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러기 전에 내가 먼저 무상코너로 이름을 바꾸자 그럴까는 얄팍한 생각이 들 만치 부끄럽고 죄송스럽게도 유상코너엔 새 생각이 (글이) 없습니다. 한동안 이런 저런 감정 때문에 곤혹스러워 들여다 보지 않았었는데, 가장 최근의 글이 작년 9월 끝날에 쓴, 길에서 주워와 기르고 있는 고양이에 관한 글이군요. 벌써 7개월이 넘었습니다. 2006년 8월 말까진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꽤 많은 이런 저런 생각들이 올려져 있는데, 그후 마치 혼수상태에 빠지기라도 했던 것처럼 뚝 멈췄다가 이듬해 1월에 그동안의 절필에 대한 변명과 간략한 근황 설명의 글이 하나 있고 2월에 하나, 그리고 또 한참이 지나 11월에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겠노라는 글로 그 해를 넘겼더군요. 그 말을 하지나 말지. 그리곤 2008년 3월부터 4월까진 다시 예전처럼 여러 생각들을 나누다가 또 느닷없이 글쓰기를 멈추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단 네 편의 글이 올려져 있을 뿐입니다. 그 해 11월에 교회를 옮기는 문제에 대한 생각 한 편과 2009년 9월에 세 편의 글을 올린 것이 전부입니다.
그래, 2006년 8월부터 2007년 10월까지의 일여년의 기간은 침체기였고 그 해 11월부터 이듬 해 2월까진 회복기였다 치자. 그런데 2008년 5월부터 2009년 8월까지 그리고 그 해 10월부터 지금까지 또 다시 침묵으로 일관한 까닭은 어디에 있는가?
확실한 것 하나는, 감사하게도, 내게 건강상의 이유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지금 예전보다 더 건강함을 느낍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2006년도에 아내가 새 제임스 본드에 뽑힌 영국 배우 대니엘 크레이그의 몸매에 감탄하기에 3년 후 결혼기념일에 그 몸매를 선물해 주겠다 큰소릴 쳤었는데, 그후 두 해를 빈둥대며 보내다, 마지막 해인 금년 초에 부랴부랴 몸매관리를 시작했습니다. 약속일인 지난 5월 1일의 결혼기념일에 아내는 제 선물을 흡족히 받아 주었습니다. 사실 아직은 몸매랄 것도 없음에도, 눈에 띄게 줄어든 뱃살만으로도 아내에겐 감동이었나 봅니다.
건강상의 이유가 아니라면, 글쓰기엔 대한 흥미를 잃었던 건가? 아니면 소재가 궁했나?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제 책상 서랍엔 글로 풀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단상의 메모들이 가득합니다.
제가 글을 쓰지 못한 일차적 까닭은, 2007년 1월에 올린 제 글에서 이미 밝혔었고 또 최근에 정순태 형제님께 개인적으로 말씀 드린 바 있습니다만, 제 글에 대한 자신감의 결여와 독자들의 질타에 대한 두려움에 있었습니다. 제 글을 대하는 사람들은 그 글에 대한 최소한의 기대라도 지니고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읽게 될 것인데, 그 글이 과연 그만한 값어치가 있는가라는 물음에 긍정적 확답을 할 수가 없는 겁니다. 설령 그 내용이 내가 깨달은 성경의 진리이거나 삶의 지혜라 하더라도, 그것이 무어 그리 대단한 혼자만의 깨달음이라고 떠벌이냐는 제 속의 비아냥을 무시할 수가 없더군요. 잘난 척하지 말고 그냥 조용히 살라는 제 속 말을 떨쳐 버릴 수 없었던 거지요.
그런데, 내가 글을 쓰지 않는 것이 그런 이유에서라면, 어쩌면 그것이야 말로 잘난 체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라는 자성이 일었습니다. 내 스스로에게 과도한 가치와 기대를 부여하는 교만 말입니다. 그런 자성과 함께, 겸손히 내 부족함을 인정하자, 내가 잘 나서 도움이 될 수도 있겠으나 내가 못 나서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겠나, 아니 어쩌면 내 못남으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겠나, 아니 단 한 명에게라도 어떻게든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충분한 값어치를 한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살그머니 고개를 내밀더군요. 그럼에도 아직 새 글을 올리지 못 한 까닭은, 그 생각이 실은 겸손을 가장한 고도의 교만은 아니냐는 반론과 제 글재주의 부족과 제 까탈스런 성격에 있습니다. 글재주는 부족한데 성격은 까탈스러우니 글 쓰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이렇게 저렇게 바빠서 (실은 시간관리를 잘못 해서) 글쓰기를 시작할 엄두를 못 내고 그냥 생각들을 기록해둔 메모지만 계속 쌓이고 있습니다.
사실 한동안 이 사이트 출입을 게을리하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이곳엔 일대 부흥이 일고 있지 뭡니까. 정순태 형제님께서 컴백을 기대케 하시고 기쁨의 날들께서 형제님의 공백을 메우고 계시고 이선우 형제님의 뛰어난 묵상과 간증이 넘치고, 김순희 자매님의 열심과 순정이 진하게 풍기고. 게다가 제 아래로 든든한 받침이 두 개나 더 생겼습니다. 이 부흥의 불길이 제 부정적인 생각과 염려를 다 불사르고 오직 주님과 이곳을 찾는 주님의 백성들을 향한 사랑의 불씨만 남겨 주셨습니다. 이제 그 불씨가 다시 활활 타오르길 기대합니다.
2010년 5월 18일
목빠지게 기다렸던 소리는 이제 사라졌습니다.
대신에 꼴깍~~ 꼴깍~~
이게 무슨 소리인지 아시겠습니까?
집사님의 이전보다 훨씬 더 진솔하고도 뜨거운 부흥의 불씨가
이 코너에서 활활 타오르길
다 같이 침 삼키면서 기다리는 소리입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