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동안 귀신 들려 앓으며, 허리가 꼬부라져 조금도 펴지 못하는 여자가 있었습니다. 그녀가 예수님을 한 회당에서 만났습니다. ‘갇힌자’끼리의 만남이었습니다. 그녀는 사탄에게 매인 바 되어 오랜 세월 동안 귀신들려 갇힌 자 되었고, 예수님은 하늘 보좌를 버리고 인간 세상에 오심으로 스스로 갇힌자 되셨습니다. 예수님이 그녀를 병마에서 자유케 해주셨습니다. 그녀를 가두었던 귀신이 쫓겨가고 허리가 꼿꼿이 펴지며, 바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지요. 그런데, 회당장은 안식일에 병을 고쳤다고 질책합니다. 이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을 들어보십시오.

“너희 위선자들아, 너희는 날마다 소나 나귀를 외양간에서 들어 내어, 끌고 나가서 물을 먹이지 않느냐? 그렇다면 아브라함의 딸인 이 여자가 열여덟 해 동안이나 사탄에게 매여 있었으니, 안식일에라도 이 매임을 풀어줘야 하지 않겠느냐?” (눅13:15-16)

이 말씀을 읽으면서, 저는 롬폭에 오기 전부터 이미 제가 ‘갇힌자’였음을 깨달았습니다. 18년 동안 사탄에 의해 귀신 들려 갇힌자 된 이 여자가 바로 나였습니다. 나는 보지 못하는 소경이요, 걷지 못하는 앉은뱅이요, 깨끗하지 못한 문둥이요,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였으며, 영적으로 죽은 자였지요. 그런데 주님이 내게 오셔서, 소경인 나를 보게 하셨고, 앉은뱅이인 나를 걷게 하셨고, 문둥이인 나를 깨끗이 고쳐주셨고, 귀머거리인 내가 들으며, 죽었던 나를 살리셨고, 가난한 내게 구원의 복음을 주셨습니다! (마11:5)

예수 그리스도는 이를 위해 친히 내게 오셨습니다. 스스로 갇힌 자가 되심으로, 하나님 안에 독생하신 말씀이 육신이 되어 내게 오셨습니다.(요1:14) 갇힌자만이 갇힌자의 사정을 일일이 헤아릴 수 있겠지요. “이 자녀들은 피와 살을 가진 사람들이었기에, 그도 역시 피와 살을 가지셨습니다. 그것은 그가 죽음을 겪으시고서, 죽음의 세력을 쥐고 있는 자 곧 마귀를 멸하시고, 또 일생동안 죽음의 공포에 매여 종노릇하는 사람들을 해방시키기 위함이었습니다.” (히2:14-15)

그래서 이사야는 예수님 오시기 700여년 전에 ‘스스로 갇히신 그 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노래했습니다.

   그의 얼굴은 남들보다 못 생겼고
   그 모습은 볼품이 없고 상해서
   보는 이마다 놀랬지요.
   그는 병색이 완연하였고
   멸시와 조롱거리였답니다.
   하나님이 그를 상하게 하셨고,
   그를 병들게 하셨지요.
   그는 굴욕을 당하고 고문을 당했습니다.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처럼
   그는 묵묵히 고통을 감내했습니다.

   그는 죄가 없음에도, 죄인처럼 여김을 받아
   체포되어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는 기꺼이 죽음을 택했습니다.
   자기 영혼을 속건 제물로 기꺼이 드렸습니다.
   그는 실로 우리가 받아야 할 고통을 대신 받고
   우리가 겪어야 할 슬픔을 대신 겪었습니다.

   그가 찔린 것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고,
   그가 상처를 받은 것은 우리의 악함 때문이었지요.
   그가 징계를 받음으로써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
   그가 매를 맞음으로써 우리의 병이 나았습니다.
   우리 모두의 죄악이 그에게 지워졌습니다.         
         (이사야 53장)

갇힌자로서의 예수님의 마음은 어떠 하셨을까요? 4복음서를 통해 예수님의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갇힌 자로서 제가 본 그 분의 마음은 답답함, 연민과 동정, 그리고 관조(觀照)였습니다.

첫째, 답답함은 갇힌자가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감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도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가지셨던 답답함은, 속박된 상태에서 자유를 바라는 일반적 답답함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받을 세례가 있으니 그것이 이루어지기까지 나의 답답함이 어떠하겠느냐”(눅12:50) 그것은 당신의 사명을 향한 답답함이었습니다. 앞으로 이루실 일에 대한 압박으로 인한 답답함이었지요. 주님은 이를 제자들에게 조금도 숨기지 않았습니다. “지금 내 마음이 민망하니 무슨 말을 하리요. 아버지여, 나를 구원하여 이 때를 면하게 하여 주옵소서. 그러나 내가 이를 위하여 이 때에 왔나이다.”(요12:27)

둘째, 예수님은 연민과 동정의 마음이 가득하였습니다. 바로 갇힌 자들을 향한 긍휼의 마음이었던 것입니다. 그 분은 당신 스스로 갇힌자 되셨기에, 갇힌 자들의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셨습니다. 어느 때는 눈물도 마다하지 않으셨지요. 그러기에 복음서의 수 많은 기적과 치유의 사건들은 예수님의 연민과 동정, 그리고 인자하심과 긍휼지심에서 나온 결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무리를 보시고 불쌍히 여기시니, 이는 그들이 목자 없는 양과 같이 고생하며 기진함이라”(마9:27) 주님은 이같이 제가 롬폭에서 고생하며 기진함을 불쌍히 여기시고 은혜를 부어 주셨습니다. 예수님의 갇힌자 되심이 너무나 감사합니다.

셋째, 그러함에도 예수님은 세상을 관조(觀照)하셨습니다. 갇힘과 죄로 얼룩진 세상에 대한 연민은 가득하셨지만, 이에 대한 동조가 없으셨을 뿐 아니라 오히려 죄는 한치도 용납하지 않으셨습니다. 또한, 당신 스스로 죄는 없으셨습니다.(히4:15) 예수님은 오직 아버지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데 관심이 있으셨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뜻은 그 아들을 화목제와 속죄제의 제물로 삼으시는 것이었습니다. 다름아닌 바로 나의 죄를 대신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예수님이 ‘세상’이라는 험난한 환경 안에 갇힘 중에도 관조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였을 것입니다. 아버지를 신뢰하되, 100% 신뢰하는 예수님의 마음이야말로 몸은 갇혀 있으나 세상을 관조할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갇힌자 바울도 빌립보서에서 스스로 갇히신 분 예수 그리스도를 노래했습니다. 갇히신 자 주님의 마음이 바울의 심정 속에 들어왔고, 이것이 빌립보 교인들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보십시오. 갇힌자 바울의 소망은 살든지 죽든지 그의 몸에서 그리스도가 존귀하게 되는 것이었습니다.(빌2:20) 그는 육신의 장막(고후5:1)을 떠나, 영원히 그리스도와 함께 있고 싶어 했습니다. 그의 갇힌자 된 것은 그리스도를 위하여 고난을 받는 ‘특권’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빌립보 교인들에게 자기와 같은 마음을 품고 한 마음이 되라고 격려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소개합니다.

이 마음은 갇힌자 바울이 간직하고 있었던 마음인데, 바로 ‘스스로 갇히신 분’ 예수 그리스도의 가장 겸손한 마음이었지요. 내가 내 심령 깊숙한 곳에 넣어두어 평생 간직하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주님의 그 마음을 생각하며 저는 롬폭에서 하염없는 눈물을 쏟았습니다.

빌2:6-11 말씀입니다.

   스스로 갇히신 분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모습을 지니셨으나,
   하나님과 동등함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서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스스로 갇히셔서
   사람과 같이 되셨습니다.
   그 분은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셔서,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순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기까지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그를 지극히 높이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그에게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 있는 모든 것들이
   예수의 이름 앞에 무릎을 꿇고,
   모두가 예수 그리스도는
   주님이시라고 고백하여,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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