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 400세가 넘은 비느하스?

조회 수 2863 추천 수 177 2007.02.03 08:11:55
♣ 삿20:27-28『여호와께 물으니라 (그때에는 하나님의 언약궤가 거기 있고 아론의 손자 엘르아살의 아들 비느하스가 그 앞에 모셨더라) 이스라엘 자손이 묻자오되 내가 다시 나가 나의 형제 베냐민 자손과 싸우리이까 말리이까 여호와께서 가라사대 올라가라 내일은 내가 그를 네 손에 붙이리라.』

▣ 들어가기

  ● 사사기 19장부터 21장까지에는 11 지파와 베냐민 지파 간의 동족상잔에 관한 기사가 나옵니다. 레위인의 타락(민족 전체의 총체적 타락)이 도화선이 되어 베냐민 지파는 600명만 남고 모두 죽임을 당합니다. 오늘 본문은 그 전쟁 중간의 기사입니다.

  ● 사사기 말미에 기록된 것으로 볼 때, 이 사건은 사사 시대 말기쯤 발생한 사건인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사사시대 말기라면 비느하스의 나이는 400세가 훨씬 넘습니다. 불가능한 일이지요.

  ● 사실 이 의문에 대해서는 비교적 상세한 견해들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은 순수한 의문이라기보다 학자들의 견해를 정리해 보고 어느 것이 좀 더 타당할 것인지에 대한 개인의견을 밝히는 방식으로 진행하고자 합니다.

▣ 학자들의 2가지 견해

  ● 먼저, 베냐민 전투가 사사시대 초기의 사건이라는 설명입니다. 편의상 A 견해라 칭하겠습니다.

    ○ IVP성경배경주석(삿20:28 해설) : 사사기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언제나 연대순으로 기록되어 있지는 않으므로, 이 사건들은 정착기 초기와 좀 더 가까운 시기에 일어났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아론의 손자(son, NIV)가 아직 살아 있고 벧엘의 궤 앞에서 제사장으로 섬기고 있을 수 있다.  

    ○ IVP성경주석(삿20:28 해설) : 여기서의 ‘비느하스’는 삼상 4:4에 언급된 비느하스가 아니라 아론의 손자를 의미한다(출6:25). 이 이름은 애굽에서 유래된 것이다(참고 18:30의 모세의 손자인 요나단). 이 계보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그렇게 하지 않을 만한 이유가 없다), 17-21장에 기록된 사건들은 분명히 사사 시대의 매우 이른 시기에 발생했다.

    ○ 톰슨성경(삿20:28 각주) : 벧엘에 법궤가 있었다는 사실(후에 법궤의 위치는 실로로 바뀌었다)과 비느하스의 언급(수22:13)은 이 사건이 사시시대의 초기에 일어났음을 시사해 준다.

    ○ 오픈성경(삿20:28 각주) : 비느하스 = 이스라엘의 훌륭하고 헌신된 사람들 중 한 사람이었다(참조. 민25:1-15; 31:6; 수22:9-34). 그는 여호수아 시대 때 장막에서 봉사하던 제사장이었다(수22:13). 이곳에 비느하스가 언급된 것과 언약궤가 벧엘에 있었다는 사실(나중에 언약궤는 실로로 옮겨졌다)은 이 사건들이 사시시대 초기에 발생했었음을 입증해 준다.

  ● 다음, 소수의 견해로서, 사사시대 후기의 사건일 가능성도 있다는 견해입니다. 편의상 B 견해라고 칭하겠습니다.

    ○ IVP성경배경주석(삿20:28 해설 후반부) : 이 사건이 더 나중에 일어난 것이라면 여기 나오는 비느하스는 아마도 실로의 엘리의 전임자였던 비느하스 2세일 것이다.

▣ A 견해가 일방적으로 유리한 견해인가?

  ● 근거 자료의 수도 그렇고, 설명 내용의 논리성에서도 그렇고, A가 일방적으로 옳은 견해인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A 견해에도 만만치 않은 난점이 있습니다. 지금부터 새로운 시각으로 되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A 견해의 비논리성 찾기라고 할 수 있겠지요?).

  ● 이 난제의 열쇠는 아무래도 비느하스에게 있다 하겠습니다. 비느하스는 분명 아론의 손자입니다(아론→엘르아살→비느하스). 비느하스는 모압 여인들과의 음행사건으로 이만 사천 명이 죽임을 당할 때, 이스라엘 남자와 모압 여자를 창으로 찔러 죽임으로써 하나님께 칭찬받은 자입니다(민25:7, 11). 정말 훌륭한 제사장입니다.

  ● 문제는 비느하스의 행위의 타당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의 나이에 있습니다. 이 당시 비느하스의 나이는 얼마 정도나 되었을까요?

    ○ 이 시기는 요단강을 건너기 직전입니다. 조부 아론이 123세를 일기로 죽은 후이나, 부친 엘르아살의 나이는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엘르아살의 나이는 대강 추정할 수는 있습니다. 일단 엘르아살이 광야에서 죽지 않고 가나안 땅에 들어가 여호수아가 죽은 다음에 사망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수24:33). 엘르아살이 가나안 땅에까지 들어갔다면, 가데스 바네아 사건 당시 그는 20세 미만이어야 합니다. 따라서 비느하스가 음행자를 창으로 찔러 죽일 당시, 부친 엘르아살은 60세(약 20세 + 광야 40년) 미만입니다(저는 엘르아살이 약 85세를 일기로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 부친 엘르아살이 60세 미만이었다면, 아들 비느하스의 나이를 대충 20-35세 정도로 추정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남녀를 창으로 찌를 만큼의 혈기를 고려할 경우, 20-30대로 추정하는 것이 큰 무리는 아닐 것입니다.
  
▣ 베냐민 지파 전투를 사시시대 초기의 사건(A 견해)으로 보기에는 무리한 면이 있다!

  ● 자, 이제 본문과 연계를 시도해 보겠습니다. 만약 본문의 비느하스는 아론의 손자인 비느하스가 분명하다면, 삿19-21장의 보충설명들(A 견해)은 설득력이 매우 약합니다. 이런 이유입니다.

    ○ 여호수아는 약 85세쯤에 요단강을 건넜고 약 25년 간 가나안 정복을 수행하고 110세에 죽었습니다(수24:29). 여호수아가 죽을 당시, 아론의 손자 비느하스는 약 45세 내지 60세 정도였을 것입니다(위의 부정확한 추정을 기준한 것입니다만 이 이상 정확히 추정할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 위에서 살펴본 A 견해를 지지하는 모든 설명들은 본문의 사건(베냐민 지파 징벌 전투)이 사사시대 초기의 사건일 것으로 간주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때 비느하스의 나이는 얼마나 되었을까요? 다시 말해, 본문 사건은 여호수아 사후 어느 정도의 시점에 발생하였을까요? 학자들의 설명처럼 과연 사시시대 초기에 발생할 수 있었을까요?

  ● 여호수아는 죽으면서 절규에 가까운 유언을 남깁니다.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이 능히 여호와를 섬기지 못할 것임을 선언합니다. 그러자 백성들이 맹세를 하고 여호수아는 돌을 세워 증거를 삼습니다(수24장)

    ○ 사시기에 들어와서 여호수아의 죽음을 다시 한번 기록합니다(삿2장). 그러면서 아주 의미심장한 한 말씀을 덧붙여 기록하게 됩니다! “그 세대 사람도 다 그 열조에게로 돌아갔고 그 후에 일어난 다른 세대는 여호와를 알지 못하며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위하여 행하신 일도 알지 못하였더라.”(삿2:10). ‘그 세대 사람’은 ‘여호수아 시대의 사람’을 의미합니다. 비느하스도 포함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일단 여호수아 시대 사람들이 다 죽기까지는 이스라엘이 크게 타락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술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합니다.

    ○ 학자들은 사사기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즉, 「이스라엘의 패역(반역)과 하나님의 보응(대적의 손에 붙이심)과 이스라엘의 부르짖음과 하나님의 구원」의 반복이라고 말입니다. 올바른 설명입니다.

    ○ 이제 베냐민 전투가 사시시대 초기의 사건이라고 한다면, ‘이스라엘의 패역’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이 지적되어야 합니다. 타락할 시간 말입니다.  

    ○ 그런데, 삿2:10 말씀을 고려하면, 여호수아 사후 수십년 이내에는 타락의 정도가 그리 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여호수아 세대의 사람들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크게 타락하지 않았던 것 같기 때문입니다(삿2:10의 분위기). 비느하스와 같이 온전한 하나님의 사람이 살아 있다면 더욱 그러했을 것입니다.

    ○ 그래도 타락하기는 했습니다. 그래서 여호수아 시절에 이미 장년에 이르렀던 웃니엘을 초대 사사로 세워 40년간 이방민족으로부터의 구원과 통치를 병행케 하셨습니다.

    ○ 아무튼, 초대 사사였던 웃니엘 시대까지는 이스라엘이 타락했더라도 그 정도가 비교적 약했을 것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 그런데 오늘 본문의 배경이 되는 베냐민 전투(삿19-21장)는 경미한 타락의 모습이 결코 아닙니다. 최악의 그리고 총체적인 타락의 모습입니다. 가나안 정복 초기(초대 사사시절)의 모습이라고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 특히 한 지파가 멸절될 정도의 사건이라면 이후 여러 명의 사사들의 기간 중에 그 영향이 반드시 기술되었어야 합니다. 하지만 어느 사사의 기록에도 이 대단한 사건의 영향을 발견할 수는 없습니다. 베냐민 지파는 사사시대 내내 한 지파로서의 활동을 하는 것처럼 기술되고 있을 뿐입니다.

    ○ 학자들의 설명대로 쉽게 사사시대 초기의 사건으로 해석하기 곤란하다 할 것입니다.

  ● A 견해에는 한 가지 더 짚어봐야 할 미비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언약궤가 실로로 옮겨지기 전인 벧엘에 있었으므로 사사시대 초기의 사건이다.’라는 주장은 타당하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이 문제는 별도 묵상인 ‘언약궤와 성막의 생이별 사연’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 나가기

  ● A 견해를 수용할 경우,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 존재합니다. 논리가 매우 취약합니다.

  ● B 견해를 수용한다면, 삿20:27(아론의 손자 엘르아살의 아들 비느하스) 말씀은 오류로 확정되고 맙니다. B 견해는, 이 사건(삿19-21장)이 사시시대 말기에 발생하였다는 것으로서, 아론의 손자 비느하스는 400여 세가 넘게 살았다는 주장이 되기 때문입니다.

  ● 심히 난처합니다만, 저는 A 견해보다는 B 견해에 관심이 갑니다. 만약 A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하지만 제 지식수준으로는 위에 제시했던 B 견해(동명이인)를 반복할 수밖에는 달리 도리가 없다 하겠습니다. 다만 이 경우라 하더라도, ‘엘리의 전임자였던 비느하스 2세’에 관한 자료와 지식을 전혀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점은 고백되어야 할 것입니다.  

  ● 그러므로 이 주제 또한 제게는 분명한 ‘의문’으로 남아있습니다. 보다 좋은 설명이 있으면 나눠 주시기를 기대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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