더 추스르는 다짐이자 또 저의 게으른 기질에 대한 안타까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든 시간을 쪼개서 쓰고 또 생활을 가능한 단순화 시켜서 쓸 데 없는 일에는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예컨대 언젠가 글에서 밝힌 대로 다이어리를 기록하여 보관하는 일도 2년 전부터 하지 않습니다. 지난 일은 완전히 잊어버리려는 뜻입니다. 오직 한 가지 일에만 전념해도 인생은 너무 짧고 더구나 한 번뿐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전혀 예상치 않게도 잘 아는 한 노목사님으로부터 평신도를 지도자로 키우는 학교에 한 과목을 강의하도록 부탁이 들어왔습니다. 도저히 거절할 사이가 아니고 또 간곡히 부탁하기에 얼떨결에 승낙을 했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제가 별로 자신도 없고 책을 놓은 지 오랜, 말하자면 완전히 새롭게 공부해야만 겨우 가르칠 수 있는 과목이었습니다. 평소에도 시간이 모자란다고 아쉬워하는 참에 이젠 그나마 더 쪼개야할 판이 된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 한 주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남아돈(?) 것입니다. 시간에 맞추어 꼭 해야 할, 그것도 아주 중요한 일이 생기다 보니 제가 시간을 거의 낭비하지 않고 정신을 똑 바로 차려서 시간 활용을 아주 잘 한 것입니다.
다른 말로 그 동안에는 시간이 모자란다고 아쉬워하고 불평만 했지 기실 어영부영 낭비하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시간을 정말 잘 관리하려면 휴식 시간도 효율적으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일하는지 노는지 구분이 잘 안 되면 일과 휴식 모두 시간이 모자란 것 같지 않겠습니까? 제가 바로 그렇게 하면서도 그저 시간이 없다고 아쉬워 한 것입니다.
하루 종일 글을 쓰긴 하지만 “하루를 열며”를 제외하고는 마감 시간이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책상 앞에 분주히 들락거리긴 하지만 솔직히 반쯤은 놀고먹은 것입니다. 정작 시간을 쪼개 쓰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절실한 여건이 되고서야 겨우 정신 차려서 그 동안 놀고먹었던 시간을 일하는 시간으로 바꾼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연초에 여러분께 기도해달라고 부탁한 것 중에 “시간을 잘 활용할 지혜를 달라”는 제목이 있었음을 혹시 기억하십니까? 하나님은 저보다 저를 더 잘 알고 계셨던 것입니다. 지혜만 주어선 실천을 잘 하지 않을 것까지 아신 것입니다. 원형 하루 일과표 짜기는 초등학교 때부터 아주 손에 익어 눈감고도 그릴 정도 아닙니까? 하나님은 저를 아예 시간을 잘 쪼개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여건 속에 억지로 밀어 넣으신 것입니다.
인간은 매를 맞고서야 정신을 차리지 스스로 선한 일을 만들어내기는 너무나 힘겨운 존재임을 다시 절감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고난을 허용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입니다. 정말 먹고 살기에 아무 걱정이 없으면 하나님을 진심으로 찾겠습니까? 물론 그 믿음의 진정함에는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를 받고자 하는 갈급함은 없을 것입니다. 단순히 진정한 믿음보다 갈급함이 있는 진정한 믿음이 더 좋을 것은 너무나 빤하지 않습니까? 환난은 축복이며 그런 환난을 주신 하나님께 오히려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각 자 인생의 마감시간이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반드시 마감시간은 있습니다. 글은 마감 시간이 있어야 또 강의 준비도 스케쥴이 확정되어 있으니 열심히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생도 분명 마감시간이 있는데도 왜 낭비를 합니까? 제가 “하루를 열며”말고는 게으름을 부리듯이 마감시간을 정해 놓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럼 인생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마감시간을 정하는 수뿐입니다. 누군가 말했듯이 오늘 하루가 바로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사는 것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그런 지혜는 저에게도 진작 있었습니다. 그러나 실천을 못하는 것이 저라는 인간입니다. 그래서 정신없이 바쁘게 만들어주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다른 말로 때때로 환난을 주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아멘!
2/4/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