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가른 이야기도 아니요, 갈멜산 극적인 승리 이야기도 아니었습니다. 천국체험도 아니요, 몹쓸 병에서 고침받은 경험도 아니며, 하다못해 방언 이야기도 아니었습니다.

내놓을 것 하나 없는 소시민들의 일상사에 관한, 내용도 없고 줄거리도 없는 시시콜콜한 신변잡담 몇 마디였을 뿐입니다.

30년 넘는 신앙생활 속에서, 성공지향적 신앙관의 폐해를 너무 많이 경험하다보니, 이제는 성공 사례에는 아무런 감흥도 일지 않습니다.

세계 최대교회를 설립한 목회자, 코미디언보다 더 웃기는 목회자, 설교 잘하고 베스트셀러 써내는 목회자, 부처 가운데 토막처럼 아무런 흠집도 없을 것 같은 목회자 - 그리하여 평신도들의 무한 존경받아 누리는 그런 분들에게, 저는 아무 관심이 없습니다.

천국을 수십번 다녀왔다는 분, 일년에 수천명씩 전도한다는 분, 방언 못하면 하늘문 구경도 못한다고 강하게 주장하시는 분, 목사의 말은 단 한번도 거역하지 않았다 자랑하시는 분 - 그리하여 다른 이들의 지극한 부러움을 만끽하는 그런 평신도들에게, 저는 역시 별 관심이 생기지 않습니다.

서리집사에 불과한 제가 관심 가지지 않는다고 이런 분들의 업적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위상이 손상되는 것도 아니기에, 전혀 문제되지 않음이 다행입니다.

그런데, 성경 역시 큰 자들이 아닌 작은 자들을 주목하신다는 것을 발견할 때마다, 제 마음은 무척 푸근해지곤 합니다.

주님은 왕궁의 사람들, 성전의 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 부자들에게 아무 관심도 기울이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기회 있을 때마다 아주 극렬하게 꾸짖으셨습니다.

그러나 여인들과 고아들과 병자들과 버림받은 자들에게는 항상 넘치는 관심을 쏟아 부으셨습니다. 주체할 수 없으리만큼 품어 주셨습니다.

하여 저 또한 평소, 누구로부터도 존경받거나 귀하게 대접받을 수 없는 갑남을녀들의 삶의 모습에, 관심과 주의가 기울여지곤 했습니다. 소시민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에 귀가 더 솔깃해지는 것을 어쩌지 못했습니다.  

그런 이야기 몇몇을 나누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세상사는 동안 끊이지 않고 이어집니다. 누구나 다 겪었고 겪게 될 내용으로 말입니다. 더 이상 해 봐도, 다 아는 이야기요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들입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마쳐야 할 시간임을 압니다.

그래서 마치렵니다. 다만, 이처럼 시시한 이야기들일지라도 우리 주님은 결코 무가치한 것이라 무시하지 않으신다는 것을 확신하면서 말입니다.

지금까지 신앙의 성공 신기루만 좇음으로써 오히려 참 신앙에 실패했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하면서, 못 다한 이야기들은 각자 이어가시기를 기대해 봅니다. 샬롬!




※ 후기 한 말씀.

마무리 글까지 모두 정리하고 난 후, 스크랩해 두었던 시를 우연히 읽게 되었습니다. 출처도 없고 단지 ‘75세 노인이 쓴 산상수훈’<그랙 맥도날드>라는 메모만 붙어있습니다. 아직 75세에 이르려면 좀더 시간이 흘러야겠지만, 작가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듯도 합니다. 바로 작은 배려를 ‘복’과 연결시키는 지혜를 노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미래상일 뿐 아니라 성경의 참 뜻 가운데 하나임을 확신하기에 소개드리고 싶습니다.  

              
『내 굼뜬 발걸음과
떨리는 손을 이해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그가 하는 말을 알아듣기 위해
오늘 내 귀가 얼마나 긴장해야 하는가를
이해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내 눈이 흐릿하고
무엇을 물어도 대답이 느리다는 걸
이해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오늘 내가 물컵을 엎질렀을 때 그것을
별 일 아닌 걸로 여겨준 자에게 복이 있나니.

기분 좋은 얼굴로 찾아와
잠시나마 잡담을 나눠준 자에게 복이 있나니

나더러 그 얘긴 오늘만도 두 번이나 하는 것이라고
핀잔주지 않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내가 사랑받고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해 주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내가 찾아갈 기력이 없을 때
내 집을 방문해 준 의사에게 복이 있나니.

사랑으로 내 황혼녘의 인생을 채워주는
모든 이에게 복이 있나니

내가 아직 살아있을 수 있도록
나를 보살펴 주는 내 가족들 모두에게 복이 있나니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리라!』

♥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므로 “아멘!”으로 화답할 수는 없으나, 성도의 바른 깨우침이기에, 전적인 공감을 표하며 환우들과 나눴던 모든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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