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그 중에서도 믿음이 좋다는 사람들일수록, 하나님께 빚을 지고 있다고 여기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그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고자 열심히 교회에서 봉사하고 심지어 빚을 얻어가며 헌금을 냅니다.
빚이란 것은 그러나 갚는 것을 전제합니다. 내가 갚지 않아도 되거나, 갚을 수 없는 것이 주어졌을 때 그것은 빚이 아니라 선물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하나님에게 큰 빚을 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도저히 갚을 수 없는 것이기에, 그리고 하나님께서 그 사실을 잘 아시면서도 주신 것이기에 그것은 빚이 아니라 선물입니다. 하나님께선 우리에게 빚을 주신 것이 아니라 선물을 주신 거지요. 에베소서를 보면 사도 바울이 "너희가 은혜로 구원을 얻은 것이라" 면서 구원이 "하나님의 선물"임을 확실히 해 두고 있습니다. (엡 2:5,8)
하나님께선 우리에게 은혜로 구원을 주셨다면, 거기에 대해 호리의 갚음도 기대하지도 허용하지도 않으실 겁니다. 만일 우리가 갚겠노라 우기면, 틀림없이 무지 화를 내실 겁니다. 잡히시던 날 밤에 베드로의 발을 씻기려던 몌수님을 베드로는 극구 만류했습니다. "내 발을 절대로 씻기지 못하시리이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내가 너를 씻기지 아니 하면 네가 나와 상관이 없느니라"고 대답하시고 그러자 베드로는 "주여 내 발 뿐만 아니라 손과 머리도 씻겨 주옵소서" 하며 얼른 말과 태도를 바꿉니다.
"하나님께 진 빚"을 갚겠다는 생각 자체가 가당치 않습니다. 우리가 무엇으로 어떻게 그 빚을 갚을 수 있단 말입니까? 그리고 도대체 왜 그 빚을 갚지 못해 안달입니까? 설마 조금이라도 하나님 앞에서 당당히 맞서고 싶어서는 아니겠지요? 염치가 없어서입니까? 염치란 체면치레이고, 체면치레는 곧 자존심과 직결되어 있으며 거리감을 상정하고 있습니다. 염치가 없다는 말은 자존심 상한다는 말이고 하나님과 나 사이에 염치를 차려야 할만큼의 거리가 존재한다는 말이 됩니다.
하나님이 누구십니까? 우리가 하나님을 어떻게 부릅니까?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습니까? 우리가 가족끼리 체면을 차립니까? 아버지 앞에서 자존심을 내세웁니까? 우리가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빚진 느낌을 가졌으며 염치없어 했습니까? 우리의 어린 자식들에게 그것을 요구합니까?
하나님께선 우리가 빚진 마음이 아니라 감사한 마음으로 살기를 원하십니다. 그게 그거 아닌가 생각될지 모릅니다만 둘은 엄연히 다릅니다.
빚진 마음은 우리를 움츠리게 합니다. 속박시킵니다. "켕긴다"라고 하지요? 하나님 앞에 떳떳해지려 온갖 노력을 하게 됩니다. 한편 하나님은 빚쟁이로 전락됩니다. 빚쟁이는 볼 때마다 빚독촉을 할 거라는 선입관 때문에 보고 싶지 않은 사람입니다. 마치 한 달란트 받은 종의 제 주인에 대한 인식과 다름 없습니다. (마 25:24, 25) 따라서 빚진 마음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멀게 서먹하게 불편하게 만듭니다. 하나님께 빚진 마음, 그것은 사단에게서 온 것입니다. 우리를 하나님으로부터 멀게 하려고 사단이 심은 마음입니다.
한편 감사한 마음은 우리를 기쁨으로 채웁니다. 의욕으로 채웁니다. 자신감을 줍니다. 든든해 집니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드리고 싶어 집니다. 감사의 대상인 하나님이 더 친근하게 느껴지고 더 가까이 가고 싶어 집니다. 이 마음은 성령이 주신 마음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십니까? 너가 내게 빚졌으니 교회에 봉사하고 헌금 많이 해서 갚아라 하십니까? 아닙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성품을 회복하기를 원하십니다. 하나님 자신을 닮기를 원하십니다. 그러기 위해 말씀으로 자라기를 원하십니다. 그렇게 되어서 무엇을 하라고요? 서로 사랑하라십니다.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라시고 각각 자기 일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일도 돌아보라 하십니다. 그러면 당신의 기쁨이 충만케 될 거라면서. (빌 2:2-4)
교회 봉사와 헌금 이전에 이웃 돌봄이 있는지 먼저 점검해 봅시다. 어려운 이웃 돕느라 교회에 봉사할 시간과 돈이 없을 것을 걱정하십니까? 아닙니다, 교회에 봉사하고 헌금하느라 어려운 이웃을 위한 시간과 돈이 없을 것을 걱정하십시오. 교회일은 하나님이 알아서 하실 겁니다. 성경에 "너는 교회를 열심히 섬길지어다"라는 말씀이 있던가요? 하지만 이웃 돌봄에 대해선 성경 전체에 말씀이 가득합니다.
빚진 마음이 아니라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 갑시다. 감사한 마음으로 내게 주신 은혜를 이웃과 나누며 삽시다. 그럴때 하나님께선 우리의 빚을 탕감해 주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선 우리에게 빚을 주신 일이 없습니다) 우리에게 상을 하나 하나 쌓아 두시며 우리의 기쁨을 키워 주십니다.
하나님께는 다른 마음은 있을 수 없습니다. 오작 감사한 마음만이 있을 뿐입니다. 제 혼자만의 마음은 아니겠지요?
5. 4. 2006
그런 의미에서 교회에서 봉사한다는 말도 엄격하게 따지면 틀린 말이겠지요.
학생이 학교에서 공부를 하면서, 직장인이 직장에서 일하면서, 식구가 집안에서 청소를 거들어 주면서
당연히 한 일을 한 것이지 봉사라고는 하지 않지 않습니까?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