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에 삼십 분동안 열심히 쓴 글을 날렸습니다. 그동안 글쓰기를 게을리하여 많은 분들을 궁금케 한 벌이라 여기겠습니다.
제 코너의 마지막 글이 8월 25일자라는 사실에 너무 놀랐습니다. 오늘이 1월 26일이니 꽉 찬 오개월을 새 글 하나 올리지 않고 보냈다는 사실이 쉽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시간을 많이 건너 뛴듯한, 아니 시간이 나를 건너 뛰어 간듯한 느낌입니다. 그동안 많은 분들께서 제 근황이 궁금하셨고 더러는 염려도 하신 듯합니다. 실상 저도 그럴 거란 생각이 들어서, 잘 지내니 큰 염려는 마시란 말씀 정도는 드려야 한다 하면서도 이런 저런 핑계로 여지껏 미적대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김형주 형제께서 제 안부를 공개적으로 묻지 않았다면 그리고 운영자께서 제 대신 답글을 올리지 않으셨다면 오늘 이 글을 쓰고 있을지도 의문스럽습니다.
건강합니다. 매주 일회씩 골프와 테니스를 즐기고 있고, 함께 007 카지노 로얄을 보고 난 아내가 새 제임스 본드인 대니엘 크레이그의 몸매에 뻑 갔다기에 3년 후 결혼 기념일에 그 몸매를 선물로 주겠노라 약속한 후 헬스에 가서 몸매도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잠수를 탔느냐? 뭐 하느라 새 글 하나 없이 장장 다섯 달 동안 옥같은 홈피에 티를 묻혀 두고 있었느냐? (결국 운영자께서 더는 참지 못하시고 티를 가리셨습니다. 박 목사님,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그 이유를 말씀드리기 전에 먼저--정순태 형제님과 허경조 형제님, 칼럼 개설 축하드리고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박진호 목사님, 두 분의 참여를 축하드립니다. 회원이 많이 늘어난 것도, 홈피에 새 기능 (사진 올리기) 생긴 것도 축하드립니다. (머잖아 찬송 소리도 들릴려나?)
제가 그동안 왜 글을 안썼느냐? 아니 안부조차 알리지 않았느냐고 물으신다면
죄송합니다 (꾸벅). 죄송합니다 (꾸벅). 정말 죄송합니다 (꾸벅----). 제 마지막 글을 올렸던 그 무렵에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쓸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참으로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었습니다. 그 시기를 넘기면서 제 자신에 대해 많은 성찰을 하게 되었고 제 신앙 상태와 제 글쓰기에 대해서도 점검해 보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감을 잃게 되었습니다. 과연 내 글이 하나님의 도구로 쓰여지고 있는 걸까? 아닌 것 같았습니다. 하나님 핑계대고 그저 제 하고 싶은 얘기했던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꼭 해야 할 얘기들이었나? 아닌 듯했습니다.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어쩌면 하지 않았더라면 여러분들의 시간과 기분은 낭비하지 않았겠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멋에 겨운, 내 잘난 척하는 글이었지는 않나? 그런 것 같았습니다. 아무리 부인하려 해도 부인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렇게 되니 더 이상 글을 쓸 수가 없더군요.
그렇다면 왜 글을 그만 쓰겠노란 말을 않았는가? 왜 계속 글방을 유지하고 있었는가?
이유는 여러가지 입니다. 제 우유부단함도 있고, 글쓰기에 대한 미련도 있고, 이 홈피에서 교제를 나누는 형제자매들에 대한 죄송함도 있고, 또 제게 방을 내어준 박목사께 대한 복잡한 심경도 있습니다. 게다가 제 맘 속에 명확하게, “그만 접어라”는 말씀이 들리지 않습니다. 그런 저런 이유로 갈등과 회의 속에서도 기다려 보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살다 보면 몇 번쯤은 겪게 마련인 굴곡이나 슬럼프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함께 있었기 때문입니다.
언제 다시 글을 올리게 될지 어떤 글을 올리게 될지 아니면 이러다 제 글방을 폐쇄하게 될지 지금으로선 확실치 않습니다. 내일이라도 다시 새 글을 올릴지도 아니면 또 다시 몇 개월 잠잠할지도 모릅니다. 지천명의 나이를 넘긴 지도 한참이건만 이 정도도 모른다니 스스로에게도 참 한심하다 여겨집니다. 건강하게 잘 있다는 것만으로 좋은 맘으로 인내해 주시고 이해해 주시길, 그리고 조속한 시일 내에 하나님의 미세한 음성을 또렷이 들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늦었지만, 건강하시고 감사와 기쁨과 평안이 넘치는 새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1. 26. 2007
보고 싶었습니다 !! 샬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