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를 이기는 유일한 방법

조회 수 867 추천 수 56 2011.03.15 23:51:30
영화 “나는 악마를 보았다”를 통해 감독은 악마를 이기려다 자신 또한 악마가 된 자를 보여 주고자 의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듯해 아쉬움이 크다. 그 의도를 전달하고자 감독은 김수현에게 상해를 입은 장경철로 하여금 역시 연쇄 살인범인, 장경철 못지 않은 악마인 친구 부부를 찾아 가게 한다. 장경철로부터 김수현에 대한 자초지종을 듣고 난 친구는 김수현이 자기들과 마찬가지로 “싸이코”라고 판정을 내린다. 자기들과 동류라는 것이다. 이어서 벌어진 싸움에서 김수현이 장경철을 쇠파이프로 개패듯이 내려치는 꽤 긴 장면과 마지막으로 장경철을 포획하여 단두대에 묶은 후에 담배불로 눈을 지지고 송곳으로 얼굴을 찌르는 장면을 통하여 수현의 포악성과 잔인성을 부각시키려 했고, 경철의 부모와 자식의 손을 빌어 그의 목을 자르게끔 한 것으로 그의 비정함을 그리려 했음에도 함께 본 아내의 반응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그리 잘 전달된 것 같지 않다. 아니, 오히려 아내는 수현 또한 잠시 악마가 되었다는 내 견해가 마뜩치 않은 듯했다.

사실, 최민식이 연기한 장경철이 우리에게 익숙한 악마의 모습일 것이다. 자기 기분내키는대로 아무 이유도 없이 일말의 재고도 망설임도 없이 극히 잔인한 방법으로 사람을 죽이고 광분하는 모습. 눈알을 희번득이며 소름끼치는 웃음을 웃고 고통을 받을수록 더 악에 받치고 길길이 날뛰는 그 모습이 일반적인 악인의 모습이리라. 그에 비해 이병헌이 연기한 김수현은 굉장히 냉정하고 침착하고 치밀하다. 경철에 대한 분노와 증오로 타올라 길길이 뛰어야 할 그임에도 감정을 자제하고 행동을 절제하면서 사냥감을 좇는 인내를 보인다. 감독은 장경철과는 정반대의 차가운 악마를 그리려 한 듯하지만 수현에게서는 소름끼치는 차가운 광기는 보여지지 않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는, 패배를 인정하고 통곡을 터뜨리며 휘청거리는 모습을 남긴다.

수현의 악마적 모습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데에는 어쩌면 우라의 도식적인 사고방식도 한 몫을 하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수현은 어찌 되었던, 피해자이고, 선량한 사람이고, 정의의 집행자라는, 그래서 그의 복수는 당연한 권리라는 생각과 경철은 응징받아 마땅한 악인이라는 생각이 수현을 악인으로 보기 어렵게 만들 것이다. 경철이 악하면 악할수록 오히려 수현의 복수의 행위는 아무리 잔인하고 포악하더라도 더 정당화될 터이다. 수현의 그 포악성은 허용될 뿐만 아니라 관객은 그가 더 잔인하게 악인을 처벌해 주기를 은근히 바라지 않을까?

그러나 그 영화를 통해 내가 확인한 사실은, 우리는 결코 악마의 방법으로는 악마를 이길 수가 없다는 것이다. 내가 영화 속 수현처럼 출중한 무예로 그를 제압하고 그의 사지를 찢을 수 있다손 치더라도 그에게서 항복을 받아내지 못한다면, 그로 하여금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잘못을 깨닫고 뉘우침의 눈물과 사죄의 말을 얻어 낼 수 없다면, 극심한 고통 가운데에서도 내 눈을 직시하면서 광기서린 웃음을 띄고 내게 저주의 말을 퍼붓고 아무런 기대조차—심지어 죽여 달라는 말조차 않는다면, 나는 그를 이긴 것이 아니다. 내가 진 것이다. 져도 크게 진 것이다. 차라리 그를 처음에 잡아 경찰에 넘겼더라면, 무고한 여러 생명들은 살렸을 것이고, 내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았을 것이고, 내 속에 있는 죄성을 표출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리 허망하고 허탈한 결국을 맛보지 않았을 것을.

악인이 두려운 것은 그가 철두철미 악하기 때문이다. 소시적에, 체구는 왜소한데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급우가 있었다. 그 애가 뛰어 난 싸움꾼이어서가 아니다. 그의 투지를 꺽지 못해서이다. 날 죽여라 하고 덤벼드는 데에야 이길 싸움꾼이 없었다. 아무리 맞아도 피를 줄줄 흘리면서, 그래 더 때려 봐라 하고 다가 서는 거였다. 결국 때리던 쪽이 힘도 투지도 빠져 그래 내가 졌다 했다. 그 싸움을 구경하던 우리들은 때리는 아이보다 맞는 그 아이에게서 더 두려움을 느꼈었다.

악을 악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다면, 우리에겐 절망 뿐인가? 악을 이길 방법은 없는가? 아니다, 있다. 단 한 가지 방법, 성경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방법이 있다.

“너희를 핍박하는 자를 축복하라 축복하고 저주하지 말라” (롭 12:14)
“아무에게도 악으로 악을 갚지 말고 모든 사람 앞에서 선한 일을 도모하라 할 수 있거든 너희로서는 모든 사람으로 더불어 평화하라 /내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가 친히 원수를 갚지 말고 진노하심에 맡기라 기록되었으되 원수 갚는 것이 내게 있으니 내가 갚으리라고 주께서 말씀하시니라 /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이고 목마르거든 마시우라 그리함으로 네가 숯불을 그 머리에 쌓아 놓으리라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 (롬 12:17-20)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 예수께서도 육신을 입고 계셨을 때, 그 방법을 쓰셨다. 하나님이신 그가, 당장에라도 하늘에 있는 열두 영도 넘는 천군을 불러 내릴 수 있는 하나님이신 그가 그리 많지도 않은 군졸들에게 잡히셨고, 조롱과 능멸을 당하셨고, 채찍질을 당하셨고, 십자가에 못박혀 죽이심을 당하셨다. 그럼에도 운명하시기 전, 그들의 죄사함을 구하는 기도를 드리셨다. 사람들 눈에는 명백한 패배였지만, 실은 그것은 위대한 승리였다. 사단은 그 사실을 알 것이다. 자신이 졌다는 것을. 하지만 그 사실을 감추고 아직도 이 세상에 왕노릇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면서 승리는 오직 힘으로만 쟁취할 수 있다면서 우리를 계속 미혹하고 있다.

하지만 사도 바울은 에베소서 6장 10절로 18절에서 이렇게 싸움의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종말로 너희가 주 안에서와 그 힘의 능력으로 강건하여지고 /마귀의 궤계를 능히 대적하기 위하여 하나님의 전신갑주를 입으라 /우리의 씨름은 혈과 육에 대한 것이 아니요 정사와 권세와 이 어두움의 세상 주관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의 영들에게 대함이라 /그러므로 하나님의 전신갑주를 취하라 이는 악한 날에 너희가 능히 대적하고 모든 일을 행한 후에 서기 위함이라 /그런즉 서서 진리로 너희 허리띠를 띠고 의의 흉배를 붙이고 /평안의 복음의 예비한 것으로 신을 신고 /모든 것 위에 믿음의 방패를 가지고 이로써 능히 악한 자의 모든 화전을 소멸하고 /구원의 투구와 성령의 검 곧 하나님의 말씀을 가지라 /모든 기도와 간구로 하되 무시로 성령 안에서 기도하고 이를 위하여 깨어 구하기를 항상 힘쓰며 여러 성도를 위하여 구하라”

첫째로, 마귀를 대적할 수 있는 능력은 우리의 출중한 무예나 무기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능력 뿐이라는 사실을 빨리 깨닫고 주님 속으로 들어 가 주님의 능력을 덧입어야 한다.
둘째, 우리의 적의 실체는 혈과 육, 즉 사람이 아니라, 악의 영들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수현의 적은 경철이 아니라 경철을 조종하고 있는 악령이라는 얘기다. 경철은 인형에 불과한 것이다. 인형을 붙들고 이겨보겠다 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고 의미없는 짓이다.
셋째, 그러므로 어떻게 하라? 하나님의 전신갑주 즉, 진리, 의, 복음이 주는 평안, 믿음, 구원에 대한 확신, 하나님의 말씀과 기도 및 성도간의 단합으로 무장하라. 이 말씀은 로마서 12장의 권면으로 우리를 되돌린다.
넷째, 그리 하여야만 모든 싸움이 끝난 후에도 내 선 자리가 하나님 진영일 수 있지, 그렇지 않고 내 힘에 의지하여 싸우다 보면 설령 이겼더라도 내가 선 자리가 악의 진영일지도 모른다. 즉, 혈과 육을 상대로 죽을 힘을 당해 싸우는 동안 내가 어느새 내 대적과 같은 악마로 변해 있을 수도 있다. 그것은 얼마나 허망한 결국인가!

갑자기, 우리가 속는 줄도 모르고 속고 있다는 깨달음이 뒷통수를 때린다. 혈과 육의 싸움이 아니라는데, 우리는 자꾸 혈과 육에 집착해 우리 싸움의 실체를 놓친다. 영화를 보면 악당들 또는 악령들과 싸우는 숱한 영웅들을 본다. 통쾌하다. 그들이 처참하게 응징받을수록 우리의 후련함은 커진다. 우리는 더 많은 영웅을 기대하고, 나아가 내가 그 영웅이 되고자 한다. 내가 그 영웅들에게 환호와 갈채를 보낸 것처럼, 내게 보내질 환호와 갈채를 기대하면서. 분명 예수께선 몸소 그 반대의 길을 보여 주셨건만, 우리는 지금 당장 부릴 열 두 영도 넘는 하늘의 천군 천사도 휘하에 없는 주제에 힘으로 싸워 이기겠노라 하고 있다. 악마는 그런 우리를 고소한 웃음을 머금고 지켜 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수시로 우리의 정의감과 복수심과 영웅심리를 부추겨 우리를 계속 미혹시켜 성경의 가르침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려 할 것이다.

안된다. 깨어 나 구하여야 한다. 미혹에서 구해 주시기를, 악을 선으로 이길 힘을 주시기를 구해야 한다. 오늘도 하나님의 전신갑주를, 오직 하나님의 전신갑주만을 입어야 한다. 무시로 기도하되, 성령 안에서 기도해야 한다. 그것만이 내가 악을 이기고 이긴 후에도 하나님 곁에 서 있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2011년 3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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