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갑상선에 혹이 만져진다며 정밀 검사를 받아보라는 주치의의 권유에 따라 MRI와 초음파 검사를 받아 본 결과, 1불짜리 주화만한 크기의 혹이 있음이 판명되었다. 주치의는 갑상선 전문의에게 가서 조직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했고, 오늘 오후에 전문의를 만나고 왔다. 전문의는 염증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부었을 뿐일 거라며 큰 걱정 말라면서 강한 소염제를 처방해 주었다. 그러나 확실히 하기 위해 세포를 채취했으니 일주일 후면 확실한 결과를 알 수 있을 거란다.
언젠가 이런 기도를 한 적이 있다. 나를 데려가실 때가 되거든, 죽음을 미리 알고 준비하는 과정을 거쳐서 데려가 주십사고. 초연하고 의연하게 죽음을 맞는 모습을 통해 하나님을 증거하고 주변 형제자매들의 믿음을 격려하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내 믿음이 더 깊어지고 강해지리란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제법 큰 혹이 있다는 결과를 접했을 때 놀랍거나 두렵거나 염려스럽지는 않았고, 그 기도의 응답인가 했다. 그렇다면 기뻐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하지만 갑상선 암은 뭐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고 수술해 버리면 그만인데, 성가시기만 할뿐이란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시들해졌다. 기도의 응답은 아닌 것 같고, 그럼 뭐지?
그런 내 속을 알 리없는 의사는 전혀 걱정하지 말라며 날 안심시키는데, 난 별 것이 아니란 소견에 감사하기보다 아직 내가 그 기도의 응답을 받을만큼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음에 부끄럽고 속상해 한다. 언제면 난 하나님 보시기에 든든하게 자라 좋은 믿음의 본으로 쓰임 받으려나?
3.20.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