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의 춤사위는 대단했습니다.
그의 춤은 열정 그 자체였지요.
오벳에돔의 집에서 다윗의 처소까지
그 먼 길을
한 번도 쉬지 않고 온 몸을 흔들었지요.
하나님의 궤 앞에서
하나님의 임재하심 앞에서
그의 춤사위는 아무것도 가릴 것 없었지요.
하나님의 궤를 잡은 레위인들도,
그나냐를 비롯한 29명의 찬양대원들도,
하나님의 궤 주변에서 뛰며 춤을 추는 다윗도
온 몸은 땀투성이였지요.
그러나 기쁨에 찬 그 얼굴들은
천사와 같았지요.
하나님의 자비로우신 임재를 보고파 하는
그의 한 가지 소원을 이루기 위해
그동안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그 결실이 이루어지는 오늘
그의 눈에는 오직
하나님의 궤,
그룹들 사이에 좌정하신 하나님의 영광만이
보일 뿐이었지요.
격렬한 춤 동작에
치마같이 아래가 터진 베 에봇이 펄렁입니다.
하체가 보일 듯 말 듯..
곁에서 구경하는 백성들과
먼데서 보는 미갈의 눈총도 마다않고
기쁨과 환호에 겨워
그는 온 몸을 흔들어댑니다.
그렇게 신명나게 하나님 앞에서
다윗은 춤을 추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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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동안이었지만, 저도 하나님 앞에서 춤을 추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역대상 15장에 있는 다윗의 춤사위를 읽으면서, 주님은 저를 1995년 2월의 과거로 몰아가셨습니다. 그것은 웨이브4기 때 경험한 ‘성령의 춤’ 사건이었습니다.
서울 상계동의 광염교회에서 주님의 강권적인 역사로 여러 가지 성령 체험을 하게 된 이후로 저는 정말이지 꿈결 같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자연스레 담임목사이신 조현삼 목사님과 자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언제부터인가 주일 저녁 찬양예배 인도하는 강단에 서게 되었습니다. 물론 부목사님이 찬양을 인도하시고, 저는 옆에서 같이 찬양 드리는 것이었지요. 사건(?)은 2주차 때부터 일어난 것 같습니다. 찬양을 드리는 중 은혜가 넘쳐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높게 들게 되었고, 어느 시점엔가 정신을 잠깐 잃은 것 같아 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아 글쎄, 제가 온 몸으로 춤을 추고 있었지요. 제 팔과 다리는 제 것이 아니었습니다. 누군가가 조정하는 것처럼 제멋대로 마구 움직이는 것이었어요. 신들린 사람처럼 그렇게 몇분 정도 춤을 추었습니다.
조금은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서, 예배 직후 목사님께 여쭤 봤습니다. “성령의 춤이니 걱정 마십시오. 성령께서 하시는 대로 순종만 하면 됩니다. 이집사 때문에 온 성도들이 은혜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격려의 말씀이었지요. 그렇게 한 달 여를 거의 매주 ‘성령의 춤’을 추었습니다. 1부에서 소개드린 바와 같이, 이 시점에 성도님들 사이에서도 성령의 다른 역사와 기적이 여기저기 일어났습니다. 저로서도 이 기간이 웨이브 4기의 가장 뜨거운 시기였음을 회고합니다.
그런데 갈수록 제 마음이 힘들어졌습니다. 자꾸 부끄러운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지요. 점점 더 사람들을 의식하게 된 것입니다. 회중석에 있는 성도들 중에서 ‘저 사람이 미쳤나’라고 얘기할 사람은 없을까? 나는 의지가 없는 사람처럼 매주 이렇게 춤을 추어야 하나? 여러 가지 부정적인 생각이 들게 되면서, 어느 주일부터는 제 의지로 춤을 멈추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더 이상 춤은 추어지지 않더군요. 그해 여름에 영국으로 건너가면서 자연스레 그 일은 잊어버렸습니다.
그 후 세월이 흘러 정신없이 현재를 사는 저에게, 주님은 제게 다윗의 춤사위를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는 제게 도전의 말씀을 주십니다. “너도 다윗처럼 내 앞에서 춤출 수 있느냐?” 이 질문이 계속해서 제 가슴 속에 응어리져 메아리쳤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특별히 체통과 체면을 중요시합니다. 체면이 깎이는 일은 좀처럼 안하려고 하지요. 사울왕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울은 하나님의 신이 세 번씩이나 내렸고, 그 중 두 번은 예언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왕이 된 그는, 하나님이 내려주신 은혜를 뒷전에 두고 왕으로서의 체면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하나님께 순종하기보다는 자기의 왕권을 보호하기 위해 백성들의 눈치를 보았습니다. 그에게 하나님은 자신의 하나님이 아닌 다른 이(사무엘)의 하나님이었지요.
저도 사울과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성령님께서 제게 임하셔서 뜨거운 체험을 하게 해주셨고, 이에 더하여 성령의 춤을 출 수 있도록 은혜를 뜨겁게 부어 주셨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체통과 체면을 더 앞세웠지요. 하나님을 먼저 바라보지 않고 사람들을 쳐다보았습니다. 조그마한 부끄러움을 못내 이기지 못하여 성령님을 제한했지요. 이제사 주님께 이 사실을 회개합니다. 이제부터라도 오로지 하나님 한 분만을 보고, 오로지 그 분 앞에서 춤사위를 벌인 다윗을 닮고 싶습니다.
주님,
내 마음 속에
세상을 향한 사울의 체면을 없애 주시고,
오직 하나님을 향한 다윗의 갈망으로
가득 차게 해주옵소서.
책망하는 미갈의 눈을
보지 말게 하시고,
내 곁에서, 아니 내 안에서
영광중에 계신 주님만을
늘 사모하게 하옵소서.
“그렇소. 내가 주님 앞에서 그렇게 춤을 추었소.
주님께서는 나를 뽑으셔서
주님의 백성 이스라엘의 통치자로 삼아주셨소.
나는 언제나 주님 앞에서 기뻐하며 뛸 것이오.
내가 스스로 보아도 천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주님을 찬양하는 일 때문이라면,
이보다 더 낮아지고 싶소.“ (삼하6:21-22)
다윗과 같이 이렇게
나도 나의 미갈에게 대답하게 해 주옵소서.
“너도 다윗처럼 춤출 수 있느냐?”
내게 물으실 때에,
“주님 제가 여기 있습니다. 저를 받으소서.“
그렇게 대답하게 하옵소서.
(후기)
이 글은 웨이브6기 시절의 말기인 2006년 11월에 처음 쓴 것입니다. 사무엘하 6장과 역대상 15장에 나타나 있는 다윗의 춤을 읽으면서, 웨이브4기 시절의 성령의 춤이 생각났고 이에 대한 회개의 심정으로 쓴 것입니다. 내용의 중복이 있지만 그 때의 제 절절한 심정이 잘 나타나 있는 것 같아 웨이브4기 간증문으로 여기에 올립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