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과 토네이도 어느 쪽이 더 무서운가?
지난 주말 저녁 멤피스에 온 기념으로(?) 신고식을 치렀습니다. 갑자기 토네이도가 닥치니 Shelter로 피신하라는 스마트폰 경보와 함께 약 30분 정도 사이렌이 계속 울리는 것입니다. 아파트에 따로 지하 피신처를 만들어 놓았는지 알 길도 없어서, 가까이 사는 성도들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급히 문의했더니 큰 일 없을 것이니 안심하라는 말만 들었습니다.
조금 있으니 멤피스 초년병인 저를 걱정해서 한 성도님이 제가 있는 곳은 안전하니 너무 놀라지 말라는 카톡 메시지가 왔습니다. 또 다른 분은 아파트 일층은 큰 피해 없으니 창문 곁에만 가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저는 토네이도가 혹시라도 멀리서 보일까, 사이렌 소리가 나는 곳이 어디인지, 최소한 아파트 다른 주민은 어떻게 대처하는지 너무 궁금해서 거실의 제일 큰 유리창에 가서 밖을 열심히 살피던 중이었는데 말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동네를 비켜갔습니다. 목사로서 다른 이가 다쳤을지 모르는데 나만 무사하다고 감사했다는 신앙양심의 가책이 잠시 들긴 했어도 어쨌든 불안에 떨게 만든 사이렌 소리가 그친 것만으로도 분명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이곳 주택 지붕의 경사가 급하고 창문이 크지 않으며 통유리보다는 격자 유리창이 많은 것에 대한 궁금증도 일부 풀렸습니다. 토네이도에 최대한 피해를 줄이려는 구조라고 나름 판단했습니다.
이전에 살던 엘에이는 알다시피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데 실제 크고 작은 지진을 몇 번 겪었습니다. 자연히 토네이도와 지진이 비교되었습니다. 토네이도는 오랜 사이렌 소리에 시달려야 했고 지진은 수 초 만에 순식간에 지나가는 흔들림뿐이지만 제가 느낀 공포는 솔직히 지진 쪽이 훨씬 큽니다. 여론조사에도 지진이 자연재앙 중에 가장 두렵다는 답이 나옵니다.
토네이도는 수십 분간의 사전 경고가 있고 아무리 갑작스레 닥쳐도 어디서 어떻게 오는지 눈에 보입니다. 근처 피신처로 뛰어들 여유는 있습니다. 지진은 그럴 여유가 전혀 없습니다. 최근 연구로 기껏 7초의 예고 시간을 번 것이 최장입니다. 또 어디서 닥칠지 막상 당하는 본인은 아예 모릅니다. 갑자기 자기가 발로 밟고 있고 생존의 근거인 땅이 요동치며 흔들리니 그 공포심은 머리가 쭈뼛쭈뼛 할 정도로 극도에 이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막상 다른 더 큰 위험에는 아주 둔감합니다. 자연재앙에 희생당하는 것보다 사람들의 잘못으로 인한 인간재해로 죽는 확률과 숫자가 훨씬 높습니다. 단순히 교통사고 하나만 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인적 물적 손해를 봅니까? 그 외에도 생명까지 위협하는 요소들은 부지기수입니다. 인간의 삶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을 지나가는 것과 같습니다. 사전경고, 예방, 훈련, 체험 등이 무용지물일 때가 더 많습니다. 사탄마저 우리를 죄로 멸망시키려 우는 사자처럼 문밖에 웅크리고 있습니다.
토네이도나 지진이나 인간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유리창이나 위험한 물건 곁에 가지 말고 튼튼한 장벽 안이나 밑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지뢰 밭 같은 인생길을 걸어갈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악은 모든 모양이라도 버리고 쉬지 말고 기도하며 범사에 여호와의 명철만 의지하는 것입니다. 내가 밟고 서야할 땅, 내 인생의 존립의 근거를 오직 하나님께만 두어야 합니다. 한국 속담에 “재수 없으면 접시 물에도 빠져 죽는다.”고 하지만, “여호와를 의지하지 않는 인생은 세상의 어떤 큰 군왕도 기다리는 것은 멸망뿐”입니다.
3/18/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