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보고

조회 수 587 추천 수 77 2011.01.12 03:59:26
수술을 받은 지 3주가 지났습니다. 수술은, 목사님을 통해서 진작에 알고 계신 대로, 여러 그예다 형제 자매님들의 기도에 힘입어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담당 집도의와 두 명의 보조의가 네 시간 반동안 온힘과 정신을 모아 예상 외로 많은 혹들을 깨끗이 긁어냈다 합니다. 감사하게도 수술 부위에 둔한 통증이 있는 것을 제하곤, 목소리도 사지도 멀쩡합니다. 내출혈 때문에 사흘을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직장은 이틀 후인 26일부터 다니고 있습니다.

회복은 생각만큼 빠르진 않습니다. 워낙 신경을 많이 긁어 내어 수술 부위인 오른쪽 목 부근은 아직 정상 감각이 없고, 마치 아직 마취에서 깨지 않은 것처럼 저린 느낌이 있습니다. 그리고 오른쪽 어깨와 빗장뼈 바로 아래 근육이 욱신거리고 아픕니다. 때때로 전기 자극을 받을 때의 찌릿한 통증이 수술부위에서 느껴지기도 합니다. 호흡이 제대로 되지 않아 예전처럼 노래를 부를 수가 없습니다. 특히 고음을 내기 어렵습니다. 이러다 합창 못 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은근히 염려됩니다. 당분간 힘든 운동은 삼가는 것이 좋다 하여, 수술 받기 몇 주 전에 다시 시작한 테니스도, 골프도 쉬고 있습니다. 사실, 쉽게 지칩니다. 기분과는 달리 기력이 약한가 봅니다.

어제는 마늘이 암예방과 치료에 좋다는 다큐 동영상을 보다가 아내가 당신도 암환자니까 마늘 많이 드세요라는 소리에 멍해졌습니다. 내가 암환자라고? 도무지 믿기지 않았습니다. 한 번도 제 자신을 암환자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게 있어 암환자는, 연속극이나 영화에서 그려지는 대로, 항암제 치료로 머리털 다 빠지고 얼굴빛은 하얗고 몸은 제대로 가누지 못해 침대에 누워 있거나 휠체어로 이동해야 하고, 정상적인 생활은 가능하지 않은 그런 사람으로 인식되어 있는 듯합니다. 그렇기에 제 자신을 암환자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이지요. 아내는, "당신 목에 의사 세 명이 네시간 반에 걸쳐 떼어내여야 할 정도로 많은 암덩어리들이 자라고 있었다구요. 그런데도 암환자가 아니라는 거예요? 이제 또 다시 발암하면 위험할 수도 있대요."라며 제게 이참에 단단히 경각심을 심어 주려 하더군요.

곰곰 생각하니, 아내 말이 맞습니다. 갑상선 암이 대수롭지 않은 암이라 하더라도 암은 암이고, 갑상선 암으로도 죽는 사람도 있다니까, 제가 각별히 조심해야 할 암환자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제가 진작에 제 자신을 암환자로 인식했더라면 지난 4년간 섭생에 더 신경을 썼을 것이고, 더 자주 정기적으로 정밀 검사를 받았을 것이고, 갑상선 홀몬 약을 매일 정해진 시각에 먹었을 것이며, 그랬더라면, 재수술을 받는 일이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자각과 함께 제 생각은 자연히 제 영의 건강으로 옮겨졌습니다. 제가 암환자가 아니라 여기고 아무렇지 않은 듯, 건강한 듯 살아온 것은, 마치 스스로를 의인이라 여겼던 것과 마찬가지의 태도가 아니었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건강한 자에게는 의원이 쓸 데 없고 병든 자에게라야 쓸 데 있느니라 내가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요 죄인을 부르러 왔노라" 내가 내 육신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 것처럼 내 영혼의 상태 역시 정확히 인식치 못하고, 영육간에 모두 건강한 듯이 살아오는 동안 내 목 속에 암덩어리가 확산되고 자랐던 것처럼 내 영 속에 죄가 확산되고 자랐음에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행히 암덩이가 만져져 육의 암덩이는 제거했지만, 내 영의 암덩이는 아직도 그대로 있지는 않나? 그 불안을 떨치기 위해 금년엔 성경을 더 가까이 해야겠습니다. 영을 스캔할 수 있는 것은 말씀 뿐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살았고 운동력이 있어 좌우에 날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여 혼과 영과 및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기까지 하며 또 마음의 생각과 뜻을 감찰하니"

여러분의 관심과 기도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제 육신의 건강은 물론 영 또한 전보다 더 강건해지도록 겸허히 처방과 말씀에 충실할 것을 다짐합니다.

2010년 1월 11일

정순태

2011.01.12 11:06:39
*.216.63.190

의사분들의 손길을 조종하셔서 선하게 마무리하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힘든 수술과정을 잘 이겨 내셨고 이어지는 회복과정도 무난히 이겨낼 김 형제님께 위로를 드립니다.
완전하게 회복되는 날, 형제님의 깊이 있는 묵상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육체의 암도 문제이지만
영혼의 암을 더욱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성경 말씀의 비췸을 통해 영이 맑아지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이선우

2011.01.12 14:48:53
*.187.106.20

유상 형님,
마침내 다시 펜을 드셨군요. 환영합니다! ^.^
늘 웃는 모습이셔서 다 회복되었는 줄 알았더니 아직도 조금 남았네요.ㅠ
지속 기도하겠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우선 간단한 운동부터 시작하시지요.
카렌 집사님께도 안부 전합니다. 정말 감사드린다구요.

김 계환

2011.01.13 04:55:22
*.2.83.123

유상형제님을 위해 기도했었습니다. 아직 주님께서 맏기신 사명이 남아있기에 천국에 가시기전 이곳에서의 삶을 연장해 주신것 같습니다. 형제님에게는 하루하루가 더욱 더 소중한 날들이 되신 것 같습니다. 주님과 더 가까이 걸어가시는 것을 뵙기에 그렇습니다. 그러하신 모습이 참 부럽습니다. 아무쪼록 기쁨가운데 평안하세요. 그리고 계속해서 그 기쁜 소식을 저희에게 선물해주시길 기대합니다. 할렐루야. 감사 감사 감사

김형주

2011.01.15 02:22:45
*.81.20.176

유상 형제님, 반갑습니다.
형제님의 글을 읽고보니 제가 걱정한 것 보다는 상태가 좋은듯 싶습니다.
하나님께서 형제님을 사랑하시니 당연히 회복 과정도 지켜주시리라 믿습니다.

근데 형제님의 정보가 별로 없는 가운데 상상만 하던 형제님의 모습보다 선우형제님이 올려주신 사진을 보니 훨씬 젊게 느껴집지네요.

샬롬!!!

김유상

2011.01.15 05:58:19
*.70.39.238

여러 형제님들의 기도와 위로, 기대, 권면 감사합니다. 아무쪼록 건강 빨리 회복하고 건강 지속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형주 형제님, 사진빨입니다. 게다가 삼년 정도 전에 찍은 사진이구요. 지금은 제 사진 보고 제가 놀란다니까요. 형주님의 상상이 거의 맞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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