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해달라는 기도를 흔히 듣는다. 그때마다 난 마음 속으로 의문이 인다. 도대체 무슨 의미로, 무엇을 바라고 그런 기도를 드릴까?
예수님께선 제자들에게 이렇게 약속하셨다.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마 28:20b) 예수님은 한 번도 그 약속을 어기신 적이 없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한가? 수도 없이 충성을 맹세하고도 어느새 예수님을 버리고 혼자 다닌 적이 부지기수이다. 그런데 마치 하나님이 우리를 홀로 내버려 두기라도 하는양 함께 해 달라고 기도를 드린다는 것은 내 머리로는 이해가 어렵다.
사실 예수님의 이 약속도 하나님의 다른 약속들처럼 일방적이다. 우리에게 요구해 보았자 지키지 못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을까, 그러니 너희들도 늘 나와 항상 함께 있으라고 당부하시지 않았다.
일방적인 약속이기에 우리의 태도나 요구와는 상관없이 늘 우리와 함께 하실 것이다. 우리가 함께 계셔 주십사 할 때만 함께 하시고, 아무 말도 않거나 잠깐 자리 비켜 주셨으면 할 때는 떠나시고 그러시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말 잘 들으면 함께 하시고 말 안 들으면 떠나시고 그러시지도 않을 것이다. 항상 우리 곁에서 계신 듯 안 계신 듯 계시면서, 당신이 나서야 할 필요가 있을 때면 나 여기 있다 하고 나서시고, 그렇지 않으면 잠잠히 지켜보고 계실 것이다.
예수님의 비범함을 본 베드로가 예수의 무릎아래 엎드려 하는 말이 "주여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였다. 물론 예수님은 베드로를 떠나시기는커녕 그를 수제자로 데리고 다니셨다. 베드로는 예수님이 잡히시던 밤에 제자들에게 "너희가 다 나를 버리리라"고 하시자 "다 주를 버릴지라도 나는 언제든지 버리지 않겠나이다"고 큰소리를 쳤고 이어서 "내가 주와 함게 죽을지언정 주를 부인하지 않겠나이다"고 결연하게 대답한 지 불과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예수님 말씀대로 닭 울기 전에 세 번 예수님을 부인하고는 울며 떠나 갔다. 물론 예수님은 그를 또 찾아 가셨고, 승천하신 후 당신의 영을 보내시어 늘 그와 함께 계셨다.
우리의 걱정은 (또는 요구는)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해 주실 것인지의 여부가 아니라, 우리가 하나님과 함께 할 것인가이어야 한다. 하나님의 결단은 이미 밝혀져 있다. 오락가락 하는 쪽은 우리인 것이다. 함께 해 주십사고 기도할 때 정말 하나님과 항상 함께 할 각오와 준비가 되어 있는가 말이다. 그 분에게 왕좌를 내어드릴 용의가 있으며 그 분의 의사에 절대 복종할 마음 다짐이 있는가? 함께 해 달라면서 내가 앞장 서 여기 저기 내 가고 싶은 곳 다 찾아 다니고 내 하고 싶은 것 다 할 것이란다면, 하나님의 함께 하심의 의미는 과연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응, 나 이런 사람이야, 하나님이 함께 하는--그렇게 훈장 같은 의미일까? 아니면, 아쉬운 것 해결해 주는 해결사? 돈나와라 뚝딱 하는 도깨비 방망이? 모든 아픔을 잊게 해주는 진통제 또는 마약?
주여 주께서 저와 항상 함께 하심을 늘 상기시켜 주셔서 제가 주를 모시기에 합당한 자가 되도록 도와 주소서. 혹시라도 제가 주의 길에서 벗어나거든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로 저를 바로 잡아 주시고 건져 주시옵소서.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날지라도 전혀 두려움 없는 믿음을 주시옵소서. 제 삶에 광풍과 노도가 일지라도 평온할 수 있는 믿음을 주시옵소서. 주께서 세상 끝날까지 저와 함게 해 주심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