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좋아 합니다. 듣기도 좋아하고 부르기도 좋아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늘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며 다녔었지요. 가요도 좋고, 가곡도 좋고, 찬송곡도 좋습니다. 독창곡도 좋고 중창곡도 좋고 합창곡도 좋습니다. 하지만 잘 부르지는 못합니다. 뛰어난 가창력도 기교도 없습니다. 절대음감이란 것을 지니고 있지도 않습니다. 교회 성가대에서, 그리고 남성합창단에서 오랫동안 노래를 부르고 있지만, 노래를 잘 해서라기보다 못 하지는 않으니까—악보를 읽을 줄 알고, 바른 음과 틀린 음을 구별할 수 있고, 그런대로 박자도 잘 맞추고, 무엇보다 열심히 연습에 참여하고 또 집에서 따로 열심히 공부해 오니까, 그리고 한 사람이라도 아쉬우니까 나가라고 눈치 주지 않는 듯합니다.
저는 노래를 좋아하는만큼 잘 부르고 싶습니다. 멋지게 독창을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선 제게 그 정도의 재능을 허락치 않으십니다. 때론 제 기대와 제 실제가 너무나 차이가 나 속이 상합니다. 합창단을 그만둘까는 마음도 간혹 들었습니다. 해를 거듭한 만큼 나아져야 할텐데 오히려 점점 더 나빠지는 듯합니다. 호흡도 더 짧아지고 성량도 줄어들고 소리도 떨리고 갈라집니다. 하나님께 항의도 해 보았습니다. 기왕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게 만드셨으면 재능을 충분히 주실 것이지 어떻게 주다 마셔서 절 이렇게 맘 아프게 하시는지요? 예전에 보았던 영화 모짜르트에서 살리에르가 모짜르트의 재능을 본 후에 하나님께 항의하는 장면이 저절로 떠올랐습니다. 감히 살리에르에 견줄 바가 못 되는 나도 이런데, 살리에르는 얼마나 괴로웠을지 충분히 짐작이 가더군요.
하지만 합창에선 사실 뛰어난 독창 실력은 거의 요구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소리색을 버리고 다른 소리와 어우러져 하나의 소리색을 만들어야 합니다. 튀고 싶은 마음을 눌러야 합니다. 내 소리보다 다른 사람의 소리를 듣고 그 소리에 내 소리를 실어야 합니다. 그래야 아름다운 합창이 됩니다. 그런 점에서 생각해 보니 불평하고 속상해 할 일은 아닙니다. 그저 저는 합창용으로 만들어졌거니 받아 들이면 되는 것이지요. 그렇게라도 써 주시니 감사하지요.
제가 합창자에 만족하지 않고 독창자가 되고 싶은 것은, 결국 자기 만족을 위해서임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나를 흡족해 하겠지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노래한다는 그 속마음은 실은 제 자신의 영광을 구하려는 마음이 더 클 것입니다.
이젠 그 마음 거의 버렸습니다. 내게 주어지지 않은 것 달라고 하기보다 주어진 것을 잘 사용할 수 있게 도와 주십사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요즘엔 앞서 말씀드렸듯이 좋은 합창자이기도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다음 주에 목수술을 앞둔 처지인지라 과연 합창이나마 계속할 수 있을지 염려스럽습니다. 부르고 싶은데 부르지 못하고 듣기만 해야 한다면, 더 잘 부르고 싶은데 그렇지 못한 것보다 더 괴롭고 슬플 것 같습니다.
비단 노래뿐만 아니라 제게 주신 여타 재능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더 달라, 왜 덜 주셨나 한탄 말고 주신 것 십분 활용할 수 있도록 힘써야겠습니다. 제가 돋보이려 하지 않고 모두가 하나 되고 그를 통해 오직 하나님의 영광만이 드러날 수 있도록 말입니다.
2010년 12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