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두꺼운 한 중국인

조회 수 1427 추천 수 123 2006.07.15 15:50:25
얼굴 두꺼운 한 중국인


한국에서 온 조카의 운전면허 시험을 위해 아침 일찍 DMV(Department of Motor Vehicle))에 다녀왔습니다. 미국 살려면 가장 먼저 배워야 하는 것이 줄 서서 기다리는 것입니다. 가뜩이나 캘리포니아주에는 타주 이주민들과 외국이민자들이 몰리기에 항상 2시간 정도 기다리는 것은 예사입니다. 마침 사전 약속을 반드시 해야 하는 실기시험이라 기다리는 것이 덜하지만 그래도 최소 한 시간 정도는 걸립니다.

그래서 저는 공항출영이나, DMV 같은 미국관공서에 갈 때는 반드시 읽을거리를 들고 갑니다. 오늘도 간단한 신앙 서적을 하나 들고 가서 기다리는 동안 읽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곁에 제 나이 또래의 중국인 중늙은이(제가 제일 듣기 싫은 표현이지만 사실이 사실이니까)도 뭔가 열심히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그런 곳에서 책 읽는 동양인을 발견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 반가운데다 혹시 신자인가 싶어 유심히 봤더니 사실은 영어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전자사전으로 단어를 찾아가며 미국 잡지를 읽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옆 사람이 다 들릴 정도로 소리 내어 발음을  연습하고 한 문장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중국인은 세계적으로 유대인과 함께 생활력이 강한 민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영어도 자기들 언어 체계와 같아 아주 잘하는 민족입니다. 아마도 이민 온지 얼마 안 되는 것 같았습니다. 자기 아들이 면허 시험을 보는 그 잠간의 틈에도 열심히 영어를 독학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 정도라면 미국 이민 생활에 무엇을 해도 성공하겠구나 싶었습니다. 참으로 대단하지 않습니까?

불현듯 “우리 신자들이, 아니 저부터라도 저 중국 사람이 영어 공부를 하는 정도가 되어야 할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어 도사가 되자는 뜻이 아닙니다. 그는 틀림없이 영어를 하지 않으면 생존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그래서 만사를 제쳐두고, 또 틈이 나는 대로 쉬지 않고 계속해서 공부를 했습니다. 주위 사람의 시선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이 그런 공공장소에서 공부하는 기세로 봐선 다른 곳에선 영어가 완전히 숙달되어 모국어처럼 될 때까지 반복해서 더 열심히 연습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신자들도 쉬지 않고 기도하며 성경을 읽고 언제 어디서나 예수님을 닮아 가려고 연습하고 훈련해야 하지 않을까요? 특별히 공공장소에서 주위 사람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법과 규정을 지키며, 고통 중에 있는 자들을 도와주는 선한 사마리아 인이 되어야 하며, 불의와 죄악과 사단에 항거하고, 예수님의 십자가 복음을 증거 해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잠시 상상해 봤습니다. 그런 곳에서 신자들이 성경책을 들고 와서 밑줄 쳐가면서 시편을 낭낭하게 암송하고 있다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를 말입니다. 처음에는 좀 이상한 광신자로 취급해 손가락질도 하고 심지어 공개적으로 핀잔도 줄 것입니다. 그래도 신자가 전혀 동요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모든 면에서 모범적인 행동을 해 보이면서 오히려 사랑과 친절로 그들을 대한다면 아마도 그들의 생각이 조금씩 바뀌지 않겠습니까?

처음에는 기독교와 신자에 대해 호기심만 갖다가, 차츰 관심으로 바뀌어지다가, 나중에는 틀림없이 부러워 할 것입니다. 그렇게까지 신실하게 믿을 수 있고 또 믿고 있는 하나님을 누가 과연 부러워하지 않겠습니까? 이 세상에는 사실은 그 심령에 허무와 갈급함으로 가득 차 방황하고 있지 않는 자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어쩌면 신자들이 그런 모습을 세상 앞에 보이기를 기대하는 것조차 순진한 생각이 된지 오래인 것 같습니다. 예수가 한 순간이라도 없으면 나는 죽는다라는 근본적 인식이라도 있는 신자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도무지 자신이 서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부터 나름대로 결심을 해봅니다. 다음에는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무료하게 기다려야 하는 공공장소에 갈 때는 일반 신앙 서적 대신에 성경을 들고 가서 줄치며 읽어야겠다고 말입니다. 그들 중 단 한 사람이라도 요즘도 저런 신자가 있는가 호기심이라도 가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신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예수님에 대한 세상의 잘못된 편견과 선입관을 호기심으로라도 바꾸어주는 일이어야 할 것입니다.

7/15/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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