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여왕과 닮은 운영자

조회 수 792 추천 수 36 2012.06.18 01:46:43
영국 여왕과 닮은 운영자


제가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과 닮았다면 믿을 수 있겠습니까? 그분과 닮은 구석이라곤 도무지 없는데 웬 건방을 떠느냐고요? 어제 아침 TV 뉴스에서 제가 그분과 분명히 닮은 것 하나를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바로 생일잔치를 행하는 모습입니다. 아니 영국은 물론 영연방 국가들 국민들이 대규모로 축하행사를 벌릴 텐데 저 같은 범인의 조촐한 잔치와 비교하다니 더더욱 의아해집니까?    

올해 86세인 그녀의 실제 생일은 4월 21일인데 공식 생일은 영국에서 어제 6월 17일에 행해졌습니다. 원래 생일대로 하자면 아직 춥고 비가 많이 오는 계절이라 퍼레이드 같은 경축행사를 하기 곤란해서 여름으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에드워드 7세(1901-10 재임) 때부터 날씨 좋은 여름에 대신 기념한 것이 관례가 된 것입니다. 영연방 국가들도 각각 자기들이 행사하기에 편한 날로 정해서 기념한다고 하니 여왕은 축하받을 생일이 많아 좋겠습니다.  

저도 생일이 몇 개 됩니다. 우선 음력 생일이 있는데 윤달 5/25입니다. 엄격히 따지면 윤달로 생일잔치를 행해야 하는데 평생에 세 번 찾아 먹기 힘들다고 합니다. 그러니 한국에 있을 때는 그냥 음력 5/25을 생일로 삼았습니다. 다음은 주민등록 생일인데 7/16입니다. 태어난 양력 날짜로 출생신고를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 정확한 날자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초여름 경에 예수 믿고 교회에 첫 출석한 주일이 있습니다. 영적으로 거듭난 또 다른 생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님께 제 2의 육신의 생명까지 덤으로 얻은 암을 수술한 날인 11/9일도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 와서 지내다보면 음력과는 전혀 무관하게 삽니다. 일 년 중에 특별한 서너 일을 빼고는 말입니다. 한국에 계신 노모나 형님께 안부를 전해야 하는 구정, 추석, 생신 등입니다. 연초에 음력과 대조해 달력에 표시를 해놓지만 그마저 잊고 제 때에 전화 인사조차 못 드리는 경우가 생깁니다. 저희가 이럴진대 정작 생일을 축하해줄 두 아들은 음력은 신경도 쓰지 않고 아예 알지도 못합니다.

아이들이 기억해서 기념해주어야 하는데 음력생일을 구태여 고집할 이유가 없어진 것입니다. 그렇다고 매년 연초에 양력으로 산정해서 알려주면 부모생일이 언제인지 알지도 못하는 불효자식(?)이 되어버립니다. 또 주민등록날짜 7/16로 하자니 둘째아들 생일 7/11과 한 주간에 겹칩니다. 정신없이 바빠 짬 내기가 힘든 미국생활에 일주일에 두 번씩 생일잔치하기가 서로 버겁습니다. 거기다 하나님이 은혜로 살려주신 기념일까지 있습니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생일을 아예 Father's Day에 하기로 가족들과 합의했습니다. 어차피 Father's Day에도 모여 식사하고 선물해야 하는데 생일 겸해 일 년에 하루만 잔치하기로 한 것입니다. 영국 여왕이 국민들이 축하해주기에 편한 날짜에 공식생일잔치 하듯이, 저도 원래 생일과 달리 공식생일이 따로 있게 된 것입니다.  .

미국 와서 사는 장점(?) 중에 하나가 바로 이런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이목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고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관습 등을 따를 필요가 없는 것 말입니다. 거기다 예수를 믿고 나니 그런 부분에 더더욱 자연스러워져서 너무 좋습니다. “그러므로 먹고 마시는 것과 절기나 월삭이나 안식일을 인하여 누구든지 너희를 폄론하지 못하게 하라.”(골2:16)

지금 제 자랑을 하려는 뜻이 아닙니다. 올해로 제가 환갑이 되고 또 바로 오늘이 저의 공식생일인 Father's Day이기 때문입니다. 이젠 아무도 잔치하지 않는 환갑을 두고 또 웬 호들갑이냐 싶을 것입니다. 그런 뜻 또한 전혀 없습니다. 저희 부모님의 환갑 때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돌아가신 아버님은 31년 전, 아직 한국에 살아계신 어머님은 26년 전이었는데 벌써 제가 환갑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두 잔치를 어떻게 보냈는지 어제처럼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순식간에 강산이 세 번이나 변해버린 것입니다.

아버님 환갑 때는 사회초년병이었지만 그런대로 사정이 괜찮았기에 제 형편으로는 거금을 잔치나 여행가시는데 보태 쓰시라고 드렸습니다. 그러나 잔치 후에 드렸던 그대로 되돌려주었습니다. 어머님 환갑 때는 제 딴에 벌려 놓은 사업이 완전히 실패해 아주 힘들어져 두 아들을 데리고 정말 맨몸으로 참석했습니다. 빈손으로 나타난 둘째 아들을 보신 부모님의 마음이 얼마나 쓰라렸을지 전혀 헤아리지 못한 것입니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입니다. 물론 부모님은 그런 안타까운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즉위 60주년(The Diamond Jubliee) 기념식도 지난 6/5 국민들의 진정어린 축하 속에 성대하게 치러졌습니다. 어제 공식 생일잔치도 동일한 모습이었습니다. TV 화면을 통해서였지만 영국국민들에게서 진정으로 여왕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왕정제도가 실권 하나 없는 전통과 문화로 변모되었기에 국민들과 별다른 갈등이 생길 리 없고, 대신에 그들의 낭만적 향수와 대리만족을 시켜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여왕의 성실하고 흐트러짐 없는 평소 처신과 나라를 사랑하는 진심을 국민들도 충분히 알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 이차대전 직후의 어려움은 물론 그 동안 사회적 경제적 위기 때마다 한 결 같이 국민들의 중심점이 되어서 고통에 동참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 아침에 저의 부모님의 저를 향한 그 큰 사랑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부모님을 자랑하는 것은 팔불출에 들지 않을 것이니까 말입니다. 저도 벌써 환갑에 이르렀건만 제 부모님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아직도 인격적으로 그분들의 발등상을 들 수준이 전혀 되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을 향한 사랑을 따져도 수시로 제 고집과 감정이 앞세웠기에 매번 지나고 나서야 후회합니다. 껍데기만 남은 왕정제도에서도 60년간 변함없는 성실성으로 국민들을 사랑해온 영국 여왕과도 비견할 수 없습니다.

사랑은 본질상 일방적이고 또 일방적이라야 온전한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해타산이 개입되거나 보상을, 아니 말로써 칭찬이나 인정이라도 해주겠지 은근히 기대하면 벌써 참 사랑과는 거리가 멉니다. 단언컨대 제 부모님의 사랑은 그러지 않았고 정말로 일방적인 내리사랑이었습니다. 남들에 비해 더 많이 속을 썩여드렸는데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격려와 함께 끝까지 기다려주었습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지금까지는 잘못했다 쳐도 과연 앞으로라도 부모님의 본을 볼 수 있을까 비교해보면 도무지 자신이 서지 않습니다.

그런 부모님을 나에게 허락해주신 하나님의 사랑을 생각하면 더더욱 감사합니다. 주님의 십자가 사랑이야말로 단 한 치의 위계, 강요, 모략, 타산, 흥정, 나아가 부정적 감정조차 개입되지 않은 완전한 사랑이었습니다. 지상에는 없는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는 천상의 사랑이었습니다. 그것도 우리는 전혀 기대하지 않던 때에 당신께서 먼저 주도하신 사랑이자, 우리가 외면해도 사랑하는 일방적 사랑이자, 우리가 그분과 원수 되었을 때에도 사랑하는 짝사랑이었습니다. 신자가 된 후에도 우리는 수시로 그분에게 불평, 불신, 원망을 들고 나가도 여전히 그런 짝사랑으로 대해 주십니다. 아마 환갑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도 그분의 짝사랑 안에서 살다가 천국에서 주님을 정말 부끄럽게 대면하게 될 것입니다.          

말하자면 제가 예수님을 몰랐다면 오늘 같은 날에는 친지를 불러 성대하게 잔치를 벌이고 있었을 것이며, 또 친구들 환갑보다 조금이라도 대접이 못하면 아이들에게 섭섭한 마음을 토로했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부모님에게도 나름대로 내 할 바는 다했다고 교만하게 고개를 쳐들고 오히려 부모님들이 나에게 섭섭하게 대한 일로 원망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Father's Day나 다른 기념일들과 겹치더라도 이렇게 모여 잔치하는 것이야말로 살아가는 재미라고 떠들면서 일일이 챙겼을 것입니다. “신화와 족보에 착념하면서” 사람들 앞에 위신과 체면을 찾기 바쁘고 세상 풍습을 쫓아 열락을 찾아 헤매고 있었을 것입니다.

도대체 소망과 가망이 전무했던 저에게 예수님께서 먼저 짝사랑의 은혜를 베풀어 주셨습니다. 그 사랑이 너무나 귀하고 감사해서 십자가 앞에서 온전히 하나님께 항복했습니다. 솔직히 지금도 오직 주님의 그 짝사랑 가운데 살고 있을 뿐입니다. 예수님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지금쯤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몇 가지 추측해봤지만 사실은 아예 상상조차 하기 싫다는 것이 더 합당합니다. 날이 갈수록 예수님을 주님으로 모신 것 하나만으로도 감사, 감사, 감사일 따름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이 풀의 꽃과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되 오직 주의 말씀은 세세토록 있도다. 하였으니 너희에게 전한 복음이 곧 이 말씀이니라.”(벧전1:24,25) 저를 보는 모든 “사람이 마땅히 저를 그리스도의 일군이요 하나님의 비밀을 맡은 자로 여길 수 있게끔”(고전4:1) 저에게 남은 날을 계수하는 지혜를 주셔서 마지막 날까지 오직 충성하게 해주십시오. 이제부터는 공식 생일잔치 날을 따로 두는 정도 말고 한 결 같은 성실성에서도 엘리자베스 여왕을 닮고 싶다는 것이 오늘 생일 케이크의 촛불을 불면서 속으로 빈 저의 소원이었습니다.  

6/17/2012


의인

2012.06.18 07:31:58
*.76.111.201

하나님나라의 삶을 사시는 목사님 축하 드립니다.

목사님 말씀되로 우리삶에 그날이 있어야지요. 예수믿는 사람은 두번 태어나고 한번 죽는 것이지요?

여러 표현 거듭남, 회심, 인격적인 만남등 이있지요, 그렇지만 이만남에는 꼭 너의 죄를 용서 한다는그말씀

그렇게 기도 하고 묵상하면 지나간 죄들이 생각나서 괴롭히지만 이만남 이후로

롬8:1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곧 예수님 안에 있으면

누구도 나를 정죄 할수 없다는 확신이지요. 비록 죄를 질수도 있지만 곧 회개하고 더나아가서는 육신의 죄가 아닌

예수님안에 있지 못하는 죄 렘2:13 내 백성이 두 가지 악을 행하였나니 곧 그들이 생수의 근원되는 나를 버린 것과 스스로 웅덩이를 판 것인데

그것은 그 물을 가두지 못할 터진 웅덩이들이니라 에서 생수의 근원안에 있지 못하는 죄 까지 가지만 자유하지요. 저도 육신의 생일이 6,2 이지만 영이생일 2:24일 이지요

각기 사람마다 다른생각 있어서 저는 2번의 기념일중 영의 생일을 중요히 여깁니다. 예수님을 모시고

제가 예수님께 선물을 드리지요.(감사함의 표현)

목사님 지난번 사라의 웃음이라는 분의 글 에 죤 웨슬리의 회심에 관하여 댓글을 첨부 하였는데

이부분 회심, 거듭남 등의 표현이 우리 예수믿는 사람에게는 꼭 필요함을 목사님의 통한 하나님의 지혜로 표현하여 주심을 부탁합니다.

사라의 웃음

2012.06.18 22:14:04
*.109.85.156

올해가 환갑이시군요. 추카 드립니다. ^^
왕같은 제사장이며 거룩한 백성되게 만들어 놓으신, 그럴 자격
전혀, 조금도, 아주 아주 요맨큼도 없는 자들을 짝사랑하시어
목숨버려 가시면서까지 사랑하여 주신 예수님의 은혜를
다시금 되새겨 봅니다.
근데 저희 작은 딸 약력생일이 7월 16일인데....ㅎㅎ

More than Enough

2012.06.19 12:10:09
*.104.8.25

생신 아닌 생신이셨군요. 한 발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
목사님의 앞길을 주님께서 인도하셔서 지금보다 정금 같이 만드실 것을 믿고 기도하겠습니다.

쌀로별

2012.06.19 22:19:55
*.64.8.158

목사님 생신 축하드려요!
하나님 감사합니다 목사님을 통해 예수님을 바로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x감사합니다 하나님~

정순태

2012.06.23 03:05:28
*.229.102.176

ㅎㅎ 영국여왕을 닮으셨다고 좋아하시는 목사님!
몇 가지 면에서 목사님을 닮은 것 같다고 좋아하는 그예다 회원도 있답니다! ^^
음력 생일(7월 6일)을 양력으로 환산하여 기념하는 것과,
환갑에 이른 것과(아들 며니리와 딸이 잔치 대신 호주/뉴질랜드 여행시켜줘서 다녀왔습니다),
부모님 발꿈치도 못 따라간다고 하시는 목사님처럼 목사님 언저리에도 못가는 영성을 부끄러워 하는 것 등등등........
목사님과 오래 사귀다보니 많이 닮아가는 것 같습니다. ^^
역시 늦게나마 생신 축하드립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2 카카오톡이여 영원하라! master 2015-12-10 370
161 청천벼락을 네 번이나 맞고도 살아난 사나이 master 2015-11-18 292
160 천사랑 함께 살고 있는가? [1] 운영자 2014-11-20 394
159 지백(紙白)에서 지백(知百)으로 [2] 운영자 2014-08-05 341
158 카사노바도 들어간 지상 최고의 감옥 운영자 2014-03-12 430
157 스타벅스 커피가 이토록 인기 있는 이유 운영자 2013-07-18 825
156 용서의 Refill과 사랑의 Buffet [2] 운영자 2013-04-12 528
155 역마살이 낀 목사 file [7] 운영자 2013-02-07 787
154 뒷짐 지는 순간 인생의 끝인가? [1] 운영자 2012-07-26 972
» 영국 여왕과 닮은 운영자 [5] 운영자 2012-06-18 792
152 너무나 평범한(?) 은혜 [4] 운영자 2012-04-28 622
151 메가 로또(Mega Lotto) 광풍(狂風) [2] 운영자 2012-03-30 544
150 실컷 팔불출이 되렵니다. [8] 운영자 2012-01-20 905
149 Hang-over 와 Left-over [5] 운영자 2012-01-03 645
148 Bethlehem Express를 타고 있는가? 운영자 2011-12-23 523
147 성경이 인간의식에 잔상(殘像)을 심는다? 운영자 2011-12-18 533
146 역사상 최고의 메시아 콘서트 [5] 운영자 2011-12-07 559
145 적반하장도 유분수 [1] 운영자 2011-09-23 631
144 “페 ~ 혀?” 와 “주 ~ 혀?” [5] 운영자 2011-07-11 723
143 세일(Sale)이 전혀 세일이 아니다. 운영자 2011-05-31 567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