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애가 부족한지, 다들 온통 관심을 뺏긴 월드컵 경기에 전 덤덤합니다. 물론 한국이 또 한 번의 쾌거를 이루기를 바라지만,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괜찮습니다. 두 새벽 잠을 경기 중계를 듣는 데에 바친 아내로부터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상대 선수가 찬 공이 박주영 선수의 다리에 맞고 들어가 박주영 선수가 소위 "자살골"을 넣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가슴 아팠습니다. 16강 진출에 실패할 경우 그에게 쏟아질 숱한 빈축과 질타와 모멸을 예견하니 그가 너무 불쌍했습니다. 골을 넣을 때마다 잔디에 무릎 꿇고 두 손 모아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드리는 그 젊은 청년에게 하나님은 어찌 이리 가혹하신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오늘, 나이제리아와의 경기를 사무실에서, 속도가 느려 자주 끊어지는 인터넷으로 보면서, 속으로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경기의 승패와는 상관없이 그저, 박주영 선수가 한 골을 넣을 수 있게 도와 주세요. 그를 회복시켜 주세요. 베드로를 회복시켜 주셨듯이, 그에게도 기회를 주세요.
이정수의 절묘한 헤딩슛으로 일대일 동점으로 전반전이 끝나고, 점심을 먹고 일을 처리하느라 축구관전은 잊어 버리고 어느새 경기가 끝났을 시간이 되었더군요. 다시 인터넷으로 점검하려는 순간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르헨티나와 함께 16강 진출을 하게 되었다며 들떠 있었습니다. 이겼느냐니까 이대이로 비겼는데 그리스가 아르헨티나에 지는 바람에 우리가 비기고도 진출권을 땄노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전, 혹시 박주영 선수가 골을 넣었느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아내는, 그렇다고, 그것도 아주 어려운 골을 넣었노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아내에게 내가 하나님께 박주영 선수가 골을 넣게 해 달라고 기도했었다고 말하자, 아내도 그렇게 기도했답니다. 비단 우리 부부뿐이겠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기도했겠지요. 그리고 하나님께서도 그렇게 응원하셨을 겁니다. 주영아, 넌 할 수 있어, 지난 일은 잊어 버리고 그동안 갈고 닦은 네 기량을 발휘해라고. 박주영 선수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제 마음에 와 닿아 가슴이 매이며 눈에 눈물이 솟았습니다. 아, 하나님! 감사합니다!
박주영 선수의 프리킥 동영상을 보니 정말이지 절묘한 슛이었습니다. 제가 축구를 잘 몰라서인지는 모르지만 제 눈엔 하나님께서 도와 주셨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려워 보이는 골인이었습니다. 무릎꿇고 두 손 모은 박주영 선수의 모습에서 그와 하나님과의 진한 사랑을 봅니다. 하나님이 원망스러웠을 법도 하건만. . .그의 믿음이 대견합니다. 축구 천재에게서 축구가 아니라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배웁니다. 오직 하나님의 영광만이 가득한 월드컵 경기가 되길 진심으로 간구합니다.
2010년 6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