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섬기는 교회에서 목사세습 문제가 제기되었다는 것은, 찬성하든 반대하든, 신앙여정의 위기에 처하거나 상처 입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심히 안타까운 현상이라 하겠습니다.

♥ 교회에서 발생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쉽게 접할 수 있는 불행한 사건입니다. ‘불행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것은, 목사세습은 성경의 지지를 받지 못할 뿐 아니라 추진 세력의 추한 욕망의 극치이자 힘의 논리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통전적 시각으로 성경을 해석하면(성경 전체를 보고 해석하는 자세), 목사세습은 명백한 세상적 생각입니다.

♥ 하지만 이 질문은 질문자께서 목사님께 개인적으로 하신 것이기에, 성경적 답변은 목사님의 몫이라 하겠습니다. 다른 사람이 나서서 미리 언급해서는 곤란하다고 봅니다. 저도 무척 궁금하지만 참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 따라서 성경의 조명을 받은 답변은 좀 더 기다리기로 하고, 저는 상식적인 선에서 몇 가지를 정리해 볼까 합니다. 크게 도움은 안 되겠지만 함께 고민해 본다는 의미로 참고하시면 좋을 것입니다.

♥ 우선 목사세습을 추진하는 교회들의 특정적 상황에 대한 이해가 앞서야 할 것입니다. 이런 교회들은 목사세습에 관한 조건(?)이 어느 정도 갖추어진 상태일 것입니다. 일종의 목사세습 요건이라 할 수 있는데, 중요한 것 몇 가지만 말씀드립니다.

♥ 첫째,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담임목사의 영향력과 장악력이 막강하다는 점입니다. 대단한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을 것이며, 아니더라도 한 목소리 정도는 낼 수 있어야 합니다. 목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지 않는 상황에서는 제기될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 둘째, 목사의 영향력이 막강하기 위한 가장 고전적인 상태는 개척1세대 교회인 경우입니다. 현재의 담임목사가 개척하여 여러 가지 난관을 극복하고 어느 정도 기반을 잡아 상당한 교세를 이룬 교회일 것입니다. 오랜 전통을 지닌 교회에서는 아무리 담임목사라 할지라도 섣불리 목사세습 문제를 꺼낼 수가 없습니다.

♥ 셋째, 개척 목사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지녔다 하더라도, 지지 세력이 빈약하면 추진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를 추진하는 교회라면, 담임목사를 추종하는 충분한 세력이 구축된 교회일 것입니다. 수십 년 동안 꾸준히 자기 세력을 양성해 뒀다가 필요할 때 이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장로, 안수집사, 권사 계층이 특히 중요할 것입니다.

♥ 이외에도 많은 요건들이 있겠지만 공통적이고 필수적인 조건은 위의 3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한 마디로, 목사세습은 담임목사가 그만한 힘(영향력)을 지니고 있지 못하면 거론조차 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목사세습 추진 = 힘 있는 목사】라는 인식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힘의 지배논리인 것입니다.

♥ 이제 소위 「힘 있는 담임목사」로 자신하는 특정인은, 여러 가지 교회 내의 정황과 역학구조를 면밀히 살피고 난 후, 강력하게 밀어 붙이게 됩니다. 그러나 아무리 힘이 있다 해도 막무가내로 추진할 수는 없습니다. 최소한의 모양새는 갖추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목사세습의 당위성과 불가피성에 대한 논리를 개발할 것입니다. 개발된 논리로 설득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성경의 보증까지 확보하려 애쓸 것입니다. 성경보증의 허구성에 대해서는 아마도 박 목사님께서 정확히 짚어 주실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러므로 성경과의 불일치 문제는 목사님께 부탁드리기로 하고, 역시 세상적인 생각으로 어떤 논리를 개발할 것인지에 대하여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 1단계는, 현재의 교회가 지닌 여러 과제 중에서 담임목사의 위상 재정립 문제도 심각하다 하겠습니다(담임목사의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합니다). 그러나 이를 단시간 내에 개선할 방법은 거의 없습니다(목사님들은 개선할 생각 자체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튼, 현실 교회에서 담임목사는 필수불가결한 직분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마치 담임목사 없는 교회는 교회가 아닌 것처럼 생각할 정도로 확고부동한 인식입니다. 따라서 목사세습 추진 초기단계에서는, 담임목사직의 중요성과 적임자 선임의 중요성이 매우 강조될 것입니다.

♥ 1단계에서 이루어질 핵심 내용에는 적임자 선임방법에 관한 논의도 포함되어야 합니다. 2세대 교회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후임 담임목사를 위임하는 방법에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다 아시는 것이기에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①외부 청빙, ②내부 승진(부목사), ③장기간 양성된 후임자 승계, ④교회 독자적 외부청빙 등입니다. ①②③번은 현임 담임목사의 의견이 반영되는 방식이고, ④번은 담임목사의 의견이 완전하게 차단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잠시 각 방안별 속성을 말씀드리겠습니다. ①번 방안은 참으로 쉽지 않은 방법입니다. 단기간의 관찰로서 적임자를 판별해 내기가 힘듭니다. 많은 교회들이 시행하면서도 매우 꺼리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②번 방안이 가장 옳지만 거의 시행되지 않습니다. 능력있는 부목사를 양성하는 담임목사는 아무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재임기간 내에 영향력 있는 부목사의 존재를 눈감아 줄 정도의 담력(참 영성)을 지닌 목사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③번 방안은 좋으나 사례가 극소수입니다. 희귀한 사례를 든다면, 오정현 목사님을 후임자로 택한 옥한흠 목사님 정도가 될 것입니다. 아름다운 모습이긴 하나 너무 희귀합니다(잘 실행되지 않는 방법이라는 뜻입니다). ④번 방안은 현임 담임목사가 먼저 사임하고 교회 독자적으로 청빙하는 방법입니다. 매우 권장할만한 방법입니다. 그러므로 사례 역시 매우 희귀합니다. 주님의 교회를 사임한 이재철 목사님의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하겠습니다.

♥ 2단계는, 위의 여러 방법의 장단점을 세밀히 분석하면서, 자기 교회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방안을 설명할 것입니다. 설명의 핵심은, 외부청빙(①번 방안)의 어려움을 강조하면서, 내부승진(②번 방안)의 불충족성을 짚고, 장기간 양성된 후임자(③번 방안)의 부재를 거론하는 것입니다. 이때 ④번째 방법도 있다는 사실은 극력 감춥니다. 만약 이런 좋은 방식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목사세습 주도세력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이 방법만큼은 극비에 부치려 합니다. 아무튼, 이 단계의 핵심은 후임 담임목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함과 동시에 적임자 선임의 어려움을 재차 부각시키는 것입니다.  

♥ 3단계는, 자칭 최선의 방안 제시 및 굳히기 작전입니다. 위에서 살펴보았듯, 후임 담임목사 선임은 무척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입니다. 섣불리 결정할 일이 전혀 아닙니다. 이제 가장 효과적인 대안 제시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습니다. 세습하자는 방안이지요. 이 방안은 위의 몇 가지 목사청빙 방법의 단점 내지 난점을 일시에 해소할 수 있는 만사형통방안입니다. 왜 그럴까요? 아들 목사는 모든 교인들이 어려서부터 잘 알고 있는 있습니다. 말썽부린 적이 없었고 늘 모범생으로 생활했을 뿐 아니라, 우수한 성적으로 신학교를 졸업했고, 자기 교회 또는 다른 교회에서 실무경험도 충분히 쌓았습니다. 더욱이 담임목사의 목회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승계를 넘어 보완발전도 가능한, 최고의 적임자라고 강조할 것입니다. 또, 누가 되었든 반드시 후임자는 물색해야 합니다. 부자관계라는 것 외에는 책잡을 것이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아니, 도대체 더 이상의 적격자를 찾기도 불가능합니다. 이보다 더 좋은 방안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철저하게 검증된 사람을 청빙하는 것으로 확정하자고 주장할 것입니다. 굳히기입니다.

♥ 4단계는, 정리단계입니다. 담임목사와 측근들의 확신에도 불구하고, 어디에든 어리석은(?) 부류는 존재합니다. 도대체 말귀를 못 알아듣는 사악한 교인들이 몇 명은 있습니다. 이들이 끈질기게 반대합니다. 처음에는 설득하려고 애도 씁니다. 그러나 전혀 안 듣습니다. 담임목사 측도 지칩니다. 그러므로 결국은 상당한 불협화를 감수하면서까지 정리하게 됩니다. 교회를 분리하거나(상당히 나은 결과입니다), 소수를 추방하는 것이지요(가장 나쁜 결과입니다). 물론 이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상당수의 교인들이 자진 이탈하게 됩니다. 어쨌든 정리는 됩니다. 그 정리의 모양새는 담임목사파의 승리입니다. 이 게임의 승률은 최소한 95% 이상입니다. 주변에서 발생되었던 실례를 보면 증명됩니다. 비근한 예는 감리교의 대표격인 어느 형제 목사의 사례를 참조하시면 될 것입니다.

♥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문제의 제기로부터 결말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진통을 겪겠지만, 결과는 담임목사의 의도대로 결정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소위 성공한 목사들은 왜 세습 문제를 그토록 선호할까요? 그 진정한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이를 추진하는 이들의 주장에 귀 기울이면 안 됩니다. 그들의 논리에 빠지면 진짜 속내를 알 수 없게 됩니다. 심지어 제법 그럴듯하게 들리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이유는 인간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이해됩니다. 이런 이유들입니다.

♥ 하나, 담임목사는 교회개척 경험자입니다. 젊은 시절, 교회개척의 쓴 경험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습니다. 모진 고난을 이 악물고 인내하며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혔습니다. 그런데 무심한 세월은 너무 흘러, 벌써 사임해야 할 시기가 다가왔습니다. 매우 심란할 수밖에 없습니다.

♥ 둘, 교회개척에 성공하여 자리 잡히고 나면 담임목사하는 맛이 대단합니다. 영적 자긍심과 보람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좋은 것은 뽑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기 말에 토를 다는 성도는 없습니다. 뭐든 할 수 있는 듯합니다. ‘내 교회’라는 애착이 강하게 작용합니다. 바로 이점에서 문제가 발단됩니다. 자신의 피와 땀이 서린 교회를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넘겨주려니 속이 쓰려도 너무 쓰립니다. 참고 넘겨줘도, 퇴임 후 자신의 영향력 감소가 마음에 걸립니다. 할 수만 있다면 이 방법(다른 목사에게 내 교회를 송두리째 내어주는 것)은 막고 싶어집니다(주변의 교회를 보면 이해되실 것입니다. 담임목사를 은퇴하면서 두둑한 은퇴사례비와 나름대로의 영향력 행사 방안을 마련해 놓지 않고 교회를 떠나는 어리숙한 목사님은 한 분도 찾지 못할 것입니다).    

♥ 셋, 그런데 뒤집어 생각하면 쉽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역발상의 묘리). 청빙 대상의 범주를 재설정하여 자신의 아들도 포함시키자는 것입니다. 자기 아들도 신학을 하고 목사안수를 받았습니다. 특별한 결격사유도 없습니다. 교회 성도들이 너무 잘 압니다.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주면 아주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욕심이 잉태되는 단계이지요.

♥ 넷, 이제부터는 욕심이 장성하는 단계입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들이 자신이 겪었던 교회개척의 고통을 그대로 경험케 하려니 가슴이 찢어집니다. 비록 자신은 어쩔 수 없어 갖은 고생 다 했을망정, 자식만큼은 그런 고난의 과정을 밟지 않기 바라는 것이 부모의 공통된 심정입니다. 자기가 조금만 억지 부리면 아들에게 쓸데없는 고생 안 시켜도 될 듯싶습니다. 이럴 때 쓰려고 키워놓은 장로/안수집사/권사들을 동원하면 쉬울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드디어 이제 자기 아들의 담임목사 위임은 하나의 거부할 수 없는 확신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아들에게 물려주기만 한다면 모든 근심걱정이 다 해결될 것 같습니다. 아들 고생 안 시켜도 되고, 원로 목사의 영향력 감소를 우려하지 않아도 되고, 피땀어린 알토란같은 교회를 생판 남에게 넘겨주지 않아도 되니, 이거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 일이라고 믿어집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가장 탁월한 해결책이라는 확신이 들게 됩니다!

♥ 이 단계까지 진척되었다면, 그 결과는 보지 않아도 뻔합니다. 그대로 됩니다! 어떤 희생과 손해가 따르더라도 진행시킵니다. 이 단계에서 담임목사의 회심은 기대하지 말아야 합니다. 교회의 불행인 것이지요.

♥ 그렇다면 목사세습이 진행되는 교회에 출석하는 성도의 취할 수 있는 대책은 무엇인가요? 가장 안전한 방법은, 아무 소리 말고, 담임목사의 취지를 따르는 것입니다. 성경진리와 다른 것 같고, 신앙양심에 거리끼는 듯하더라도, 꾹 참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상당수의 목사님들이 권고하는 방법일 것입니다.

♥ 소위 스스로의 경건성을 자신하는 목사님들이나 평신도분들이 극력 반대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목사세습의 허구성을 밝히고 적극 반대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방법을 선택하기 전에, 반드시 두 가지는 각오하고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 첫째는 성공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실을 알고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담임목사파와 대립하여 자신의 주장을 피력할 현실적 수단도 없고, 또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견해를 알려도 승산은 거의 없습니다. 이 경우 단순히 담임목사와 대립될 뿐 아니라, 애꿎은 평신도들 간에도 엄청난 갈등이 불가피합니다. 담임목사와 측근들의 압력을 견딜만한 강심장을 지닌 성도님들은 많지 않습니다.  

♥ 둘째는 목사세습을 막아도 손해가 너무 큽니다. 지금까지 지녔던 신앙심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흔들리게 될 것입니다. 치유에 수 년이 걸릴 수도 있고 심하면 치유가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 성공했다 하더라도 ‘개인의 신앙심을 담보하면서까지 극력 반대해야 할 일이었는가?’라는 자궤감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잃습니다!

♥ 그래서 개인 차원에서만 본다면, 이 문제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씀드렸던 것입니다. 찬반에 관한 의견 개진은 물론 이어지는 결행(찬반 선택)도 일체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더 확실히 하려면(상처 덜 받으려면) 아예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어떻게 결정 나든 나 자신의 신앙유지에만 신경 쓰는 것입니다.

♥ 하지만 말입니다. 철저한 방관자적 자세로 슬쩍 넘어간다 할지라도, 후일 처절한 신앙 양심의 가책은 각오하셔야 할 것입니다. 어쩌면 두고두고 자책하게 될는지도 모릅니다. “왜 나는 ‘아니다.’라는 말을 해야 할 때 이를 명백히 말하지 못했는가?”라며 말입니다.

♥ 사실 목사세습은 교회 내부의 일인 것 같으나 교회와는 무관하며 완전히 세상적인 사고에서 촉발되는 현상입니다. 그러니 어차피 세상적인 현상에 관한 것이므로, 저도 세상적인 비유 하나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표현이 점잖지 못하나 강력한 의사전달을 위해 그냥 사용하겠습니다(‘오야붕’이나 ‘똘마니’라는 일본말 내지 속어를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 현재의 담임목사(아버지)를 ‘오야붕’으로, 측근들(청빙 예정인 아들 목사를 포함한 성도들)을 ‘똘마니’로 칭해 봅니다. 국외자가 보면 조직폭력배는 악의 세력입니다만, 내부자가 볼 때는 나름대로의 덕목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자랑하는 덕목 중에 가장 그럴 듯한 것은 아마도 ‘의리’일 것입니다. 비록 범법행위일지라도 의리는 지키겠다는 것이 그들의 기본적인 양심일 것입니다. 오야붕의 명령은 감옥에 가든 심지어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행하려고 합니다. 이게 그들의 최고의 덕목입니다.

♥ 오야붕이 똘마니에게 뭔가를 명령할 때는 반드시 명분을 줘야 합니다. 죽음도 불사하고 수행할만한 가치를 부여해줘야 합니다. 거기에다 ‘의리’까지 덧붙여야 합니다. 아주 그럴듯한 논리로 똘마니들의 기를 북돋아 줘야 합니다. 그런데 오야붕의 요구가 아무리 가치있고 의리에 부합되는 것처럼 여겨질지라도, 최종 목적은 사회정의가 아닌 자기 조직의 이익일 뿐입니다. 이는 ‘선’이라기보다 ‘악’으로 규정되어야 마땅할 것입니다. 그러나 조폭세계에서 오야붕의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똘마니는 없습니다. 거부는 곧 죽음이기 때문입니다.

♥ 이제 그들(조폭)에 속하지 않은 외부자의 견지에서 보십시오. 오야붕의 지시에 따르면 따를수록 사회에는 엄청난 피해를 줄 뿐이라는 사실(진실)이 보이게 될 것입니다. 안(내부)에서의 ‘선’은 진정한 선이 아닙니다. 내부는 물론이요 외부에서도 명백히 ‘선’이라고 인정될 때라야 그것은 진정한 ‘선’이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 부자세습을 추진하는 담임목사와 그 추종세력은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여, 세습의 당위성을 설득하려 할 것입니다. 심지어 성경의 지지까지 이끌어 내려 발버둥 칠 것입니다(담임목사는 강대상에서 설교의 형식을 빌어 집요하게 설득할 것입니다). 그럴 듯하게 들릴 것입니다. 이에 비해, 반대측은 자신들의 생각을 밝힐 기회마저 박탈당합니다. 억지로나마 반대 의견을 말하면 ‘비판이나 일삼고 교회에 분란이나 조장하는 사람들’이라는 평을 받게 될 것입니다. 한 마디로, 주도측(담임목사편)은 최신 자동소총으로 중무장한 것과 같고 반대측은 겨우 지게 작대기(몽둥이만도 못한 것이지요)를 하나 들고 있는 형국입니다. 정당한 싸움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의 대치형국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면에서 유리한 담임목사 측의 주장이 훨씬 옳아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 담임목사파의 세습 주장은 오야붕의 명령과 무척 비슷합니다. 명분과 실리가 있는 것 같고 심지어 의리까지 담겨있습니다. 반대 이유를 찾아낼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완벽한 설명일 것입니다.

♥ 목사세습을 목표로 삼은 담임목사의 논리에 귀 기울이는 한, 찬성해야 할 것인지 반대해야 할 것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목사세습 문제는 참 교회에서 일어나서는 아니 되는 무익한(해로운) 현상입니다. 우리를 더욱 슬프게 만드는 것은, 세습에 찬성해도 후회하게 되고 반대해도 후회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어느 편을 택하든 후일의 후회와 가책을 피해갈 길은 없습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제가 이 경우에 처했다면 저는 분명 ‘아니다.’라고 말할 것입니다. 목사세습이 정당하다는 주장은 전혀 성경적이지 않기 때문에 신앙양심을 속이면서까지 잃는 것이 두려워 어정쩡하게 찬성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니다.’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실로 대단한 용기와 엄청난 상실까지를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 목사세습의 찬반 역시, 다른 모든 문제들과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의 판단에 따라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따르되 슬기롭고 지혜롭게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이는 물론 어떤 결과에 이르든 후회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전제한 생각입니다.

♥ 비록 목사세습 문제는 아니었지만 다른 교회개혁 문제로 유사한 체험을 먼저 했던 경험 선배로서, 앞으로 처하게 될 신앙의 가시밭길을 주님의 위로에 의지하여 잘 극복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아프겠지만 성령님을 의지하여 슬기롭게 헤쳐 나가십시오! 힘내십시오! 샬롬!

♣ 개인 경구 : 목사세습을 추진하는 이들은 그 정도의 영성 수준이기에 이를 행하는 것일 뿐이다. 참으로 깨어있는 목사라면 결코 목사세습 문제를 들고 나와서 교회를 분쟁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지 않는다! ♣  

김문수

2006.10.13 08:56:01
*.75.104.45

동일한 경험을 하지않고는
쓸수없는 글인것같습니다.
순태형님의 눈으로 본 사실을 보고 느끼고 깨달은바를
그대로 쓰신게 느껴집니다.

순태형님이 강해진건
이렇게 보지말아야하고 선택하기힘든과정속에서
인간적의리냐~ 하나님이냐의 선택의 기로에서의 시간들속에서
어쩔수없이 강해지게 되신부분도 있는것같습니다!! 샬롬!



정순태

2006.10.14 15:02:08
*.75.152.60

문수 형제님!
이런 글, 이런 생각 나누지 말고
그냥 서로 위로하고 서로 격려하고 서로 힘이 되는 이야기만 하면 안 될까요?

앞으로는 아무 말 없이
그냥 들러서 은혜나 받고 나가곤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형제님께서 고금최강 내공으로써 도와 주시지요~~~~~~~~~^^ 샬롬!

김문수

2006.10.14 15:24:56
*.75.16.68

순태 형님!!
형님께서 간절히 원하시는 모임이
그냥 자연스러운 모임이듯이
저역시 그냥 자연스러운 모임을 원합니다.

현시대의 가장슬픈 모임의 특성은
자연스러움이 사라져가고 인위적인 믿음을 추구하는
교인들 영향으로 자연스러운 믿음을 원하시는 분들이
상처받고 있다는 사실인것같습니다. 형님 힘내세요!!
그런데 갑자기 우리 네이비씰 요원들이 안보이시네요?
훈련중이실까요? 형님!! 샬롬!!

허경조

2006.10.17 13:22:16
*.80.180.77

참으로 동감이 가는 글에 감사합니다.
저역시 그런 경험과 결단의 순간이 있었고 공동의회의 앞에 나가 의견을 발표하는 도중에
강대상에서 마이크를 잡은 담임목사의 모욕적인 인신공격을 받은 경험도 있었읍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옳은것은 옳다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한것을 후회하지 않읍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진짜 이유” 중국어번역본이 준비되었습니다. master 2023-09-20 1138
공지 신입 회원 환영 인사 [1] master 2020-10-06 1534
공지 (공지) 비영리법인을 설립했습니다. master 2020-05-15 2692
공지 E-book File 의 목록 [3] master 2019-08-23 1941
공지 크레딧카드로 정기소액후원하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file master 2019-07-04 5911
공지 소액정기후원회원을 모집합니다. [18] master 2019-02-19 1982
공지 글을 올리려면 로그인 해주십시요/복사 전재하실 때의 원칙 [16] 운영자 2004-09-29 6042
363 고린도 전서에 몇 가지 질문입니다. 이대웅 2006-11-02 1306
362 [re] 어려운 질문 [6] 운영자 2006-10-25 2603
361 [바보같은 질문 #11] 뜨거운 경험이 없는것은 상대적으로 믿음이 약한 탓인가요? [1] 김형주 2006-10-21 1659
360 [바보같은 질문 #10] 근친혼에 대한 성경적인 해석이 궁금합니다 김형주 2006-10-21 1332
359 [단상] 삼학사와 환향녀(예레미야의 매국행위?) [1] 정순태 2006-10-20 1639
358 어리버리한 양복입은 두신사 [3] 김문수 2006-10-19 1300
357 직업임으로 표현하는 그림도 우상인가?? [1] 백운산 2006-10-19 1487
356 육체로부터 썩어진 것을 거두느니라 이준 2006-10-18 1473
355 어떤 목사의 사임에 관한 답답한 마음 허경조 2006-10-17 2231
354 [re] 예상된 반응 - 그러나 떠날 때는 말없이................ [2] 정순태 2006-10-20 1589
353 어느 이름모를분의 고백 [2] 국중후 2006-10-13 1312
352 주기철 목사님의 다섯가지기도와 골통의 고백!! [1] 김문수 2006-10-12 1384
351 멕시코 선교 소식들 구경평 2006-10-11 1122
350 컴퓨터가 또 고장났습니다. [2] 운영자 2006-10-10 1243
349 귀신이 들린 여자집사의 질문 이준 2006-10-10 1157
348 공평하신 하나님 15부 [3] 김문수 2006-10-09 1249
347 목회권 세습에 대해 [1] 이승우 2006-10-09 1493
» [re] 가능하다면 후회 조금 할 수 있는 방안 선택을....... [4] 정순태 2006-10-13 1531
345 운영자님께 [1] 백운산 2006-10-07 1220
344 [좋은 자료 나눔] 목사라는 직임 [4] 정순태 2006-10-06 1890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