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제게 참으로 무서운 분이셨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지식이 얕았고 얇았으며, 그나마 가진 것도 나중에 알고 보니 그릇된 지식이었습니다. 한 달란트 받은 종처럼 (마 25:24-25) 제게 있어 하나님은 잘못한 자들을 벌주시고 지옥에 보내시는 분이셨습니다. 그렇기에 “하나님은 사랑이시라”는 말이 도무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아직 말씀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기 전의 일입니다.)
나이 서른 일곱에 얻은 첫 아들이 (집안의 대를 이을 유일한 사내아이가) 다운증후군을 지닌 장애아로 판명이 났을 때, 하나님 없는 듯 살다가 벌을 받았구나, 생각했습니다. 하나님이 참 야속했습니다. 벌을 줄 것이면 내게 줄 것이지, 왜 아무 죄없는 아이에게 그런 몹쓸 벌을 내리냐고 악다구니 썼습니다. 그러다가 실은 그런 아이를 안고 사는 것이 제겐 더 큰 벌이라는 것을 깨닫고 난 후엔 입을 다물었습니다.
벌을 받았다 여겼으면 하나님께 그간 잘못했노라 용서 빌고 돌아가야 했으련만, 아이의 장애에 익숙해지면서 다시금 하나님 필요 없다며 내가 나의 주인이 되고 하나님이 되어 살았습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행복한 삶을 살던 어느 날, 느닷없이 아내가 나와 아이를 두고 떠났을 때 또 다시, 벌을 받았구나 생각했습니다.
다행하게도 이번에는 교회로 찾아 나섰습니다. 하지만 잘못을 회개하여 하나님께 용서를 빌러 나간 것이 아니라, 당시 너무나 마음이 춥고 외롭고 괴로워 사람들로부터 사랑과 위로를 받고 싶어 그리 한 것이었습니다. 마침 그때 그 교회에선 신명기를 읽고 있었는데, 가나안 거민들을 어린 아이들까지 죽이게 내버려 두시는 하나님에게서 사랑은커녕 거부감만 느꼈습니다. 다행히도 교인들은 제게 따뜻이 대해 주었고 제게 사랑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나중에 그것이 하나님께서 주신 사랑임을 알게 되었지요.) 그게 좋아서 주일이면 꼬박꼬박 교회를 갔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설교가 귀에 들어 오고 성경이 읽혀지더군요. 참으로 놀랍고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신명기를 계속 읽는 중에 저는 그토록 잔인한 하나님의 놀랄만한 사랑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가난한 자, 과부, 고아, 노예, 우발적 살인자 등을 위해 별도로 보호조치를 취하시는 하나님의 그 섬세하고 자상한 마음을 보면서 처음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알게 된 것입니다. 감탄을 금할 수가 없더군요. 우리 인간을 이토록 자상하게 보살펴 주는 신은, 제가 알기론, 여호와 하나님뿐이었습니다. 어떻게 우리가 서로에게 하는 것보다 더 우리를 챙겨 주고 보살펴 준단 말인가! 그날이래 저는 하나님의 사랑을 의심해 본 적이 없습니다.
문제는, 제 사랑이었습니다. 제 속을 아무리 뒤져 보아도 그 사랑에 답할 만한 사랑의 감정이 안보였습니다. “저도 하나님을 사랑해요”라고 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는 겁니다. 하나님께선 성경 곳곳에서 절 연애하는 마음으로 사랑한다 하시는데, 제겐 그 연애하는 마음이 없으니 이걸 어쩝니까?
결국, 기도를 드렸습니다. 제 마음 속에 예수님을 향한, 하나님을 향한 사랑의 감정을 주십사고. 애인에게 품는 그 두근거림과 뜨거움과 기쁨을 주십사고. 그렇게 기도를 드리고 또 드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기도 중에 느닷없이 하나님에 대한 사랑이 제 가슴 속에 콸콸 솟구쳤습니다. 제 귀에, “하나님 사랑합니다”란 소리가 들렸습니다. 제 입에서 나온 말이었습니다. 그 말이 전혀 어색하지도 생소하지도 않았습니다. 진심이었으니까요. 제 눈에선 눈물이 흘러 넘쳐 두 뺨을 타고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습니다. 하나님의 큰 사랑에 목이 메어 겨우,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두 마디를 번갈아 되뇔 뿐이었습니다.
몇 주 전에 교회 구역식구들과의 모임에서 첫사랑에 관한 나눔이 있었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제 첫사랑 경험을 나누는데 한 분이 이런 질문을 하시더군요. 무엇이 달라졌던 건가요? 어떻게 사랑의 감정이 생겼나요? “글쎄요, 하나님께서 제 기도를 들으시고 그런 마음을 주셨겠지요”라고 말하려는 순간 제 속에 다른 대답이 떠올랐습니다.
“제 마음 속에 저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물밀 듯 밀려왔고 그에 대한 자연적인 반응이었지 않나 싶어요. 그러고 보니 그전까지는 머리로만 그 사랑을 알고 있었나 봅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지식으로 지니고 있었을 뿐 가슴 속에서 체험하지는 못 했기에, 제 마음 속에서 반응이 일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날 아마도 하나님의 사랑을 처음으로 온전히 체험한 듯합니다.”
아마도 하나님께선 제 기도를 기다리고 계셨던 듯합니다. 제 진심이 무르익기를 기다리고 계셨던가 봅니다. 제 마음이 당신을 향해 열릴 때까지 당신의 주특기인 그 오랜 참음으로 제 마음 문 밖에서 기다리고 계셨던 겁니다. 제가 그 문을 열고 주님을 영접하자 주님께선 제게로 들어 오셔서 그날부터 당신의 약속대로 이날까지 저와 더불어 먹고 계십니다.
“볼지어다 내가 문 밖에 서서 두두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로 들어가 그로 더불어 먹고 그는 나로 더불어 먹으리라” (계 3:20)
2008. 4. 11
그랬군요!
항상 씩씩하신 군병인줄로만 알았는데 영광의 상처를 잔뜩 지니셨군요!
주님께서 첫사랑을 경험케 허락해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형제님의 아픔을 통해 선으로 인도하신 은혜(체험) 많이 나눠주시기를 기다립니다. ^^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