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냇가에 심은 나무, 숲이 되기까지...
시냇가에 심은 작은 나무 한 그루...
속 깊은 너른 땅이 한없이 품어 주고
말없이 흐르는 맑은 냇물이 끝없이 속삭여 주고
가슴 따뜻한 아롱진 햇살이 영영히 보듬어 주네.
마른 잔 가지는 두 손을 내밀고
여리고 푸른 잎새들은 사랑의 손짓을 보내고
적지만 탐스런 열매들은 제 몸을 던지네.
계절따라 순응하며 처연하게 서 있는 그 나무
색 바랜 마른 잎사귀 아래로 몽땅 떨궈 보내고
앙상한 잔 가지도 세차게 꺽여져 버렸네.
짖궂은 비바람이 수차례 다녀가고
흰 눈이 오래도록 머물렀다 돌아가면
높이 날아 고운 소리로 종달새가 찾아오네.
굵어진 긴 가지는 여러 손을 또 내밀고
푸르고 강한 잎새들은 사랑의 손짓을 또 보내고
풍성하고 탐스런 열매들은 제 몸을 또 던지네.
손을 내밀어서, 손짓을 보내어서, 몸을 던지어서
작은 나무 한 그루가 심겨졌는데
제 모양 꼭 닮은 어린 나무 한 그루 제 옆에 고스란히 심겨졌다네.
어김없이 찾아오는 시절을 좇아 그렇게 그렇게 순응한다면
작지만 아름다운 나무들이 찾아와 모여 푸르게 우거진 울창한 숲이 되겠지.
작은 나무 한 그루가 거목이 되기 전에...
시냇가에 심은 나무, 숲이 되기까지...
후기
내 고향 춘천, 호반의 도시에 ‘시냇가에 심은 나무’ 교회가 있습니다.
그 교회의 모토(motto), ‘우리 교회의 꿈은 거목이 되는 것이 아니라 숲을 만드는 것입니다.’ 를 보고
마음에 감동을 받아 쓴 글입니다.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왜 그런지 몰라도 원자매님 시를 읽다가 보니, 위의 김현승님의 '가을의 기도' 생각이 나서 여기에 옮겨 놓습니다. 아마도 ‘마른 나뭇가지’와 ‘굵어진 긴 가지’가 서로 대비를 이루어 제 마음 속에 중첩되어 다가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지금이 가을의 문턱이기에..^^
자매님의 시에서 인내의 세월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냇가에 심은 나무라고 결코 수월히 자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것은 모진 풍상 앞에서 순응을 배워가는 시간일 것입니다. 기도와 사랑의 채로 여과된 영혼이 어떤 환경 하에서도 홀로 설수 있는 깊음의 경지로 갈 수 있게 될 때, 비로소 시냇가에 심은 나무는 숲이 되어가는 것이겠지요. 가슴 뭉클함을 느끼며 감사를 드립니다. 어줍잖은 제 감상을 양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