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 극의 길을 걷는 두 자매

조회 수 1086 추천 수 111 2009.04.16 19:35:37
극과 극의 길을 걷는 두 자매


너무나 가슴 아픈 사연이 있어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소아전문 치과를 하고 있는 큰 아들에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저께 겨우 만 한살 반 되는 아이의 젖니가 다 썩어서 치료 받으러 왔습니다. 그런데 아이의 콩팥이 둘 다 완전히 기능이 정지되어 하루 열 시간 가량 투석을 해야 했습니다. 이빨이 썩은 것도 그것이 원인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이빨 치료보다는 콩팥 이식을 받아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더 급선무라고 돌려보냈다고 합니다. 썩은 이빨을 뽑으려면 마취해야 하고 또 항생제와 진통제를 투여해야 하는데 도저히 그런 치료를 감당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아이에게 콩팥 이식은 결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우선 체중과 신장이 최소 얼마 이상 되어야 수술이 가능합니다. 이빨이 썩어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데다 액체로 영양을 공급해도 몸이 그러니 거의 자라지 않고 훨씬 미달된 상태였습니다.

또 수술 대기자 명단에서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아무리 장기 기증에 익숙한 미국도 유아의 장기 기증은 아주 드물다고 합니다. 자기 아이가 일찍 죽은 것도 너무 안타까운데다 죽자마자 다시 그 몸에 칼을 대서 장기를 떼어 내는 것은 아무리 간 큰(?) 미국부모라도 좀체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결국 자기 몸에 가장 적합한 어른 콩팥이 나올 때까지, 그것도 순서에 따라 기다려야 합니다. 그 때까지 건강을 유지하며 키와 체중이 자라야 합니다. 매일 빠지지 않고 투석을 받아야 하고 앞으로 계속 나타날 수밖에 없는 다른 질환의 치료도 함께 해야 합니다. 거의 소망이 없어 보이는데다 그 어린 몸이 감당해야 할 고통을 생각하니 너무나 안쓰러워 절로 몸이 저려 왔습니다.    

물론 이 아이보다 훨씬 더 고통스런 질병을 앓고 있는 아이도 많습니다. 시한부로 죽을 날만 기다리는 아이나 아예 원인도 모른 채 일찍 죽는 아이도 있습니다. 또 이 아이는 건강해질 방책은 이미 나와 있기에 아무리 그 가능성이 적어도 어쨌든 소망은 있습니다. 바로 곁에서 직접 본 것 같이 생생하게 전해 들었기에 더 안타까웠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이야기가 끝이 아닙니다. 아이를 데리고 온 사람이 엄마가 아니라 이모였습니다. 생모는 알코올과 마약 중독으로 아이를 돌볼 형편이 전혀 안 되었던 것입니다. 현재 재활원에 있는지 이미 죽었는지 자세한 말은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임신전후에 계속 술과 마약을 했을 것이므로 아이 질병의 근본 원인이 엄마에게 있었던 것은 틀림없습니다.

더 기가 막힌 사연은 전문 정부기관에 맡겨도 되는데 곧 죽을지도 모르는 아이에 대한 소망을 버리지 않고 이모가 입양할 것이라고 합니다. 아이를 돌보려면 경비와 시간은 물론 정신적 고통이 너무나 많을 것은 두말할 것도 없지 않습니까?

이야기의 첫 부분에선 아이의 고통에 가슴이 저며 왔고, 곧 이어 엄마의 무책임함에 분노가 치밀었다가, 마지막으로 이모의 희생적 사랑에 감탄했습니다. 한 부모 밑에 자란 두 자매가 이렇게 양 극단의 반대 인생을 살 수 있다니 너무나 놀랍고도 어떤 면에서 이해가 안 되지 않습니까?  

대체 이런 차이는 어디서 연유한 것입니까? 한 부모 밑에 자랐으므로 교육과 환경이 다른 것도 아니고 성격과 기질 상에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누가 착하고 누가 악한지 따질 수도 없는 문제입니다. 가장 많이 회개하고 가장 가슴 아픈 자는 정작 그 엄마 아니겠습니까? 단지 술과 마약의 마수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말로 인생을 살아가는 자세의 차이였습니다. 엄마는 먹고 마시는 일에 전혀 절제가 없었기에 중독까지 간 것입니다. 또 절제가 없었다는 것은 그것이 인생에서 가장 우선적이었다는 뜻입니다. 반면에 이모는 먹고 마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어서 절제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그 이모가 신자인지 불명하니까, 최소한 인간이 보편적으로 갖고 있는 양심의 소리에 따라 산 것입니다.  

먹고 마시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우선적이라는 것은 이 땅의 삶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여기는 가치관입니다. 물질보다 더 나은 것은 없다는 생각입니다. 인생에 만족과 행복과 기쁨과 안전을 주는 것이 바로 물질의 힘이라고 믿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인간 또한 물질에서 우연히 진화된 물질에 불과하다는 사고방식입니다.

누가 뭐래도 인생을 살아가는 근본적인 출발점은 두 곳 밖에 없습니다. 세상의 모든 관습, 제도, 사상, 철학, 도덕, 문화, 종교 등은 이 두 곳에서부터 세분화된 것뿐입니다. 인간이 물질에서 시작해 물질로 끝나느냐 아니면 그 반대로 절대적으로 거룩하며 영원한 존재가 당신을 닮게 인간을 만들었기에 그분 뜻대로 살아야한다는 둘입니다. 출발이 정반대이므로 최종 결과 또한 이 두 자매처럼 극과 극의 반대로 갈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이모가 신자인지 알지 못한다고 이미 말씀드렸기에 기독교를 자랑하자는 뜻은 아닙니다. 대신에 창조주 하나님을 믿기에 그분의 형상 또한 인간 속에 새겨져 있다고 확신하는 신자인 우리가 그 이모 이상은 되어야 하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당장 자선사업에 나서라는 뜻이 아닙니다. 살아계신 하나님을 확신하기에 삶의 방식부터 세상 사람과 반대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소한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소망을 오직 하나님께 두고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차대전 이후로 최고로 어렵다는 지금에는 더더욱 말입니다.

4/16/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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