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표월지(標月指) 신앙

조회 수 760 추천 수 39 2012.09.07 13:24:50
                    
♣ 마23:3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저희의 말하는 바는 행하고 지키되 저희의 하는 행위는 본받지 말라 저희는 말만 하고 행치 아니하며)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있어서 목회자는 어떤 모습으로 인식되고 있을까요? 모르긴 해도 아래와 같은 순위가 되지 않을까 짐작해 봅니다.

1 순위 : 하나님의 뜻을 성도들에게 하달(선포=설교?)하는 ‘성직자’(성도들에게 하나님을 대리)
2 순위 : 성도들의 뜻을 하나님께 상달하는 ‘중보자’(하나님께 성도들을 대리)
3 순위 : 1 & 2를 가능케 하는 ‘대리자’
4 순위 : 가시교회(可視敎會=지역교회)의 유일한 ‘대표자’
5 순위 : 일반성도보다 훨씬 더 성숙한 ‘장자’

위와 같은 인식들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최고의 영적 권위자’(The Best Spiritual Authority)라 할 것입니다. 요즘은 ‘The Beyond Best Spiritual Authority’로 승진한 것 같기도 합니다.

목회자들은 이러한 일반성도들의 인식(목회자들이 세뇌시킨 결과임)을 등에 업고 지역교회에서의 모든 기능을 독식하고 있습니다. 설교권과 치리권 뿐 아니라 축복권, 재정집행권, 의결권, 행정권 등 모든 분야에서 무소불위한 권능을 행사합니다.

이러한 인식과 현실은 ‘목회자 절대 순종’이라는 관념으로 발전되고 급기야 신앙의 잣대(barometer)로까지 인정됩니다. 무조건 순종하면 성숙한 성도, 조건적이면 미숙한 성도가 되어 버립니다. 혹여 목회자의 언행에 반론이나 이의를 제기하면 곧바로 ‘사단의 주구’로 낙인찍히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목회자는 명백한 ‘성도의 한 구성원’입니다! 한 몸을 이룬 교회의 여러 기능 중에서 하나의 기능(가르치는 기능)을 담당하는 ‘여러 협력자 중의 일인’인 것입니다.

따라서 목회자에게는 ‘유일한 최고의 영적 권위’가 부여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는 그들의 언행에 무조건 순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잘 상고(詳考)하여 순종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불교 용어 중에 표월지(標月指)라는 것이 있습니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라는 뜻입니다. 또 이와 유사한 견지망월(見指忘月)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달을 보라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는데 달은 안 보고 손가락만 본다.”는 뜻입니다.

목회자의 언행(설교 포함)은 ‘예수님’(달=진리)을 가리키는 손가락의 역할이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일반성도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목회자의 손가락’이 아니라 ‘달’(성경 진리)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성도들은 ‘달’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손가락’만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그 이론적 근거가 바로 위에 말한 ‘목회자 순종’입니다.

달리 말하면 성도들의 신앙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요소가 바로 ‘목회자에 대한 무조건 순종’이라 하겠습니다.

인터넷에서 참고할만한 기사를 읽었습니다. 일간신문(기독교계열) 논설위원의 글인데, 해당부분을 인용하겠습니다.

【“8월 초 산상성회에서도 비슷한 체험을 했다. 장기 출장을 앞두고 일일 당일치기로 산상성회에 올라갔는데, 하필이면 별로 산상성회 강사 중 가장 맘에 들지 않는 목회자가 저녁예배 강사 아닌가. 기도굴에서 개별 기도를 하면서도, 홀로 등산을 하면서도, 저녁 예배를 드릴 건가 말 건가, 번민에 번민을 거듭했다.

그러다 내린 결론, 바로 표월지였다. 그랬다. 기도의 방법을 설파한 그날 저녁예배에서 난, 어투에서 패션, 논조에 이르기까지 전혀 맘에 들지 않는 강사가 토하는 기도의 방법을 하나하나 받아 적으며 그 어느 때보다 큰 깨달음을 체험했다. (중략)

표월지, 진리를 구하는 행위에서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볼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위 기사를 읽으면서 ‘제대로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구나. 참 다행이다. 하지만 만약 이 정도의 분별력을 지니지 못한 성도들은 어찌해야 할까?’라는 상념이 떠올랐습니다.

‘자꾸만 헷갈리게 만드는 손가락을 보지 않으면서 목표인 달을 바라볼 수 있는 의지를 지닌 성도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그간 경험해 온 한국교회 성도들의 평균 자질로 볼 때, ‘달을 똑바로 가리키지 못하는 목회자를 구별하고 그의 손가락에 현혹되지 않을 일반성도’는 극소수일는지 모릅니다.

‘목표인 달과 가리키는 손가락의 역할’을 혼동케 하는 책임은 목회자와 일반성도 모두에게 있다 하겠습니다만, ‘앞에서 알짱거리는 손가락에 주목하지 않으면서 기를 쓰고 달만 쳐다봐야 할 책임은 일반성도’에게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어느 성도의 체험은 아마 이를 증명하는 것일 것입니다.

더욱이 오늘 본문도 바로 이점을 강조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희”(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전문 성직자들)의 “말하는 바”와 “행위”를 구분해 낼 책임은 ‘제자들’에게 있습니다(1절).

이는 결국 일반성도들의 자기 신앙에 관한 무한책임을 강조하시는 말씀이라 할 것입니다.


얼토당토않은 ‘목회자 순종’이라는 손가락에 현혹되면 희망이 없습니다. 기독신앙의 목적은 ‘목회자의 손가락’이 아니라 “진리이신 예수님”(달)이기 때문입니다.

이 진실을 바르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책임은 오롯이 일반성도들의 소관입니다!


허망하기 이를 데 없는 표월지 신앙(보아야 할 달에는 관심도 없으면서 가리키는 손가락만을 뚫어지게 주목하는 거짓 신앙체계)에서 자유롭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세힘

2012.09.23 15:10:07
*.100.27.84

표월지 신앙에서 자유롭기 위한 "성도로 부르심을 받은 자들" 즉 교회의 유일한 방안은, 목사들이 설교를 할 때마다 그 시작과 끝에 반드시, 매번, "손가락인 목사를 보지 말고, 달이신 예수 그리스도만 바라볼 것과 목사 자신은 교회 안에서 하나의 기능에 지나지 않으니 목사 말을 다 믿지 말고 성경에 기록된 말씀과 다른 것은 없는지 따져서 분별해 달라"는 말을 하도록 강제하는 것입니다.

물론 실현 불가능한 상상인 줄을 압니다. 또 실현된다고 해도 성도들 스스로가 영적 분별력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분명 한계도 있을 것입니다.

결국 현존하는 "기독교라는 종교의 교회당 시스템" 자체가 붕괴되지 않는 한, 표월지 신앙은 어리석은 성도들에 의해 유지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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