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나님께 소중한 이유

조회 수 425 추천 수 1 2016.09.29 23:58:04

어제 모처럼 혼자서 느즈막한 시각에 골프장을 찾았습니다. 점차 약해지는 다리 힘을 기를 생각으로 가방을 메고 걸었습니다. 마지막 홀에 다다랐을 때 글쎄 아이언 헤드카버 하나가 없어진 걸 뒤늦게 알게 되었지 뭡니까. 이미 해는 져 어둠이 깔리기 시작해 잘 보이지도 않는데 전혀 아까울 것 없는 잃어버린 헤드카버 하나를 찾아 지친 몸을 끌고 걸어온 길을 터벅터벅 되짚어 가는 중에 문득 아흔 아홉 마리 양을 두고 한 마리 잃어버린 양을 찾아 나선 목자가 떠오르더군요. 그것이 하나님께서 잃어버린 한 영혼을 얼마나 귀히 여기시며 그로 인해 안타까워 하시는지를 말씀하기 위한 비유란 것을 알지만, 그리고 그 목자의 행동과 심정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어제 저는 하나님이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비유 속의 그 목자에게는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이 소중할 수 있습니다. 그 양이 없어도 여전히 그에겐 아흔 아홉 마리 양이 남아 있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그 양은 그에게 실질적인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는 하나님께 무슨 실질적 가치가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는 거예요. 그날 제가 찾던 헤드카버 만큼의 가치도 제게서 찾을 수가 없더란 말입니다. 겸손의 말이나 교리적 진술이 아니라, 사실이 그러하지 않습니까. 양은 목자에게 젖도 주고 털도 주고 고기와 가죽도 주고 또 몸값도 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하나님께 무엇을 드릴 수 있나요? 아무 것도 없습니다. 설령 제가 대단한 것을 많이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게 하나님껜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하나님은 무엇이 필요한 존재가 아니니까요. 게다가 하나님이 어떤 분이십니까?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창조주이십니다. 까짓 영혼 다시 하나 만들면 되잖아요. 아니면 버릴 작정이었던 영혼 중 하나를 고르시던지요. 어차피 저도 원래 버림받아 마땅한 영혼이었는데 말입니다. 하나님께는 그 영혼이 그 영혼 아니겠냐구요. 

 

왜, 도대체 왜 나를 그토록 소중히 여기시는가? 나를 찾아 품으로 데려 가시고자 사람의 몸으로 나셔서 하루 이틀도 아닌 33년의 세월을 모든 인간이 겪는 과정을 오롯이 다 거치며 모든 율법의 요구를 다 만족시키시고, 그것으로도 부족해 갖은 고초와 핍박과 모멸을 받으시고 가장 치욕스럽고 고통스러운 십자가 처형 당함을 마다 않으신 까닭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문득 언젠가 티비 방송에서 본 한 인터뷰가 떠올랐습니다. 어떤 유명인을 어릴 때 입양을 한 아버지에게 인터뷰어가 물었습니다. "왜 그를 입양했나요?" 그 아버지가 이렇게 대답하더군요, "글쎄요, 저 아이를 보는 순간 그냥 저 아이를 내가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틀림없이 하나님께서도 제게 어떤 가치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긍휼지심으로  제게 동정을 느껴서 저를 양자 삼기로 작정하셨고, 제가 당신의 아들이기에 아버지로서의 명예를 걸고 그 복잡하고 험난한 과정을 마다 않으시고 저를 찾아 내고 구출해 내신 것입니다. 그러니까 저를 소중히 여기시어 그토록 힘들게 저를 구원하신 까닭은 제게 있지 않고 하나님께, 하나님의 긍휼과 하나님의 의에 있는 것이라 결론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은혜'라고 합니다. 그렇게 말하면 간단할 것을 무어 그리 장황하게 풀었냐구요? 그 까닭은 우리가 은혜에 대해 어쩌면 정확하지 않거나 부족한 개념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아서 입니다. 은혜에 대한 얘기는 나중에 따로 하겠습니다.) 그래서 그냥 믿기로 했습니다. 제가 하나님께 그토록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요.

 

세 홀을 되돌아 간 끝에 어둠 속에서도 마침내, 잃어버렸던 그 헤드카버를 찾았습니다. 반가움. 맨 머리를 드러내 놓고 있던 피칭웨지에 되찾은 헤드카버를 씌우는데 양을 되찾은 목자의 심정이, 저를 되찾은 하나님의 심정이 조금은 더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2016. 09.29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3 믿음과 순종의 상관관계 [2] 김유상 2016-10-27 6999
172 작위죄와 부작위죄 김유상 2016-10-07 414
171 우리는 김유상 2016-10-06 215
170 지족의 삶 김유상 2016-10-01 333
» 내가 하나님께 소중한 이유 김유상 2016-09-29 425
168 온전한 믿음 김유상 2016-09-23 242
167 하나님의 운전사 [1] 김유상 2016-09-17 190
166 반쪽 회개 [1] 김유상 2016-09-16 252
165 크게 쓰임받는 사람 김유상 2016-09-12 301
164 노년 예찬 김유상 2016-09-12 192
163 내가 살아 있는 것은 김유상 2016-09-10 144
162 마음으로 노래를 [2] 김유상 2016-09-07 140
161 잘 회복 중입니다 [4] 김유상 2015-11-19 422
160 유나의 거리 2 김유상 2015-04-21 308
159 제자와 신자 [1] 김유상 2015-03-30 503
158 지상천국을 꿈꾸지 말라 [1] 김유상 2015-03-30 497
157 신자의 능력 [1] 김유상 2015-03-25 386
156 "충성!" [4] 김유상 2015-03-24 504
155 죄 사함이 죄 소멸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김유상 2015-03-19 703
154 용서는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1] 김유상 2015-03-19 427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