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냇가에 심은 나무, 숲이 되기까지...

조회 수 864 추천 수 76 2010.09.16 17:19:31
시냇가에 심은 나무, 숲이 되기까지...



시냇가에 심은 작은 나무 한 그루...

속 깊은 너른 땅이 한없이 품어 주고
말없이 흐르는 맑은 냇물이 끝없이 속삭여 주고
가슴 따뜻한 아롱진 햇살이 영영히 보듬어 주네.

마른 잔 가지는 두 손을 내밀고
여리고 푸른 잎새들은 사랑의 손짓을 보내고
적지만 탐스런 열매들은 제 몸을 던지네.

계절따라 순응하며 처연하게 서 있는 그 나무
색 바랜 마른 잎사귀 아래로 몽땅 떨궈 보내고
앙상한 잔 가지도 세차게 꺽여져 버렸네.

짖궂은 비바람이 수차례 다녀가고
흰 눈이 오래도록 머물렀다 돌아가면
높이 날아 고운 소리로 종달새가 찾아오네.

굵어진 긴 가지는 여러 손을 또 내밀고
푸르고 강한 잎새들은 사랑의 손짓을 또 보내고
풍성하고 탐스런 열매들은 제 몸을 또 던지네.

손을 내밀어서, 손짓을 보내어서, 몸을 던지어서
작은 나무 한 그루가 심겨졌는데
제 모양 꼭 닮은 어린 나무 한 그루 제 옆에 고스란히 심겨졌다네.

어김없이 찾아오는 시절을 좇아 그렇게 그렇게 순응한다면
작지만 아름다운 나무들이 찾아와 모여 푸르게 우거진 울창한 숲이 되겠지.
작은 나무 한 그루가 거목이 되기 전에...

시냇가에 심은 나무, 숲이 되기까지...



후기
내 고향 춘천, 호반의 도시에 ‘시냇가에 심은 나무’ 교회가 있습니다.
그 교회의 모토(motto), ‘우리 교회의 꿈은 거목이 되는 것이 아니라 숲을 만드는 것입니다.’ 를 보고
마음에 감동을 받아 쓴 글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 죽고 사는 것 [2] euisookwon 2016-02-15 684
12 아빠, 아버지! [7] 원의숙 2011-08-15 985
11 그래, 그럴 수도 있지! [2] 원의숙 2011-06-10 691
10 이상한 거울 [10] 원의숙 2011-03-02 791
9 아낌없이 주는 나무, 숲을 이루며…. [1] 원의숙 2011-01-12 662
8 손 내밀며 하는 말, “친구야! 같이 놀래?” [6] 원의숙 2010-11-10 764
7 내가 가진 그 사람 [4] 원의숙 2010-10-07 764
» 시냇가에 심은 나무, 숲이 되기까지... [6] 원의숙 2010-09-16 864
5 무지개 만드는 길 [5] 원의숙 2010-08-09 734
4 사람의 향기 [8] 원의숙 2010-07-08 886
3 함께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8] 원의숙 2010-06-10 834
2 밤하늘의 영영한 별빛 [3] 원의숙 2010-05-25 798
1 하늘이 이슬을 내리는 곳, 희망 옹달샘! [9] 원의숙 2010-05-12 1257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