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이스라엘 자손의 온 회중에게 고하여 이르라 너희는 거룩하라 나 여호와 너희 하나님이 거룩함이니라” (레 19:2)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거룩을 요구하십니다. 거룩은 하나님께 대한 단어입니다. 하나님과 하나님께 속하거나 관련된 것들에 국한해 쓰입니다. 따라서 거룩은 우리의 소속을 세상에서 하나님께로 바꾸는 것입니다. 우리의 모든 생각과 마음과 행동을 하나님께 귀속시킨 상태, 다른 말로 우리가 온전히 하나님의 사람이 된 상태가 거룩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이미 당신에게 속한—그렇기에 이미 거룩한—당신 백성에게 거룩을 요구하십니다. 그리고 그 요구에 대한 근거를 당신의 거룩함에 두십니다. 따라서 우리가 하나님께서 요구하시는 거룩을 이루려면 먼저 하나님을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하나님이 거룩하다는 말은, 하나님께서 모든 면에서 견줄 자가 없이 뛰어나다는 말입니다. 이 세상 어디에도 하나님 같은 신은 없습니다. 그의 오래 참으심이나, 노하기를 더디 하심이나, 풍성한 자비, 한없는 사랑, 놀라운 지혜, 신실하심, 공의로우심, 의로우심, 크신 능력 등등 그 어느 것에서나 인간에게 알려진 세상의 어떤 신이나 다른 아무 피조물을 월등히 능가합니다. 단순히 그 크기가 다른 것이 아니라, 아예 차원을 달리 합니다. 다른 말로 하나님께서는 당신만의 세계에 홀로 거하십니다. 독보적인 존재, 영어로 in a league of his own이 여호와 하나님입니다.
제가 성경을 통해 하나님에 대해 갓 눈을 뜰 무렵, 신명기를 읽다가 하나님의 자상한 사랑에 그만 감탄하고 말았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어느 종교의 어느 신도 이처럼 섬세하고 자상하게 사회적 약자를 살펴 주는 신은 없었습니다. 성경을 알아 가면서 전 사랑에서뿐만이 아니라 모든 것에서 가히 여호와 하나님에 견줄만한 다른 신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거룩을 요구하시는 겁니다. 그렇다면 그 거룩은 어떤 거룩이겠습니까? 사도 베드로는 “하나님 아버지의 미리 아심을 따라 성령의 거룩하게 하심으로 순종함과 예수 그리스도의 피 뿌림을 얻기 위하여 택하심을 입은 자들”에게 쓴 첫 번째 편지에서 “오직 너희를 부르신 거룩한 자처럼 너희도 모든 행실에 거룩한 자가 되라” (1:15)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성령으로 이미 거룩하게 하신 우리들에게 요구하시는 거룩은 바로 모든 것에서 뛰어나는 하나님의 그 거룩입니다. 하나님께선 우리더러 세상 것에 기준을 두고 세인들과 견주지 말고 그들을 뛰어 넘어 하나님의 거룩을 기준으로 우리들끼리 선한 경쟁할 것을 요구하시는 겁니다.
우리 같으면 그들을 데리고 건넌 홍해로 다시 끌고 가 그 속에 몽땅 수장시켜 버렸을 법한 배은망덕한 이스라엘 백성들을 하나님께선 어르고 달래시며 그들을 대신해 싸워 주시면서 끝내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인도하여 나라를 세워 주셨습니다. 훗날 그들이 또 하나님을 배신하고 우상을 섬기자 숱한 선지자들을 통해 누누이 죄에서 돌이킬 것을 권고하고 징계를 경고하셨음에도 끝내 말을 듣지 않자 바빌론으로 포로로 끌려 가게 하셨으나 약속하신 때에 그들을 유대 땅으로 되돌려 보내셨습니다. 왜 그리 하셨다고요? 당신이 거룩하기 때문이라 십니다. (겔 36장-39장) 그들이 하나님의 백성이 되겠노라는 언약을 저버렸기에 더 이상 하나님께서도 그들에게 하나님 노릇해 주실 책무가 없음에도, 하나님의 그 견줄 바 없이 뛰어난 신실하심과 의로우심과 긍휼하심으로 인해 하나님께선 끝까지 당신의 책무를 이행하신 겁니다.
“너희를 부르신 거룩한 자처럼 너희도 모든 행실에 거룩한 자가 되라.” 이 말씀에 제 자신의 행실을 비추어 봅니다. 여태껏 하나님의 거룩을 기준 삼기보다 세인들의 눈과 법도를 기준 삼아 살아 왔음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남편으로서의 아비로서의 친구로서의 도리를 상대화시켜, 오고 감을 따지며 조금이라도 밑지지 않으려 했던 모습을 되돌아 봅니다. 하나님께선 당신을 배신한 우리 위해 비천한 인간의 몸을 빌어 나셨고 고통과 모멸 속에 죽임 당하면서까지 신실하게 우리의 아버지 노릇을 해 주셨는데, 전 알량한 제 자존심 지키자고 남편 노릇 아비 노릇 친구 노릇하길 게을리 또는 중단하여 아내를 자식을 친구를 아프게 한 기억들이 밀려 옵니다.
오늘 다짐하며 기도합니다. 오직 하나님의 거룩에 합당하게 살겠노라고, 상대가 어떻게 대하든 내 할 도리는 끝까지 해 내겠노라고, 내 아내를 자식을 친구를 사랑하되 그들을 위하여 죽기까지 사랑하겠노라고, 그렇게 살게 내게 더 큰 사랑과 강인한 인내와 풍성한 지혜와 예수님의 그 겸손과 온유함을 주십사고.
2010년 6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