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하는 찬송 중에 "세상 모든 풍파 너를 흔들어" (489장)가 있다.믿음의 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는데, 그때 난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 마음도 주머니도 무척 빈곤한 시절이었다. 풍족한 것은 한숨과 원망과 분노 그리고 소망 뿐이었던 듯하다. 그때, 이 찬송을 부르게 되었다.
"세상 모든 풍파 너를 흔들어 약한 마음 낙심하게 될 때에
"내려주신 주의 복을 세어라 주의 크신 복을 네가 알리라
"받은 복을 세어 보아라 크신 복을 네가 알리라
"받은 복을 세어 보아라 주의 크신 복을 네가 알리라"
예배가 끝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내게 주신 복을 세기 시작했다. 열 손가락이면 충분하리라 했는데, 집에 도착하도록 끝나질 않았다. 그제서야 난 의외로 내가 받은 복이 많음을 깨닫게 되었고, 앞으로도 그 복은 계속 불어날 것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 날 이후 나는 한숨과 원망과 분노를 버리고 그 자리에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복을 진열하기 시작했다. 물론 가장 중심엔 나같은 죄인을 사랑하시고 용서해 주신 구원의 은혜가 자리 잡았다.
생활은 여전히 궁핍한데 마음은 풍요로워지기 시작했다. 이처럼 많은, 셀 수 없을 정도의 복을 내게 주셨을 땐 틀림없이 날 사랑하시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으로 난 행복했고 내 생활의 궁핍은 더 이상 문제되지도 걱정되지도 않았다.
"자기 아들을 아끼지 아니 하시고 우리 모든 사람을 위하여 내어주신 이가 어찌 그 아들과 함께 모든 것을 우리에게 은사로 주지 아니 하시겠느뇨" (롬8:32)
그로부터 근 팔 구 년의 세월동안 난 늘 감사하며 살고 있다. 이젠 셀 엄두도 못낼 정도로 아버지께로부터 받은 복이 많아, 오직 잠 못 이루는 밤에 잠을 청하려고 양대신 복을 셀 뿐이다.
하나님께 받은 그 많은 복 중에는 사람 복이 포함되어 있다. 좋은 아내, 좋은 아들, 좋은 친구, 좋은 스승, 좋은 동료, 좋은 교인, 좋은 목회자를 내게 주셨다. 나는 그 각각의 관계를 통해 많은 것을 받았고 그들 각자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살고 있다. 혹시 어떤 일로 그 누구에겐가 서운한 마음이나 아쉬운 마음이 들 때면, 난 그들로부터 그동안 받은 사랑을 생각하며 서운함이나 아쉬움을 풀곤 한다.
사노라면 이따끔 가까운 사람끼리의 관계 속에서 상대에 대한 불만이 생기고 서운한 마음이 들 때도 있게 마련이다. 그럴 때 상대방이 여지껏 나를 위해 해준 것과 참아준 것들을 떠올려 보면, 그 모든 것들이 상대방의 나를 향한 사랑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될 것이고, 많은 경우 그런 불만과 서운한 마음은 정도를 지나쳐 커지진 않을 것이다.
그것이 사람과의 관계이든 하나님과의 관계이든 관계 속에서 기쁘고 행복하게 지내려면, 그 관계를 통해 받은 복을 세어 보고 그 복으로 증거된 상대의 사랑을 떠올려 보라. 상대에게 감사를 느끼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기쁨과 행복을 느낄 것이다. 아직 그 관계가 익지 않아 받은 것이 많지 않아 고마움보다 서운함이 더 큰가? 그때는 장차 받을 복을 미리 헤아려 보라. 그러지 않고 그 관계로 인해 잃은 것과 그 관계에서 받지 못한 것들만 세고 있으면, 그것이 사람과의 관계이든 하나님과의 관계이든 그 관계 속에서는 슬프고 불행할 수밖에 없다.
8. 24.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