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조회 수 838 추천 수 73 2010.06.10 17:20:13
   둘째 딸 조이가 만 4 살 때, 프리스쿨(pre school, 미국에서 취학 전 다니는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조이가 소아당뇨(Type 1 Diabetes) 진단을 받은 뒤, 잠시지만 처음으로 내 품을 떠나는 시간이 온 것이다. 어머니는 탯줄을 끊는 순간부터 자녀를 떠나 보내는 연습을 시작한다고 한다. 어머니들은 자녀를 처음으로 학교에 보내며 심지어 두렵고 떨리기까지 한다. 그러나 내 경우는 크게 달랐다. 조이는 질병으로 24시간 특별보호를 받아야 하는데, 나는 쉽지 않은 혈당 관리, 위기 대처 방법 등을 단 몇 시간이라도 학교 측에 넘기고 그들을 신뢰해야만 하는 것이다. 학교 관계자들과 여러 차례 만나 상의를 한 후, 처음 일주일 동안은 내가 학교 안에 함께 머물러 있기로 했다. 이것은 조이를 맡을 그들이 익숙해 지도록 돕는 길이기도 했지만, 다른 아이들과 또 다른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조이를 위해서이기도 했다.

   나는 조이의 반 옆에 자리한 쉼터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그 자리는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반으로 들여 보내고 또 선생님으로부터 아이들을 인도 받아 집으로 데리고 가는 곳의 길목에 있었다. 많은 부모들이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늘 제자리에 앉아 있는 나를 유심히 쳐다 보았다. 하지만 가볍게 눈웃음으로 인사를 나누며 떠날 뿐이었다.

   어느 날 아침, 조이와 같은 반인 아들을 데려다 놓고 떠나던 한 어머니가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왜 집에 가지 않고 기다리세요?”
   “아! 예…”
   그 어머니의 눈빛에서 많은 사람들이 보여준 시선과는 다른 것을 느꼈다. 그것은 일반적인 호기심과 동정이 아니었다.
  “제 딸 조이가 소아당뇨거든요. 새로운 학교생활에 적응하고 안정될 때까지 제가 잠시 옆에 있기로 했어요.”
   그런데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 어머니는 의자를 꺼내 내 옆에 바싹 앉아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제 큰 아들 민수는 휠체어를 타요. 뇌성마비거든요.”

   1년 전 미국에 온 민수는 특수장애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정규 학교에 다닌다고 한다. 학교에서는 특수교사가 항상 민수를 돕는다. 학교생활이 안정되기까지 1년 동안을 쫓아 다니며 눈물과 땀을 흘린 민수 엄마의 사랑의 열매였다. 눈 여겨 보았던 민수 엄마의 유독 빠른 종종걸음을 난 그제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이후로 나와는 다른 여유와 평안한 웃음을 가진 민수 엄마와의 만남은 내게 큰 위로와 힘이 되었다.  

   한 번은 독감 시즌이 되어 크게 긴장하고 있을 때였다. 조이가 독감에 걸리면 전화로 실시간 의사의 지시를 받으며 집에서 특별 간호를 해야 하는데, 응급상황이 되면 즉시 응급실로 들어 가야만 한다. 이 문제 앞에서도 민수 엄마와 난 동병상련이 되어 얘기를 나눴다. 그런데 그만 민수가 독감에 걸려 학교에 가질 못했다. 안타까워하는 나에게 민수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민수가 학교에 못 간 어제, 집에서 들들 볶았어요. 아파서 집에 있을 때는 편하고 잘해주니까 학교 가기 싫어하거든요. 학교 가는 것을 쉽게 포기해 버리죠. 오늘 아침엔, ‘오늘도 학교 안 갈래? 안 가면 어제처럼 엄마가 너 못 살게 군다!’라고 하니까 민수가 학교에 간다고 그러더라고요. 그 때 민수에게 한마디 더 했어요. ‘너 조금 아프다고 학교 가기 싫어하면 앞으로 더 큰 일 생길 때 어떻게 헤쳐 나갈래? 남자가 이 정도쯤은 이겨 내야지. 그렇게 약해서 어떻게 결혼하고 가정을 책임질래? 너 장가는 가고 싶어?’ 그랬더니 민수가 피식 웃으며 ‘나 좋은 여자한테 장가 갈 거야’라고 말하는 거 있죠? 아… 정말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여러 날이 지난 뒤, 조이와 함께 간 병원에서 민수를 만났다. 민수는 날 모르지만 난 민수를 너무나 잘 알기에 다가가 민수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빙그레 웃는 민수가 먼저 진찰실에 들어갔다. 그 뒷모습을 보며 나는 이렇게 기도했다.

   “하나님,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민수에게 꼭 맞는 배우자를 만나게 해 주세요.”

   이 기도는 내가 조이를 위하여 눈물로 드리는 기도와 같다. 깊은 새벽녘, 저혈당이 되어 다리를 떨고 있는 아이의 혈당을 체크하며 정상 혈당이 될 때까지 아픈 머리를 붙들고 30분 정도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깨어 있어야 할 때, 그런 조이를 보며 난 기도 한다.

   “하나님, 조이에게 필요한 돕는 배필을 꼭 만나게 해 주세요. 하나님께서 갈빗대 하나를 취하여 조이를 만드신 그 갈빗대의 주인이요.”  

김순희

2010.06.11 12:13:52
*.161.88.93

하나님께서 얼마나 믿음직하게 보셨으면
그 귀한 섬김을 부탁하셨는지....

기도하겠습니다.

이선우

2010.06.13 19:18:46
*.222.242.101

ㅠ.ㅠ 조이가 지금은 몇살인가요?
원집사님 요즘 건강은요?
서울 출장길에 저도 책 사서 보겠습니다.^^

원의숙

2010.06.15 00:19:20
*.235.221.149

김순희 집사님...
연약한 저희를 위하여 기도해 주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선우 집사님...
조이는 올 8월에 만 9살이 됩니다.
저는 지금 많이 회복 되었습니다.
관심과 배려 감사 드립니다.


연약하고 부족한 저희에게 사랑을 베풀어 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삶 가운데 의의 나무 곧 하나님께서 심으신 그 영광을 나타낼 자로 일컬음을 받으시는
여러분 되시길 기도 드리며 주의 사랑으로 축복합니다.

minsangbok

2010.06.16 09:20:37
*.197.56.45

오늘 신문을 읽다가, 앞으로 2년안에 Type1 diabetes 를 치료하는 약이 나옵답니다. 3차 임상실험까지 끝나고 FDA 에 보고했답니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문득 자매님의 이 글이 생각났습니다. 기도하며 죠이를 기르시다보면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입니다. 저는 나이 많은 type 2 당뇨지만 주님의 은혜로 늘 건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얼굴을 모르는 죠이지만 기도하겠습니다. 강건하십시오

임화평

2010.06.16 11:41:13
*.240.206.224

박복화 사모님의 권유로 가시나무 읽었숩니다
주님의 은혜 안에서 감명 깊데 잘 읽었습니다,
원집사님과 조이를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주님의 사랑으로 조이의 빠른 쾌유를 바랍니다.

정순태

2010.06.16 12:58:26
*.75.152.183

목사님을 통해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실질적 현실을 조금 전해 들었습니다.
원 자매님과 조이를 향한 기도,
쉬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자매님의 고통, 잘 알지도 못하면서 뭐라 이야기할 용기가 없습니다.
다만 하나님의 위로를 간구할 뿐입니다...........
힘 내세요. 원 자매님!

원의숙

2010.06.16 17:40:35
*.235.221.149

minsangbok님...
기쁜 소식 감사합니다.
조이가 진단을 받은지 6년이 되었습니다.
진단 받았을 때, 앞으로 10년 후면 type 1 diabetes 치료 약이 나올 것이라 했는데
minsangbok님께서 말씀해 주신 대로 곧 '좋은 소식'을 얻으리라 믿습니다.
강건하심과 형통하심을 기원드립니다.

임화평님...
부족한 책 읽어 주심에 감사 드립니다.
가장 기쁜 선물인 사랑의 기도를 받음에 감사 드리며...

정순태님...
늘 넓고 따뜻한 마음으로 마음을 나눠 주시고 위로해 주심에 감사 드립니다.
저희들 씩씩합니다.
힘이 넘쳐서 주님께서는 그것을 다듬으시는 것같습니다. ^^
주님과 한 지체된 여러분들의 위로를 통하여 그 힘과는 다른, 감당할 힘을 얻음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앞으로 실질적 현실까지도 진솔하게 글로 표현하겠습니다. ^^
하나님께서 허락 하신다면요...


감사와 기쁨의 자리에서
예수님의 보혈을 나눈 사랑하는 모든 가족들이
주님의 기쁜 화관을 쓰시는 복된 날 되시길 기도 드립니다.

joannekim

2010.07.13 08:03:42
*.163.11.23

조이야 ~ 이모야 ~ 잘지내고 있지. 한국에서 만나고 떠날때 통곡하던 모습이 자꾸 생각이 나는구나. 이번 여름에도 보면 좋겠다 그치 ~ 엄마한테 빨리 책 쓰시라고 해 ~ 그래야 또 한국 나오시지 ㅋㅋ 그치 집사님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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