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내와 함께 놀러 간 샌 클레멘테 해변은 해변을 따라 철길이 나있고 그 철길 옆으로 약 2.3 마일(3.7킬로)의 산책로가 나 있습니다. 아내는 아직도 저와 단 둘이 시간을 보내길 좋아 합니다. 다른 사람이 있으면 아무래도 이런 저런 신경이 쓰이는데 둘만 있으면 편하고 좋다고 합니다. 전, 당신과 둘만 있는 것이 더 행복해요란 대답을 은근 예상했는데, 그건 아닌가 봅니다. 아뭏든, 아내와 전 다정하게 손을 잡고 따스한 햇살과 부드러운 바다 바람을 받으며 그 길을 끝에서 끝까지 걸었습니다. 그리고 돌아올 때엔 신발과 양말을 벗어 손에 들고 바지를 걷어 올리고 바닷가를 맨발로 걸었습니다. 마침 그 시각이 밀물 때였던지라 밀려 오는 파도에 그만 바지 가랑이가 다 젖고 말았지만 우린 오랫만에 아이들처럼 깔깔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이 해변은 모래보다 자갈이 더 많았는데, 자갈들의 크기는 아주 다양해 주먹만 한 것부터 좁쌀만 한 것까지 눈에 띄였습니다. 얼핏 돌도 자라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무생물인 돌이 자랄 리는 없으니 실은 커다랗던 돌이 저렇게 닳고 닳아 점점 작아져 굵은 모래가 가는 모래가 되고 더 작아지면 먼지가 되어 없어져 버리겠지요.
눈에 띄는 특이하거나 예쁜 자갈들을 주워 한 손에 들고 있던 신발에 담으며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옛 자아가 저렇게 닳아 없애지기를 원하시는 것은 아닐까? 저는 아직도 누구나가 저 멀리에서 보아도 알아 볼 수 있는 우뚝 선 큰 바위이고 싶은데, 하나님께서는 사람들에게서 인정받고 칭송받기를 원하는 교만한 내 자아가 하나님께로 온전히 녹아 들기까지 저를 깎고 또 깎으시려나 봅니다. 하긴 그래야 제 속에 계신 하나님이 온전히 드러 날 것입니다. 저는 점점 닳아 없어지고 제 속에 계신 예수님은 점점 크게 드러날 날에 대한 기쁜 소망으로 인해 더 즐거웠던 아내와의 해변 나들이였습니다.
2013년 5월 26일
귀한 묵상을 나누어 주심도 감사한데요 해변의 선물까지 주시니 감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