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월드비전 선명회어린이합창단의 미주 순회 공연엘 갔었습니다. 천사의 목소리란 찬사가 무색하지 않더군요. 하나님의 아름다우심에 대해 다시 한 번 감탄하고 감동했습니다.
중간에 지휘자인 이희철 씨의 간략한 소개가 있었습니다. 그 옛날 고아들로 이루어졌던 합창단이—선명회 합창단은 선명회가 세워진 10년 후인 1960년 8월에 선명회가 운영하던 고아원인 애린원에서 선발한 약 150명의 고아들로 만들어졌고 이듬해에 해외 후원자들에게 노래로 감사를 표하고자 첫 해외 순회공연길에 올랐다고 합니다—감사하게도 이제는 양친 부모가 다 있고 자녀들의 여행경비를 댈 수 있는 유복한 가정의 아이들로 바뀌었노라고, 예전에는 받던 처지에서 이제는 주는 처지로 바뀌었노라고 감개무량해 하더군요.
월드비전은 1950년 한국 동란이 일어 났을 때 종군기자로 전쟁의 참상을 목격한 선교사 밥 피어스가 고국에 돌아가 창설한 구호단체로서 한국에는 한경직 목사와 함께 선명회라는 이름으로 세워 전쟁고아와 전쟁 미망인들의 생활을 도왔습니다. 그러다 40년 후인 1991년도 10월부터 경제적으로 자립하기에 이르러 이때부터 국내는 물론 해외 구호 사업도 해 오고 있습니다. 도움을 받던 위치에서 도움을 주는 위치로 바뀐 것이지요. 1998년 10월부터는 선명회란 이름 대신에 월드비전이란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해외 구호물자의 도움을 받아 살던 우리 조국이 이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나라에 구호물자와 인력을 보낼 수 있는 나라로 성장하게 되었다니요. 국경과 인종과 문화와 언어를 초월하여 서로 돕고 사랑을 베풀 수 있게끔 하신 하나님의 사랑에 그만 콧날이 시큰해집니다.
그런데 그런 감격적인 순간에 제 마음은 고아들 때문에 조금 불편했습니다. 합창단 지휘자는 하나님의 축복에 대한 간증을 하고 있는데, 제 머리 속은 고아들로 복잡했습니다. 분명 오늘날도 고아들은 있을 터인데, 이제는 노래는 물론 다른 모든 면에서도 뛰어 나고 게다가 경제적 능력까지 갖춘 부모가 계셔야만 이 합창단에 들어올 수 있다면, 예전의 고아들에게 꿈과 희망과 자랑을 준 그 합창단이 오늘날의 고아들에겐 부러움과 절망과 좌절감을 주지나 않을까 염려되었습니다. 순회공연을 하면서 전 세계의 불우 아동을 돕자고 후원금과 후원자를 모집하고 있는 귀한 합창단이 자칫 국내의 한 동네의 이웃 아이에게 상처를 입히고 있지는 않을까 걱정되었습니다. 기우이기를 바랍니다.
그 생각을 애써 떨치고 끝까지 공연을 지켜 보았습니다. 그 중에 한 명이 단연 눈에 들어 오더군요. 처음부터 끝까지, 예쁜 그 아이의 얼굴에 웃음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그 웃는 얼굴을 보니 저도 몰래 제 얼굴에도 웃음이 떠오르더군요. 조금 전의 그 염려는 그 웃음 덕분에 다 잊어 버렸습니다. 틀림없이 천사는 저렇게 얼굴 가득 웃음을 띄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아이를 보면서, 그냥 웃는 얼굴을 보여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삶이 힘들고 어렵더라도 방긋 웃어 주는 것만으로도 새 힘이 나고 즐거워질 수 있겠단 생각은 비단 제 생각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 밤에 작은 결심을 하나 했습니다. 얼굴에 웃음을 띄고 살겠노라고. 되도록이면 웃는 얼굴로 대하겠노라고. 그래서 함께 간 아내를 다시 만났을 때—그날 제가 속한 LA남성선교합창단이 찬조 공연을 하게 되어 아내와 떨어져 있었습니다—아내에게 활짝 웃어 주었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아내는 자기가 예뻐서 그러려니 하고 기분이 좋아 제게 그 웃음을 돌려 주더군요. 이래 저래 기분 좋은 밤이었습니다.
2010년 8월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