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옴) 한국인은 ‘개인을 모르는 개인주의자’ - 타일러 라쉬 (1)
타일러 라쉬( Tyler Rasch)를 면담한 조선일보 김민희 기자의 기사
4/30/2024
“1988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태어나 버몬트주에서 자랐다. 프랑스어와 한국어를 포함, 9개 국어를 구사하고 다방면에 박학다식해 언어 천재, ‘뇌섹남’으로 불린다. 시카고대학교에서 국제학을 전공했고, 서울대학교에서 외교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에 정착, 방송인, 영어 강사, 작가, 화가로 활동 중이다. 지난해 신개념 에이전시 웨이브 엔터테인먼트를 공동 설립했으며, 한글 과자를 직접 만들어 판매 중이다. 기후 위기를 경고하는 책 《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펴냈다.” 타일러 라쉬에 관한 간단한 소개
소속사가 있는 인터뷰이를 섭외하려면 긴긴 과정을 거친다. 엔터테인먼트사를 검색해서 홍보팀에 전화하고, 해당 인터뷰이 담당 매니저 연락처를 받은 후 간략하게 통화, 건네받은 이메일 주소로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인터뷰 요청 메일을 보낸다. 진심을 실어 간곡하면서도 프로답게. 여기까지는 1단계에 불과하다. 언제 올지 모르는 답변을 기다려야 한다. 수일 내에 답변이 오기도 하지만, 소위 ‘읽씹’의 경우도 허다하다. 회사마다 시스템도, 대응방식도, 답변의 주기도 제각각인데, 가장 힘든 건 언제 올지 모르는 답변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일이다.
방송인 타일러 라쉬(Tyler Rasch)는 달랐다. 이런 섭외 과정은 처음이었다. “전에 없던 시스템의 소속사를 만들었다” “아티스트와 회사의 수익 배분을 9 대 1로 한다”는 정보를 듣고 그를 꼭 인터뷰하고 싶은 마음이 든 차였다. 섭외를 위해 그가 방송인 줄리안과 공동 설립한 회사 ‘웨이브 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를 방문했다.
타일러 대표의 사진을 클릭하자, 게임 단계처럼 한 화면씩 펼쳐진다. 1. 문의 보내시려면 먼저 본인의 기본 정보를 알려주세요. 2. 성(family name)이 어떻게 되세요? 3. 이름(first name)이 어떻게 되세요? 4. 직함은요?…. 그렇게 스무 개 정도의 페이지를 쓱쓱 넘기면서 퀴즈 풀듯 답변했다. 소속 기관, 문의 내용,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는 물론 인터뷰 주제 및 취재 방향, 질문, 희망하는 인터뷰 일정과 결과물을 내보내야 하는 일정까지. 마지막 페이지가 닫히자 ‘재밌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메일을 열어보니 내가 답변한 문장이 한 페이지에 가지런히 정리돼 도착해 있다. 그리고 이어진 메시지.
“보내주신 문의에 대해 최대 48시간 이내 검토를 시작해 5영업일 이내 진행 여부에 대한 회신을 드립니다. 문의 주신 내용은 타일러 본인과 함께 신중히 검토하며….”
체계적이고 합리적이었다. 무엇보다 “5영업일 이내에 답변을 주겠다”는 문구에 강한 신뢰감이 들었다.
‘대한외국인’으로 불리는 방송인 타일러. 그에게 묻고 싶은 질문의 줄기가 많았다. 9개 국어를 구사하면서 웬만한 한국인보다 한국어를 더 잘하는 비결, 무려 10만 부가 넘게 팔린 책 《두 번째 지구는 없다》 집필 이면의 이야기, 그리고 세상에 없던 기획사를 설립한 배경까지. 정확히 5영업일 만에 답변이 왔다. 인터뷰를 하겠다고. 그가 제안한 ‘일찍스튜디오’에서 아침 일찍 그와 마주 앉았다. 타일러 대표가 인도 방송인 니디 아그르왈과 함께 최근 오픈한 공간이라고 한다.
“삶의 목적은 자아실현이에요. 결국 못 해내도 괜찮지만, 자아실현을 하려는 과정 자체가 인생이에요. 자아실현은 내가 되려는 나이자, 나다움을 이루는 과정이에요. 내가 나다움을 실현할 수 없다면, 그런 삶이 타격을 입었다면 삶의 의미가 없어요. 그 인생의 주인은 내가 아니죠. 나는 나 자신이고, 자신으로 살기 위해서 남과 다른 형태의 나로 태어났다는 걸 명심하면 좋겠습니다.” - 타일러 라쉬의 핵심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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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 구성이 알차 보여요. 넓지 않은데 스폿이 다섯 군데나 되는군요.
“이 스튜디오를 만들면서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을 살렸어요. 소품과 가구는 대부분 재활용품이고, 난방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에 가입했어요. 이 공간을 쓰는 사람은 모두 친환경을 실천하게 되는 셈이죠.”
- 오늘 인터뷰에서는 타일러 대표의 다른 면을 발견하고 싶습니다. 사전 질문지는 이미 알려진 모습을 바탕으로 만들었는데, 왠지 당신 안에는 발견되길 기다리는 비밀의 정원이 있을 것 같아요.
“이런 인터뷰 너무 좋아요.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됩니다. 사실 방송에 비치는 모습은 일부에 불과하거든요. 저는 바보 같은 모습도 있고, 의외의 면도 있는데 대부분 편집되고 비슷한 모습만 보여서 아쉬웠어요.”
- 요즘 타일러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뭔가요. 단어 세 개를 꼽아보겠어요?
“(한동안 침묵) 자신, 변화, 실험이에요.”
- 자신이라면.
“최근 한국 대학가에서 꿈, 미래, 장래 희망을 주제로 강연할 기회가 많아요. 현장에서 느낀 건,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너무 모른다는 거예요. 이건 한국 사회가 지난 몇십 년 동안 앓아온 부분 같아요. 자신을 잘 모르거나, 알기를 포기한 이들이 많아요. 옳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성공의 길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는 사고가 굳어진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자신을 알아가면 안 되는 것 같은 분위기가 있어요.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모르고, 심지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사회 초년생이 너무 많아요.”
- 충격받은 표정이군요.
“너무 놀랐어요. 꿈이 뭔지 모르겠다는 사람은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런데 하고 싶은 걸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니. 처음부터 자신 안에서 뭔가를 찾아서 해본 적이 없다는 얘기죠. 늘 밖에서 주어졌기 때문에 자신 안에 있는 걸 꺼내오면 안 된다는 교육을 강하게 받은 것 같아요. 이런 사람들이 80% 정도로 보여요.”
- 당신이 나고 자란 미국은 어떻길래.
“많이 달라요. 한국은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와도 너무 달라요. 한국에서는 경쟁 구도가 자기 자신을 누르는 것 같다고 할까요. 공식에 맞춰 살아야 잘 사는 거라고 믿어왔기 때문에 교육제도는 물론 커리어, 자격증, 승진평가 방식 등이 다 엇비슷한 틀이 있어요.”
- 하지만 한국의 놀라운 경제 성장의 비결을 이런 교육제도에서 찾는 시각이 많아요.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 사회학과 샘 리처드 교수는 한국의 교육열을 놀라워하며 칭송하고 분석합니다.
“시대가 달라졌어요. 한국은 더 이상 개발도상국이 아니에요. 이미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기 때문에 제조업 시대의 전략은 앞으로 세상에 맞지 않아요. 자신을 모르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서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모두가 프로듀서가 될 수 있는 세상이 왔고, 그 기회를 여는 건 개개인의 힘이에요. 여기에서 중요한 건 차별화와 희소성입니다.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칭송받는 세상이 왔어요. 다른 사람이 제공한 기준에 맞춰 사는 건 대체 가능한 삶이라서 경쟁력을 갖지 못해요.”
- 저 또한 충격이에요. 세대론에 관심이 많아서 1970년대생의 특징을 다룬 책(《다정한 개인주의자》)을 쓰기도 했는데, 책의 핵심은 윗세대까지는 집단주의 사고가 강하지만 1970년대생부터 개인주의 사고가 등장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현재 20대가 여전히 나다움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지난 20여 년 동안 한국 사회의 사고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얘기인데요.
“그 분석에 동의해요. 이들은 개인주의자가 맞아요. 다만 ‘개인을 모르는 개인주의자’로 보입니다. 개인주의와 집단주의는 선호하는 생활방식이 아니라, 생존전략 개념이에요. 내가 이 사회에서 먹고살기 위해 취하는 방식이 다른 사람에 의해서인지, 아니면 스스로의 선택인지, 수단과 방법론의 문제죠. 요즘은 개인을 택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에요. 업무 형태도, 경쟁 구조도 바뀌었으니 20대는 집단주의를 채택하면 살아남을 수 없어요. 하지만 문화적으로는 아직 개인주의가 성숙하지 않았어요. 개인주의 사고방식으로 잘 살아가려면 교육제도나 사회 구조, 인사 관리 방법 같은 사회 시스템이 두루 구비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개개인의 다양성을 수용하지 못해요. 현재 한국의 생존방식은 개인주의를 종용하면서 사회문화적으로는 남과 똑같이 행동하라고 암암리에 강요해요. 그러니 개인을 모르는 개인주의가 될 수밖에 없죠.”
- “개인을 모르는 개인주의”라. 사회문화적으로 개인주의가 성숙하기 위해 대체 어디에서부터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고 보는지요.
“개인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봐요. 그래서 ‘자신’이라는 키워드를 던진 거예요. 인적 자원이 과연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합니다. 한국은 지하자원도 없고, 경제 규모도 작은 편이어서 교육과 혁신 분야에 투자해왔는데, 인적 자원을 아직도 제조업 마인드로 바라보고 있어요. 창의를 경제적 가치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어야 합니다.”
- 창의는 우러나오는 건가요, 밖에서 심는 건가요.
“창의는 농사와 달라요. 대파 하나를 자라게 하려면 대여섯 개의 씨앗을 심고 머리카락 같은 모종이 생기면 안전한 온실에서 키웠다가 밭으로 옮기죠. 사람의 성장은 그렇지 않아요. 궁금해하는 것 하나하나가 씨앗이에요. 심고 오랫동안 기다려야 그것이 가치 있는지를 알 수 있어요. 누군가가 대신해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에요. 남에게 어떻게 평가받을까 생각하기 전에 내 안에서 틔울 수 있는 씨앗을 먼저 들여다봐야 해요.”
- 내 안의 씨앗을 꺼내려 용기 냈는데, 그 용기가 누군가로 인해 차단당했다면 어떤 마음으로 한 번 더 용기를 내야 할까요.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첫 번째, 가지치기입니다. 뭔가를 공유했는데 계속 누르려 하거나 꺾으려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나에게 필요한 사람이 아니에요. 잘라내는 게 나아요.”
- 그 사람이 가족이라면?
“가족이라도. 냉정한 말이지만,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가족이 가족이에요? 그런 사람은 필요 없어요. 어려운 일이지만 쳐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 세상은 급속도로 변화하고, 기존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사고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당신이 아빠라면 아이를 어떤 자세로 기르겠어요?
“두 가지를 말하고 싶어요. 첫째, 이런 사회 구조가 변하지 않고, 선생님과 부모도 기존 틀을 받아들인다면 대한민국에서 아인슈타인이 태어나도 아인슈타인을 만들 수 없어요. 납작하게 눌러버려서 개미처럼 만들어버릴 거예요. 그걸 인식하고 모두가 맞서야 해요. 둘째, 한국에서 부모의 역할은 경쟁을 잘하도록 뒷받침해주는 경우가 많아요. 학교 역할을 보충하면서 현 교육 시스템이 요구하는 걸 따르도록 돕더군요. 제 생각은 달라요. 시스템이 하지 못하는 걸 해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봐요. 학교와 사회가 요구하는 것과는 다른 것, 대안이 될 수 있는 것, 맞설 수 있는 것을 하도록 도와야죠. 부모가 해주지 않으면 대체 그 역할을 누가 할까요. 혼자서 맞서는 건 쉽지 않아요. 가족과 함께 있으면 부딪혀도 괜찮다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 앞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죠. 다시 용기를 내기 위한 두 번째 방법은요.
“버럭하는 게 맞다고 봐요. 갑질이 있으면 을질도 있어요. 갑질을 받아들이는 게 을질이에요. 하물며 갑질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을질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세상이 원래 그렇지’ 하고 순응해버리는 사람이 있는데, 그게 바로 을질이에요. 누가 자신을 누르려 한다면 화를 내면서 지적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사람이 안 바뀌고, 세상도 안 바뀝니다. 본인이 살고 싶은 세상은 스스로 만들어야죠. 자신을 누르려 하는 사람에 맞서 화도 내고, 가지치기를 해야 합니다. 나답게 살지 못하면 왜 살아요?”
- 너무 극단적인 발상 아닌가요.
“삶의 목적은 자아실현이에요. 결국 못 해내도 괜찮지만, 자아실현을 하려는 과정 자체가 인생이에요. 자아실현은 내가 되려는 나이자, 나다움을 이루는 과정이에요. 내가 나다움을 실현할 수 없다면, 그런 삶이 타격을 입었다면 삶의 의미가 없어요. 그 인생의 주인은 내가 아니죠. 나는 나 자신이고, 자신으로 살기 위해 남과 다른 형태의 나로 태어났다는 것을 명심하면 좋겠습니다.”
- 내가 맘에 안 들면 어떻게 합니까.
“생긴 것 때문에 맘에 안 들어 하는 건, 다시 말해 남과 비교하는 건 나답지 않은 거예요. 나답게 더 아름다워지고 매력적으로 살 수 있는 길이 있고, 그건 다른 사람의 방향과 다를 수 있어요. ‘나는 왜 저 사람 같지 못할까’ 하는 사고는 병이에요. 남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착각이죠. 내가 없는 삶이니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어? 내가 미쳤네?’ 하고 빨리 정신 차려야 합니다. 외모 부분 아닌 다른 부분에서 나에게 만족하지 못한다면 개선할 수 있어야 하죠. 더 성장해서 더 나다운 나, 더 완성된 나, 내 그릇을 채워가는 나가 되어야 해요.”
- 나다움의 가치에 대해 그토록 강조하는 걸 보면, 한국에서 ‘이건 아닌데’ 하는 지점이 많았나 보군요.
“미국에서는 자신의 기호와 맞지 않거나 세계관이 달라도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요. 어차피 자기 안에도 다른 점이 있으니까. 누가 맞고 틀리고 차원의 문제가 아니고, 결론을 낼 필요도 없어요. 나의 나다움이 너와 달라도 억압적이지 않고 이상하지 않죠. 그래서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과의 대화가 자연스러워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평가를 해요. 평가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궁금해서 꺼낸 얘기인데도.”
- 예를 들면요.
“외모지상주의가 대표적이에요. 제가 탈모가 있잖아요. 머리카락을 심고 싶었으면 심었고, 문신을 하고 싶었다면 했겠죠. 약을 바르고 싶거나 먹고 싶었다면 그렇게 했을 거예요. 못 한 게 아니라 안 한 거예요. 탈모가 있을 거라는 걸 10대 때부터 알았고, 그럼에도 멋진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굳이 바꾸고 싶지 않았어요. ‘머리숱이 적으면 어쩌지?’라는 심리가 없었죠. 그런데 한국에 오니 이걸 저의 콤플렉스로 바라보고 쉬쉬하는 시선이 느껴져요.”
- 그렇다면 당신은 콤플렉스가 없나요?
“생기려 해요.(웃음) 방송 출연할 때 저는 안 해도 된다고 해도 사람들이 와서 ‘헤어를 어쩌지, 어쩌지?’ 하면서 난감해하고, 제 목에 있는 점을 물어보지도 않고 가리려 해요. 요구를 안 했는데 나서서 저 자신을 바꾸려는 모습을 계속 접하면 방어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잖아요. ‘바꾸지 말아주세요. 흑채를 뿌리지 말아주세요’라고 말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요.”
- 아직 한국의 학교는 근대식 교육방식을 벗어나지 못한 이유가 커요. 고 이어령 선생님은 학교를 “생사람 잡는 곳”으로 표현했어요. 자신은 굴곡진 한국 현대사 한가운데서 제대로 된 학교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생사람으로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었다면서요.
“어느 정도의 틀은 필요하다고 봐요. 그런데 그 틀에 온전히 맞춰서 사는 사람들이 자살을 해요. 그런 경우 많이 봤어요. 제가 서울대 대학원을 다녔잖아요. 서울대에 입학하기 위해 부모님의 바람에 맞춰 살아왔는데, 막상 학교에 와보니 자기가 누군지 모르겠는 거예요. 이 삶은 내 것이 아니라고 느끼면서 ‘내 건 뭐지? 나는 왜 살고 있는지 모르겠어’ 하면서 자살 시도를 해요. 한국 경제 수준이 높아지고, 삶의 질도 좋아졌는데, 자살률이 세계 1위잖아요. 결국 이유는 거기에 있는 것 같아요. 타인의 기준을 위해 나를 희생했다는 걸 깨닫는 순간 우울증이 옵니다. 이런 문화를 알면서 바꾸지 않는 것은 죄예요. 저는 문화상대주의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 문화상대주의를 좋아하지 않는다니.
“모든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고들 하죠. 김치, 무예 같은 전통문화는 존중받아야 마땅해요. 하지만 사회문화는 무조건 존중하면 안 돼요. 남의 기준을 따라 사는 이런 한국의 문화는 존중받을 가치가 없다고 봐요.”
- 대상과 거리를 둬야 문제의 원인이 객관적으로 보인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는군요. 그렇다면 해결의 첫 열쇠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일상을 살아가는 개인 한 명 한 명이 태도를 바꿔야 해요.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절실합니다. 내 기준을 남에게 요구하지도 말고, 누군가의 기준을 나에게 끌어들이지도 말아야 해요. 저는 ‘사람 태도’라는 말을 씁니다. 한국인 특유의 ‘정(情)’ 문화는 애매한 구석이 있어요. 물론 좋은 점도 많지만, 간섭을 ‘정’으로 착각할 때가 있어요. 살 빠졌네, 주름이 늘었네, 머리숱이 없어졌네, 어떡하냐며 걱정해요. 이런 게 정입니까? 아니잖아요. 문화를 핑계 삼아 스스로 성찰하지 않고, 자신의 단점을 바꾸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여요.”
웨이브 엔터테인먼트 대표 타일러 라쉬 2편으로 이어집니다.
기독교 신앙과는 무관하고 일부 상충된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 의견이나, 한국인이라면 참고할만한 내용이 많은 것 같아서 옮겨 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