Ⅳ. 선물마저 뇌물로 여겨 되돌려준 고지식한 사람
두 번째 글에서 『내 집에 뭔가를 들고 오는 사람은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이에 대해 한 번 더 나누고자 합니다.
어찌보면 A는 뇌물에 대하여 거의 결벽증에 가까운 경계심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그가 들려준 사연은 이렇습니다.
그가 자리를 옮겨 앉을 때 인생관을 재확립하면서 ‘재물관’에 대해서도 함께 작정했다고 합니다. 그 핵심은 ‘공직생활 동안에는 절대 뇌물을 주지도 받지도 않겠다.’는 것이었다 합니다.
그에 따른 결실이 앞글에서 언급했던 거래회사 및 하급자들과의 엄격한 관계 유지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진짜 선물’조차 ‘뇌물’처럼 경원시한 경험도 있었다고 합니다.
한번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하급직원이 텃밭에서 생산한 고구마를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 가지고 왔더랍니다. 고맙다며 잘 먹고 그 다음날 1만원을 봉투에 넣어 그에게 주었답니다.
“진심은 알겠지만 스스로 세운 ‘선물과 뇌물 기준’을 ‘스스로 파기’ 하기 싫어서 냉정하게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일로 ‘막혀도 너무 막힌 사람’이라는 핀잔을 여러 번 들었다.”며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러면서 그가 조금 더 설명해 주었습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었고 박봉에 시달려야 했던 이전의 삶에서 단 돈 몇 푼이라도 마련하여 상관에게 선물하기가 그렇게 힘들더랍니다.
그리하여 그는 “앞으로 내 사전에 뇌물(賂物)은 없다!”는 다짐을 분명히 했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사전도 찾아보고 인터넷도 검색하면서 ‘선물과 뇌물의 차이점’을 알아보려 노력했으나 애매하기만 할 뿐 명쾌하지 않더랍니다.
심사숙고한 끝에 ‘선물과 뇌물 구별법’을 스스로 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 선물 = 힘(능력) 있는 자가 자기보다 못한 자에게 주는 것!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잘 사는 자가 못 사는 자에게,
권한자(갑)가 이행자(을)에게 주는 것만이 선물이다!
* 뇌물 = 선물의 정의에서 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것!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못 사는 자가 잘 사는 자에게,
이행자(을)가 권한자(갑)에게 주는 것은 이유 불문코 무조건 뇌물이다!
곰곰이 되새겨보니 A의 결벽증에 가까운 선물과 뇌물의 구분이 옳은 것처럼 생각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