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Lease 해 삽시다.
교민이 적은 Utah주에서 살 때는 어떤 일을 처리하든 직접 미국 사람을 상대해야만 했습니다. 가뜩이나 짧은 영어 때문에 꽤나 고생했습니다. 가장 힘든 일 중 하나는 자동차를 구입 내지 수리할 때입니다. 그나마 세계에서 가장 정직한 편인 미국 사회에서도 자동차 딜러만은 부모 자식 간에도 속인다고 할 정도이니 말입니다.
그러다 LA로 이주하자 흔히 하는 말 대로 영어 한마디 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모든 분야에 한인 업소가 있고 가장 골치 아팠던 자동차딜러까지 있으니 말입니다. 심지어 집에까지 와서 헌 차를 몰고 가고 또 새 차를 갖다 주며 모든 서류 수속을 대행해 주는 Agent 가 있어서 구매자는 가만히 앉아 서류에 싸인만 하면 됩니다. 가격도 딜러와 직접 흥정하는 것보다 훨씬 쌉니다. 딜러나 Agent 모두 커미션을 적게 먹더라도 많이 팔자는 주의인지라 소비자, Agent, 딜러 세 사람 모두 이익입니다. 완전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형국입니다.
얼마 전에 Lease하여 타던 미니 벤을 다시 리스한 새 차로 바꿨습니다. 전의 차는 사방이 받히고 찍혀서 그 수리비만도 꽤 되었고 마일리지도 한도를 넘었습니다. 리스한 차를 되돌려 줄 때는 원상으로 수리해야 하는데 보험 처리하더라도 차후 보험료가 올라가며 수리하느라 Auto Shop까지 왔다 갔다 여간만 귀찮은 것이 아닙니다. 또 딜러에게 차를 반환하려면 까다로운 검사를 받아야 하고 해당사항이 있으면 벌금을 물어야 하는데 이 또한 아주 성가신 일입니다. 경비도 훨씬 적게 먹히면서 거실 소파에 가만히 앉아서 그 모든 절차를 단 십분 만에 정말 속 시원하게 끝낼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바로 그 Agent 덕분이었습니다.
자기 차는 아주 작은 스크래치가 가도 신경이 쓰이고 남들 보기에 부끄러워 돈이 얼마가 들던 기어이 원상대로 고쳐야 속이 풀립니다. 리스한 차는 어차피 내 차가 아니고 조금 있으면 돌려 줄 것이니까 조금 찍히고 받혀도 사실 크게 아깝지 않습니다. 또 모든 절차를 완전히 대신 처리해주는 Agent까지 있으니 마음 놓고 타고 다니면 됩니다. 나아가 단기 리스로 자꾸 갱신하여 새 차로 바꾸면 항상 기분 좋게 운전하고 다닐 수 있습니다.
인간의 이 땅에서의 삶은 하나님에게 리스해서 사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각 자마다 그 계약 기간과 세부적 조건이 다르지만 이 땅에서 입고 지낼 영혼과 육신을 하나님으로부터 빌렸다가 기간이 끝나면 그분께 돌려주어야 합니다. 인생의 참 소유권은 빌려 준 자에게 있지 각 개인이 자기 것이라고 주장할 권리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면 조금만 힘든 일이 생기면 안절부절 하지 못하게 마련입니다. 반면에 하나님의 것을 잠시 빌렸다 되돌려 준다면 안심하고 날마다 새로운 기분으로 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내 것이 아닌데 힘든 일이 생긴들 내 책임이 아니지 않습니까? 나아가 모든 것을 그 주인의 보좌 우편에서 중보로 대행 처리해 주는 Agent, 예수님만을 완전히 의지하면 더더욱 염려할 필요가 없지 않겠습니까? 지금껏 내 것으로 소유했던, 아니 그렇게 착각했던 인생을 우리 모두 당장 리스 계약으로 바꾸지 않으시렵니까?
5/11/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