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성령도 우리의 연약함을 도우시나니 우리는 마땅히 기도할 바를 알지 못하나 오직 성령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친히 간구하시느니라 마음을 살피시는 이가 성령의 생각을 아시나니 이는 성령이 하나님의 뜻대로 성도를 위하여 간구하심이니라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롬8:26-28)

성도들의 삶에 때론 이해할 수 없는 황당하고 곤혼스러운 일이 일어 납니다. 아무리 간절히 부르짖고 간구해도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하는 사안도 적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하면 무엇이든 들어 주신다 하셨는데, 내가 이렇다하게 잘못한 일이 없는 것 같은데, 왜 기도엔 응답이 없고, 예상 밖의 위기가 다가오고 곤경에 처해지는 걸까요?

위에 인용한 로마서 말씀이 그 의문을 푸는 열쇠인 듯합니다.
우리는 마땅히 빌 바를 알지 못합니다. 하나님의 뜻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성령께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어떤 뜻을 가지고 계신지를 압니다. 그래서 우리를 위하여 하나님의 뜻에 맞는,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기도를 드립니다.

제가 아내와 다투었습니다. 저는 씩씩대며 하나님께 이렇게 기도를 합니다. “하나님,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저 여자의 하는 짓거리를 보세요. 남편 알기를 우습게 여기지 않습니까? 한 두 번 도 아니고 번번이 저렇게 성질이나 내고, 절 무시하니, 저도 이제 지쳤습니다. 저 여자를 확 띁어 고쳐 주시든가, 아니면 다른 여자를 주세요.”

제 이 기도를 중간에서 성령께서 가로채십니다. 그리고이렇게 고치십니다. “하나님, 하나님께서 저를 위하여 저렇게 아름다운 여자를 아내로 주셨는데, 제가 아내를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고 아내로부터 존경받을 짓을 못해 남편으로서의 권위와 신뢰를 잃고 말았습니다. 제가 하나님 앞에 그 죄를 자복하고 회개하오니, 부디 저를 도우셔서 아내와의 관계를 회복해 주시옵소서.”

하나님께서 그 기도를 들으시곤 흡족해 하십니다. 저 녀석이 이제 좀 철이 나는구나. 그리곤 그 기도에 흔쾌히 응답하셔서, 제 목에 암덩어리를 하나 자라게 하십니다. 그리고 저로 하여금 적절한 시간 내에 의사를 찾아 그 암을 발견하게 하시고, 저로 하여금 하루 빨리 수술 일정을 잡으라는 소식을 아내에게 전하게 합니다.

저는 속으로, “이 여편네, 이 소식 들으면 춤을 추겠지” 하며, 퉁명스럽게 내뱉습니다. “나, 암이래. 빨리 수술해야 한데.” 그 소릴 들은 아내는 화들짝 놀라고 금방 눈에 눈물이 글썽합니다. 그리곤 그 즉시 여기 저기 전화를 걸고 인터넷을 뒤지며 그 암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합니다. 그 암 치료에 좋다는 각종 민간요법은 다 물고 와서 제게 먹이고, 자기가 나서서 제 수술 일정을 잡습니다. 통 안 다니던 새벽기도도 다니기 시작합니다.

한편 하나님께선 저를 위해 예비해 두신 솜씨 좋은 외과의사의 일정을 조정하여 그 의사가 제 수술을 하게 해 주십니다. 저는 수술을 받으러 수술실로 들어가고 아내는 밖에서 열심히 기도하며 제가 나오길 기다립니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얼마나 괜찮은 남편이었는지, 얼마나 자신에게 잘해 주었는지, 내가 자신에게 얼마나 큰 의지가 되었는지를 기억하고는 제게 못됐게 굴었던 것에 대해 용서를 빌고 회개합니다. 남편 수술이 무사히 끝나기만 하면 앞으로는 남편에게 잘 하며 살겠노라고 하나님께 거듭 다짐을 드립니다. 몇 시간 후에 의사가 나와 수술이 잘 되었노라 말해 줍니다. 아내는 하나님께 눈물로 감사기도를 드립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제가 회복되기까지 지극정성을 다 해 간호를 합니다.

저는 회복실 병상에 누워 아내가 불편하게 잠을 자는 것을 보며 안스러운 맘이 들기 시작합니다. 아내의 얼굴은 피로로 더 늙어 보입니다. 부부가 무엇이라고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내가 걱정이 되어 저러고 있나 생각하니, 아내가 고맙기 짝이 없습니다. 그리고 아내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고 아내에 대한 사랑이 다시 차오릅니다. 지쳐 잠든 아내를 바라보는 제 눈에 물기가 서리고 저는 기도를 시작합니다. “하나님, 지난 번에 제가 하나님께 드렸던 기도, 그 왜 제 아내에 대한 기도 말입니다, 그 기도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 생각해 보니 저도 잘못한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저 여자만 탓할 일은 아니란 거죠. 그러니 확 뜯어 고치시진 말고, 쬐끔만 고쳐 주세요.”

성령 하나님께선 이 기도를 또 가로채십니다. 그리고 이렇게 고치십니다. “하나님, 제 기도에 응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나님께서 제 목에 자라도록 허락하신 그 암덩어리 덕택에 아내와의 관계가 회복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선 정말이지 제게 꼭 맞는 여자를 아내로 주셨는데 제가 아내 아끼기를 예수님께서 교회를 위해 주님 목숨을 바치신 것처럼 하지 못한 것을 뉘우칩니다. 앞으로도 제가 아내를 과연 그렇게까지 사랑할 수 있을지 자신은 없습니다만 노력은 하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론 하나님께서 다시는 이런 수고를 하시지 않아도 되게끔 조심하겠습니다. 도와 주시옵소서.”

하나님께선 그 기도를 흡족하게 들으십니다.

머잖아 제 기도가, 성령님께서 고칠 데가 별로 없는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기도로 바뀌어 곧장 하나님 존전에 올라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2013년 4월 22일

김유상

2013.04.23 19:49:38
*.178.142.71

위 상황은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이해를 돕기 위해 지어낸 것임을 밝힙니다. 제 아내와의 일과 그에 따른 기도와 수술 등은 모두 fiction 입니다. ^^

혹시라도 기도한 후에 형편이 더 안 좋아지면 성령님께서 내 기도를 고쳐서 올려 보냈나 보다 여기십시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될 것을 믿고 감사함으로 기다리십시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3 영광의 고난 김유상 2015-03-06 421
152 하나님 일과 세상 일 [1] 김유상 2015-03-02 174
151 내 믿음의 척도 김유상 2015-03-02 191
150 우리가 사모할 것은 김유상 2015-02-26 98
149 돈벼락 김유상 2015-02-26 145
148 여름 휴가에서 들고 온 것 [2] 김유상 2014-09-17 229
147 유나의 거리 김유상 2014-08-22 354
146 눈에는 눈 이에는 이 [1] 김유상 2014-08-19 815
145 누구를 믿는가? [4] 김유상 2014-08-15 308
144 해변의 단상 file [2] 김유상 2013-05-29 351
143 기다림 file [6] 김유상 2013-05-29 387
142 Because I Say So 김유상 2013-05-15 328
141 소천 김유상 2013-05-08 559
140 미역국과 생일 선물 [2] 김유상 2013-05-07 307
139 축구 선수들의 요란한 기도 행위를 변호함 김유상 2013-05-02 384
138 사랑하니까 김유상 2013-04-30 270
» 기도 응답은커녕 예상치 않은 봉변을 당하는 이유 [1] 김유상 2013-04-23 435
136 Just Do It [1] 김유상 2013-04-17 335
135 생각들이 서로 다툰다 김유상 2013-04-16 279
134 살리에리의 고뇌 [2] 김유상 2013-04-16 579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