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망발을 부리는 신자
지금 미국 부동산 시장이 엄청난 불경기인데도 저희는 집수리를 하고 있습니다. 업그레이드 시켜서 잘 팔자는 뜻이 아닙니다. 뉴욕에 있는 큰 아들 부부가 이주해 함께 살 예정이라 낡은 곳을 손보고 또 생활공간도 좀 늘리려는 목적입니다. 그래서 뒷마당 Patio에 천장과 유리벽을 붙이고 마루를 깔아 다목적용 방으로 만들려고 한 미국회사에 견적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전화 받는 아가씨가 너무 꼬치꼬치 캐물어서 나중에는 제 쪽에서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견적만 물어보고 작업은 하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아 일을 할 의향이 정말 있는지 확인하려 들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 곧 바로 수리할 것이라고 다짐했는데도 세일즈맨을 아내가 집에 함께 있는 시간에만 보낼 수 있다고 우겼습니다.
많은 미국 남편들이 아내 말이라면 꼼짝 못하기 때문에 정말 수리할지 어떻게 할지 반드시 아내의 동의도 받아야 하겠다는 뜻일 것입니다. 그 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미 모든 문제를 아내와 상의를 끝냈다고 말했는데도 부득불 우겨서 없던 걸로 하자고 한 것입니다.
제가 몸은 미국에 와있지만 마음은 아직 한국식, 그것도 여자를 많이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경상도식을 벗어나지 못 했는가 봅니다. 미국 남편들이 공처가가 된 것은 원래 레이디퍼스트 주의가 강하기도 하지만, 이혼하면 엄청난 위자료를 물고 또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양육을 책임져야 하기에 마누라의 심기를 아예 건드리지 않으려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좀 심한 것 같지 않습니까? 실컷 다 계획하여 결정했는데도 마누라가 No 하거나 이렇게 저렇게 고치라고 하면 한 마디 대꾸도 못하고 그대로 따라야 한다면 말입니다. 그 이유는 오직 하나 아내가 칼자루를 쥔 Boss이기 때문입니다. 남편으로선 이판사판 헤어지려고 간덩이가 부어있지 않는 한에는 그렇게 하는 것이 오히려 더 편할지 모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하나님을 보스로 모시고 있는 우리는 어떠합니까? 말 한마디로 우주만물을 창조하셨고 모든 인생의 생사여탈권을 가진 그분의 권능이 기껏 마누라의 그것과 비교라도 되겠습니까? 위자료와 양육비 정도는 시쳇말로 도저히 게임이 안 되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우리 고집대로 하겠다고 그분 앞에 우긴 적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야말로 간덩이가 부은 정도가 아니라 생명을 내걸고 덤비는 꼴입니다.
하나님을 믿고 경건하게 살려는 신자마저 이런 말도 안 되는 망발을 할 수 있는 이유도 오직 하나입니다. “우리의 죄를 따라 처지하지 아니하시며 우리의 죄악을 따라 갚지 아니”(시103:10) 하시는 “여호와의 자비와 긍휼이 무궁하시므로 우리가 진멸되지 아니”(애3:22)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절대적 권능을 행사하지만 동시에 절대적 사랑도 베푸십니다. 심판의 벌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구원의 은혜가 너무 귀해 그분께 순종하는 것이 바로 신자 된 특권입니다. 한 마디로 비록 우리가 천하의 망발을 부려도 우리의 보스는 천하의 짱입니다.
11/15/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