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것이 많지 않았을 때엔 헌신이 쉬웠습니다. 제 모든 것 다 드리겠다 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했습니다. 없는 돈 쪼개어 가난한 이웃과 나누었고, 보잘것 없는 아파트, 누구든 들어와 쉴 수 있게 현관문을 잠그지 않고 출근을 했습니다. 제가 가진 모든 것 실은 하나님 것이고 난 단지 관리하고 있을 뿐이므로 하나님께서 누구와 나누어 쓰라시면 싫든 좋든 그대로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길바닥에 나앉아도 성경책만 있으면 족하다 했고, 그곳이 아무리 누추하다 해도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면 천국이라 고백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가라시면 세상 끝 어디라도 가겠노라 비장한 눈물을 뿌렸습니다.
그런데, 가진 것이 많아지면서, 생활이 편해지면서, 헌신이 힘들어집니다. 늘 쓰고 입던 찌그러진 냄비와 헤어진 옷은 아깝지 않게 주었는데, 어쩌다 한 번 쓰고 입는 고급 새 냄비와 모직 양복은 꼭꼭 숨겨 놓습니다. 살고 있는 개인주택은 집근처 마켓 잠깐 갔다 올 동안도 현관문 꼭꼭 걸어 잠그는 것으로도 부족해 알람까지 켜둡니다. 제가 가진 모든 것 하나님 것이지만 다른 사람 아닌 나와 내 가족 쓰라고 주신 거라 생각하고 삽니다. 길바닥 나앉을 수도 있다는 생각 전혀 하지 않으며 백만불짜리 친구 집을 부러워 합니다. 더 이상 놀 힘도 없고 수입도 없고 할 일도 없어지면 그때 선교로 여생을 바치리라 맘먹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요? 처음부터 잘못된 믿음이었을까요? 예전엔 하늘에 속한 신령한 복을 더 사모한다 했었는데 실은 사모할 이 땅의 복이 주어져 있지 않았기에 그랬던 것 뿐이었을까요? 진정한 믿음이었다면, 제게 복을 주실수록 하나님을 더 경외해야 하는 것 아닌지요?
이럴까봐 두려웠던 겁니다. 그래서 일용할 양식만을 주십사고 했던건데. 이 정도의 부도 편안함도 처리하지 못하는 제 믿음이 심히 부끄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