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목사 예복(예배복) Ⅱ

조회 수 1534 추천 수 114 2009.08.15 08:04:51
※ 일전 위 제목으로 살펴 본 바 있습니다만, 각도를 조금 달리하여 한번 더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인터넷에서 읽은 어떤 글에서 모티브를 얻긴 했으나 전혀 별개의 내용입니다.

매년 개최되는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뭇 남성들이 좋아하는 행사입니다. 완벽한 얼굴과 몸매를 지닌 팔등신 미녀들의 비키니 콘테스트 시간을 제일 좋아합니다. 심사위원의 채점 결과에 따라 등위가 결정되고 급기야 단 두 사람만 남을 즈음이면 긴장되기까지 합니다. 최종 호명 받은 여성이 최고의 미인입니다(요즘은 공중파 중계가 없어졌지요).

전년도 미스코리아의 고별행진에 이어 왕관이 인계됩니다. 왕관을 받아써야 비로소 명실상부한 미스코리아 진으로 확정됩니다. 왕관은 ‘적법한 미스코리아 후계자’의 최종 증거물인 셈입니다.


성경에도 이와 비슷한 후계자 발탁 사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성경에서 사용되는 상징물은 왕관이 아니라 ‘겉옷’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말입니다. 2곳만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대제사장직 인계인수의 경우로서 민20:25-26절입니다. “너는 아론과 그 아들 엘르아살을 데리고 호르 산에 올라 아론의 옷을 벗겨 그 아들 엘르아살에게 입히라 아론은 거기서 죽어 그 열조에게로 돌아가리라.”

여기서 “옷”(히:베게드)은 ‘배반/반역’의 의미도 있으나 ‘의복/덮개’의 뜻입니다. 이 단어는 제사장의 옷으로부터 가난한 자의 누더기 옷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옷에 공통으로 사용되는 단어입니다.

“거룩한 옷”(히:베게드코데쉬)이라 불리는 제사장 제복은 흉패와 에봇과 겉옷과 반포 속옷과 관과 띠 등 6종으로 구성되고(출28:4), 출28장에 제작법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겉옷”(히:메일=겉옷/외투)은 큰 수건과 비슷하며 중앙에 구멍이 있어 머리에 뒤집어쓰는 형태의 외투입니다.

따라서 민20:26절의 “아론의 옷”은, ‘6종의 제사장 제복’ 전체를 의미하지만, 그 마지막 구성품인 ‘겉옷’이 대표성을 지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즉, 겉옷을 아들에게 입힘으로써 대제사장의 직임이 공식적으로 후대에 인계되었음을 선포한 것입니다.

※ 참고로 묵상 주제와 직접 연계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제사장 제복은 하나님께서 직접 제단(지시)하신 것으로서 ‘인간의 죄를 덮는다.’는 영적 의미를 지닙니다. 아담에게 가죽옷을 지어 입히신 사건(창3:21)을 함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다음, 선지자직 인계인수로서 엘리야와 엘리사의 사례입니다.

하나님에 의해 후계자로 지명된 엘리사를 찾아간 엘리야는 자신의 겉옷을 던집니다(왕상19:19). 겉옷을 던지는 행동은 ‘후계자로 삼는다.’는 당시 관습이었습니다.

이후 엘리사는 엘리야로부터 후계자 수업을 착실히 받은 것 같으며, 엘리야가 승천할 시기가 다가오자,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명실상부한 후계자로 확증 받으려 몸부림칩니다(왕하2장). 그러다 결국 엘리야가 승천하며 남겨놓은 “겉옷”을 주움으로써 완전한 후계자의 지위를 획득합니다(왕하2:13).

정리하면, 구약에 나타난 제사장과 선지자 직분의 후계자 선정 모습은 ‘겉옷’이 아주 중요한 매개체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겉옷(제사장 제복에 있어서는 6종의 옷을 대표)은 ‘하나님의 인증을 받은 후계자’로서의 증표나 마찬가지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구약의 사례를 어렴풋이 이해한 오늘날의 목사들 중에, 이를 ‘목사 예복’의 성경적 근거로 활용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있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논리적 타당성만 인정된다면, 목사 예복의 명백한 성경적 근거가 증명되는 셈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엉뚱한 기대에 불과합니다. 앞에서 살펴본 제사장과 선지자의 ‘겉옷을 통한 후계자 위임방식’은 불행(?)하게도 예수님에 의해 완전히 폐기처분되고 말았습니다! 좀더 살펴보겠습니다.

요19:23절입니다. “군병들이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고 그의 옷을 취하여 네 깃에 나눠 각각 한 깃씩 얻고 속옷도 취하니 이 속옷은 호지 아니하고 위에서부터 통으로 짠 것이라.”

여기서 “속옷”(헬:키톤)은 보편적으로 옷/의복을 뜻하지만 ‘소매가 짧고 무릎까지 내려오는 튜닉’을 의미합니다. 일부 학자들은, 24절의 ‘제비뽑기’(시22:18 인용) 및 구약 제사장 복장의 “반포 속옷”을 엮어서, 속옷이 ‘제사장 옷’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매우 비약이 심한 추정에 불과하다 할 것입니다. 그냥 ‘속옷’으로 받아들이면 충분할 것입니다.

그리고 “깃”(헬:메로스)은 비유적으로 다른 의미도 지닙니다만 ‘부분/몫’을 뜻합니다. 일부 학자들은 ‘네 깃’을 머리수건, 신발, 허리띠, 몸을 감는 겉옷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자, ‘속옷’이 되었든 ‘겉옷’이 되었든, 예수님의 옷들이 누구에게 전달되었는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로마 군병들입니다!

예수님의 옷들이 벗겨져서 이방인들 손에 넘어갔다는 성경의 선포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예표와 그림자로서의 역할을 했던 구약의 완성을 웅변하는 것입니다! 구약의 제사장이나 선지자의 겉옷의 기능이 완성되었고 더 이상 필요 없어졌다는 뜻입니다.

※ 구약의 다른 예표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로 인해, 오직 그 정신은 계승․발전되지만, 모든 외양과 형식은 완성되어 더 이상 효력이 없어졌음을 알아야 합니다.

만약 구약처럼 전임자와 후임자의 인계인수 차원이라면, 예수님의 옷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사도들에게 전달되었어야 합니다. 그래야 참다운 후계자가 옹립되게 됩니다.

그런데 이게 로마병정에게 전달되었다는 말입니다! 바로 앞서 그 의미를 말씀드렸습니다. 옷에 의한 후계자 승계 방식의 폐기인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구약은 예수님에 의해 완벽히 완성되었습니다. 그 어떤 형식이라도 더 이상은 효력이 없습니다.


연변과학기술대학의 정진호 교수는 “부끄러움은 존재의 불완전성을 나타내는 한 단면이다. 그러하기에 옷은 도덕적으로 격하된 존재의 열등의식을 가리고자 하는 도덕적 표현이다.”라고 말합니다(예수는 평신도였다. p. 322).

이 말을 ‘목사예복’에 적용하여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목사예복은 인격적으로는 물론이요 영적으로도 격하된 목사들이 자신들의 열등의식을 가리고자 하는 무의식적 표현이다.」 말해 놓고 보니 그럴듯할 뿐 아니라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보여줄 게 오죽 없으면, 겨우 겉옷(목사예복) 따위로 폼이나 잡아야겠다고 몸부림치는 당사자들의 모습이 그렇게 초라하고 처량해 보일 수 없습니다. 씁쓸합니다.  


목사예복은, 구약에서 유래된 것도 아니요, 당연히 예수님으로부터 연유된 것도 아닙니다(전번 묵상은 중세 세속복장으로부터 유래되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성경과 전혀 무관하고 무의미하고 무가치한 복장입니다.  

그렇다면 목사예복(박사 학위복 포함)은 전혀 쓸모없는 것이며, 만에 하나 영적권위의 상징인양 오용되기라도 한다면, 우리 신앙에 큰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철저히 경계해야 할 물건입니다.  

흰색이든 검정색이든, 그 어떤 형태의 것이라도, 목사예복이 사라지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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