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묵상] 마음의 죽음- 제 2부

조회 수 715 추천 수 74 2012.01.06 22:10:28

주님은 십자가에 올려져서, 못 박히고, 피를 흘려,
죽음에 이르러 이후 장사를 치룬 바 되셨다.

주님은 나에게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라 하셨다.
내 십자가를 짐도 나의 의지요, 주님을 따름도 나의 의지이다.
나아가, 내 의지는 십자가를 향한 순종의 믿음으로 승화한다.

주체적 행위라는 관점에서 볼 때,
주님의 십자가가 수동적 십자가라면
나의 십자가는 능동적 십자가여야 한다.

그러기에 내 십자가의 능동적 프로세스는
올려놓고, 못박고, 피흘리고, 죽고, 장사하는 것이다.
*

올려놓음은 내려놓음의 반대이다.
십자가에는 내려놓아 숨길 자리가 한 틈도 없다.
공의로운 하나님의 저주를 받아야 할 나를 어찌 내려놓을 수 있겠는가?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든 것 같이 나도 십자가에 높이 달려야 한다.
내 부끄러운 모든 것을 그곳에 올려놓아 빛 가운데 드러내 놓아야 한다.
그래서 올려놓음은 내 십자가의 첫번째 프로세스이다.

못박음은 화합의 반대이다.
그 세 개의 대못을 내 양팔과 발목에 박아야 한단 말인가?
나를 거세게 정죄하는 율법에 대하여 나를 못박고,
나를 야금야금 갉아먹는 죄에 대하여 나를 못박으며,
내 안에 도사린 육적 욕망에 대하여 나를 못박는다.
그래서 못박음은 내 십자가의 두번째 프로세스이다.

피흘림은 불순종의 반대이다.
일말의 저항감이라도 있다면 피흘림의 순종이 없다.
피는 생명이요, 피흘림은 내 생명을 스스로 버리는 과정이지 않은가?
이는 필연적 죽음을 향하여 치달리는 인내의 몸부림이요,
새 생명으로 거듭나기 위한 진통의 대장정이다.
그래서 피흘림은 내 십자가의 세번째 프로세스이다.

죽음은 두려움의 반대이다.
이 끈질긴 생명력을 어찌 죽음의 막다름에 맡긴단 말인가?
그러므로 죽음은 위대한 용기요, 영혼을 위한 육신의 과감한 포기이다.
미지의 어둠으로 가득한 블랙홀의 심연으로 뛰어듬같이,
나를 둘러싸고 있던 모든 육체적 인과와의 별리 선언이다.
그래서 죽음은 내 십자가의 네번째 프로세스이다.

장사함은 탄생의 반대이자, 탄생의 직전 과정이다.
희디 흰 세마포로 감싸안긴 나의 주검이
때를 기다리는 침묵의 바다에 고요히 누워있는 것이다.
이는 십자가에서 내 생명이 다했음을 확증해 주는 표징이 아닌가?
장사함이 없으면 이후 새 생명의 탄생도 없다.
그래서 장사함은 내 십자가의 마지막 프로세스이다.
**

‘나’는 마음이자 옛사람의 대표이다.
그것은 나의 육체요, 교만과 정욕이요, 자아로 뭉친 죄 덩어리들이다.
그것은 그렇게 십자가에서 5대 프로세스를 거치면서 죽음으로 버려진다.
그러니까 주님의 십자가는 내 모질디 모진 옛사람을
올려놓고, 못박고, 피흘리고, 죽고, 장사하는 시은소이다.
주님이 옆에서 도우시지만, 이 프로세스는 내가 주도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나를 향한 주님의 명령이요,
내가 이 땅에서 이룰 아름다운 소명이다.
옛사람의 죽음 이후에는 주님이 알아서 하신다.
그 분이 나를 향해 해맑은 손짓을 주신다.
다시 태어난 자여, 어서 오라!
그렇게 함박웃음으로 한껏 팔을 벌리신다.
***

그리스도 예수의 사람들은
육체와 함께 그 정과 욕심을
십자가에 못박았느니라 (갈5:24)

나는 날마다 죽노라 (고전15:31)






(후기)
제가 ‘마음의 죽음’을 최초로 경험한 때는웨이브 4기의 1995년 봄이었습니다.
(마음의 죽음 1부는 제 이전 글 #9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17년이 지난 지금도 그 강렬했던 경험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 죽음은 일회적 경험이면서도, 또한 내가 주님 안에서 이 후 날마다 죽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제 서서히 그 감이 퇴색되고 있었던 차에 연초의 화두로 다시 제게 다가 왔습니다.
죽음의 경험을 한 자만이 이후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습니다.
다시 묵상한 마음의 죽음에서 5대 프로세스를 새로이 발견합니다.
죽음의 과정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한 과정 한 과정의 의미가
제게는 모두다 중요하면서도 절절한 깨달음으로 임했습니다.
감정의 격랑이 가는대로 거친 단어를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십자가의 5대 프로세스를 통하여 날마다 죽는 경험을 계속하기 원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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