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오른 쪽 목 아래 부분에 둔한 통증을 동반한 혹이 만져지기에 주치의를 찾았더니 CT 스캔을 해 보라더군요. 임파선 부위에 혹이 확인되었습니다. 단지 임파선이 부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종양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찾았습니다. 갑상선 전문의이기도 한 그 의사는 제 목 부위를 잠깐 촉진한 후, 갑상선 암이 재발한 것이 틀림없답니다. 아마도 그 주변에 몇 개의 종양이 더 있을 거라면서 곧 수술을 해야 한다더군요. 수술 후 아마도 이틀을 병원에 있어야 한답니다.
4년 전에 이미 겪은 일을 다시 겪게 되었습니다. 성가시다는 생각, 견딜 만하긴 했지만 결코 달갑지 않은 통증에의 기억, 무엇보다 아내의 심려가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그러면서 한편, 제 자신이 한심하고 부끄럽습니다. 그 4년을 헛되이 보낸 듯해서 입니다. 같은 시험을 두 번 치르기에 그렇습니다. 4년 전에 이곳에 “갑상선 암”이란 제목의 글 말미에 이렇게 썼었습니다.
“무엇 하나 당신의 허락없이 계산되어짐 없이 이루어지는 일이 없는 고로, 제 목 속에 자리잡은 이 암덩어리는 틀림없이 하나님께서 저를 위해 (따라서 당신을 위해) 의도적으로 두신 거라 믿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제 목표는 갑상선 암이 있음으로 인해 하나님께서 제게 바라는 그 모습에 더 가까이 가는 일입니다. 제게 주어진 갑상선 암을 어떤 이유로든 무용지물로 만들지 않도록 함께 기도 부탁드립니다.” (유상 코너 #56 갑상선 암 2006-3-29)
그런데 그 4년 동안 저는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었나 봅니다. 제 딴엔 달리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열심히 걸었노라 여겼는데, 하나님 보시기엔 아니었나 봅니다. 그래서 다시 원위치에서 재시험을 받는 거겠지요. 어디가 어떻게 틀렸다고 말씀해 주시면 좋으련만, 그것을 알아 내는 것도 제가 풀어야 할 몫인가 봅니다.
의사를 보기 전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여주봉 목사가 쓴 “거짓 신앙 체계”란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참 신앙은 하나님 중심의 신앙이요 거짓 신앙은 자기 중심의 신앙이란 요지의 글을 읽으면서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말로는 글로는 하나님 중심 신앙이라 외치던 내가 어쩌면 자기 중심적인 거짓 신앙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자각에 따른 두려움입니다. 어쩌면 제 신앙은 피상적이고 관념적인 수준에 불과하지 않았던가 자성해 봅니다.
두렵습니다. 이번에도 또 실패하면 어쩌나, 같은 자리 두 번 칼 대면서까지 깨닫지 못하고 익히지 못하면 어쩌나. 나는 내 아둔함으로 인해 같은 고생 두 번 한다지만, 번번이 나보다 더 맘 고생 심하게 하는 아내는 남편 잘 못 만나 또 맘 고생해야 하니, 그 미안함을 어찌 갚을지. 재시험을 앞두고 맘이 무겁습니다.
2010년 10월 15일
성공적이 수술이 되길 기도하겠습니다.
차후로 재발되지 않길 기도하겠습니다.
그리고 천사님의 맘도 붙잡아 주십사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