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용어 중 잘못 사용하는 것 하나가 회개란 용어이다. 회개는 뉘우칠 회 고칠 개로 이루어진 한자말이다. 잘못을 뉘우쳐 바로잡는 것이 회개의 참 뜻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뉘우침은 있으나 고침은 아직 없는데도 회개했노라 말을 한다. "제가 오늘 목사님 설교 듣고 남편 구박한 것 회개했잖아요." 또는 "제가 얼마나 회개했는지 모릅니다." 두 경우 다 '뉘우쳤다'나 '잘못을 인정했다'로 바로 잡아야 한다. 고침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왜 회개했다고 말하는 걸까? 아마 뉘우침과 함께 고치려는 마음을 먹었기 때문일까? 그러나 맘먹는 것과 맘 먹은 바를 결행함은 같은 말이 아니다. 전자가 반드시 후자를 결과하지는 않는다.
성경이 말하는 회개는 뉘우치고 고치려는 마음을 먹는 것이 아니라 고치는 것이다. 잘못된 길에서 되돌아 오는 것이다. 마음상태가 아니라 행동을 요구한다. 잘못된 길인줄 알고 돌아가야지 생각하면서 돌아가지 않는다면 그에겐 아직 회개하라는 요구가 남아 있다.
앞서 회만 있고 개는 없다 했는데, 역설적이게도 개가 따르지 않는 것은 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다. 잘못에 대한 뉘우침이 크면 고침도 빠르고 오래 갈 것이다. 많은 경우 우리는 잘못을 잘못으로 인식하지도 않거니와 인식한다하더라도 인정하는 데에는 인색하다. 설령 말로는 잘못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저 말뿐인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니 고침이 따를 리가 만무하다. 더우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개했다고 말할 수 있으니 더 그러하다.
이제부터라도 말을 바로 사용하면 좋겠다. 회개하다는 잘못을 바로잡다, 고치다, 잘못된 길에서 돌아서다에만 쓰고, 뉘우치다, 잘못을 인정하다를 회개하다로 대체하지 않도록.
2016. 09. 17
쉬운 얘길 어렵게 말한 건 아닌가는 생각이 듭니다. 말로 할 때는 쉽게 했는데 글로 전달하려니 생각할 게 많아서인지 쉽지가 않더군요.
제 생각의 출발은, 회개했다는 말을 하는데 고쳐지지 않고 똑 같은 잘못을 계속하는 이유가 무엇일까란 의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회개했다고 말을 하는데, 실은 뉘우침만 있었지 아직 고침은 일어나기도 전에 이미 회개했다고 말하고, 그렇게 말하니까 회개한 것이 되어 버리고, 그러니까 회개할 것이 없는 것이기에, 정작 회개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도달한 겁니다. 부지불식간에 자기 자신을 속인 것이지요, 회개의 전반부만 했으면서 온전히 다 했노라고. 그래서, 용어 정리가 제대로 되면 그렇게 자신을 속이는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 든 겁니다.
이와 함께 우리가, 회개란 것을 참 가볍게 여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회개는 참으로 중요한, 아주 심각한 사안인데도 말입니다. 성경에 의하면 회개하는 자의 심정은 절박하고 급박하며 비통합니다. 그래서 통회라는 말을 씁니다. 가벼운 반성이나 후회 정도가 아니라, 가슴찢는 뉘우침을 먼저 요구하는 것입니다. 재를 뒤집어 쓰고 굵은 베옷을 입고서 말입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석고대죄지요. 그래야만 진정 회개가 행해지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회개했다는 말을 너무 쉽게 너무 가볍게 내뱉습니다. 마치 회개가 별 게 아닌듯이. 이것은 회개의 중요성을 희석시키는 일이며, 깊이 생각해 보면, 하나님을 모독하는 일입니다. 제가 너무 나간 것 같습니까? 아닙니다. 우리에게 회개란 그토록 중차대한 사안임을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 삶에 진정한 회개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회개를 가볍게 여기셨다면 그것부터 회개하셔야 합니다. 반쪽 회개 말고, 온전한 회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