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눈물과 마지막 강의

조회 수 684 추천 수 21 2012.04.28 08:07:18
아버지…너무도 오랜만에 불러보는 이름입니다.
엄하시기도 하고 항상 어려웠던 아버지를 생각합니다.
작년 겨울 이 교회 저 교회 다니면서 겨울 나그네같기도 하고  눈물이 났지요.
그 때 아버지께서 명퇴 후에 이 대학 저 대학 강의를 하러 다닐 때 눈물이 난다고 하셨던 말씀이 생각 났어요.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캠퍼스를 걸어다닐 때 젊은 교수들 사이에서 마음도
자존심도 상했을 것 같아요.
명퇴한 것도 마음이 아플텐데 저희가 너무도 이해를 못하고.가족들 사이에도 외로우셨죠...
한국에 가서 제 구두 굽도 다 떨어져 나가도록 돌아다녔는데 충격적인 말을 듣기도 했어요.
언제나 낡은 구두를 신고 늘 군자는 좋은 의복과 음식을 먹지 않는다고 근검 절약하셨던 아버지를 생각하면
저도 마음이 아픕니다. 아버지께서 서울가실 때마다 제가 아버지 구두를
닦으면서 기도했었는데...

제가  아버지께서 일찍명퇴하셨던 그 나이가 되었어요.
가끔씩 퇴직 후에 소주를 마시고 판소리를 들으실 때
정말 싫었는데 이제 알겠어요.
아버지의 마시는 술은 눈물과 한숨이었다는 것을….
왜 유독 저에게 서예며. 문인화와 가야금과 전통매듭,
공예들을 가르쳤는지 기타나 피아노를 가르치시지?….
세상이 서양의 문화를 대책없이 받아들일 때 우리 것을 지켜야한다고 고집스레 지키셨는데
그 때는 전통이란 말만 들어도 싫었어요..
이제 조금씩 모두들 우리 것을 소중히 여기고 지키려 하고
좋은 한국 문화를 계승하려 하고 있습니다.
청량한 판소리도 이제 귀에 들어와요. 판소리 대가 P씨가 마태복음을 창으로 부르는 것을 듣고
감동 받았어요.
30여년이 지나 제가 이 작은 섬에서 한국 문화와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선교사들이 우리 문화를 없앤다고 탄식하셔서
저는 이나라 문화와 자존심을 지키면서 선교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아름다운 4월이 지나가고 있어요.
이제 곧 종강을 하게 되지요. 이 곳 사람들 모두들 아쉬워 해요.
이 곳 대통령이 한국문화센타를 위해 추천서를 써주셨어요.
6월엔 팔라우 사람들을 데리고 한국 교회와 문화를 체험하러 한국에도 가요.
수년전에는 무조건 서양것이 좋다면서 우리 문화를
홀대했는데 지금은 한국의 것들이 무척 아름답고 자긍심마저 느낍니다.
이 작은 섬에도 이젠 한국문화를 선망하고 배우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준비하느라 무척 힘들었지만  점점 보람도 느끼게 되었어요.
3 주전에는 다도를 가르치며 우리 차의 효능을 이야기했지요.
모두들 좋아하며 이젠 소다수 대신 우리차만 마시려고 합니다.
그래서 교육이 참 무섭구나하고 생각이 들면서 잘 가르쳐야 겠다는 다짐을 했어요.
아버지 제자들은 TV에도 곧잘 나와 강의도 하고 처음 시작하셨던 판소리 대회도
지금은 전국대회로 이어지고 있어요.
제가 아버지께서  바라시는대로 교직으도 안가고 꿈을 이루지 못했고 유산을 지키지 못했지만
여기에서 열심히 선교하며 한국 문화를 가르치고 있으니 용서하세요.
말 안듣고 불효막심한 딸이었는데..
아버지 덕분에 고전도 읽고 예법도 배워서 잘 사용하고 있어요.
돌아가신 후에 아버지 낡은수첩을 보니 마지막 철학 강의후에
뼈아픈 눈물이 났지만 감사하며 살아야 겠다는 글이 있더라구요.
그 글을 보며 아버지의 외로운 마음과 남들이 알아 주지 않는 험한 길을 걸으셨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버지의 자리도 이제 알았고 생각하면 눈물에 가슴이 적십니다.

그리고 마태복음 5장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라는 성경 귀절이 적혀 있었어요.

교회를 싫어하셨지만 늘 기독교 방송을 들으시고 마음에 하나님을 모셨다고 생각이 돼요.

사랑과 용서에 대한 글도 있더라구요. 세상을 용서하고 자신을 용서해야 한다는 글이었어요.
용서가 힘들지만  하나님의 마음으로 용서하면 마음이
얼마나 편해지는지 몰라요.
더 기쁘게 오래 살으셨으면 빛을 발했을 텐데 ..

하지만 천국에 가셔서 하나님 품안에서 위로를 받으셨을 거라 믿어요.
이제는 중년의 나이가 되어 아버지께서 좋아하셨던 국화옆에서 시를 생각합니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리 울었나보다.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 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보다.


저도 머언 먼 젊음의 뒤안 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앞에선 그런 제 모습이 떠오릅니다.

오늘 오랜만에 남편과 아름다운 노을을 보며 고기를 구워먹었어요.
행복이란 그리 큰 데 있는 것 같지가 않아요,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온고지신을 꼭 지키면서 잘 살겠습니다.
그리고 부끄럽지 않게 소명을 다할께요.
자주 묘소에 가지 못하지만 용서하세요.
천국에는 눈물도 한숨도 없겠지요.
부디 천국에서 평안하세요. 그리고 저를 응원해 주세요.
생전에 못했던 말 아버지 사랑합니다.



이선우

2012.05.01 20:24:35
*.222.244.147

마치 아버지 학교에 제가 온 것 같습니다.^^
그리운 아버지, 저도 불러 봅니다...

사라의 웃음

2012.05.03 22:42:21
*.109.85.156

저도 친정아부지를 무척 좋아하였기에
아부지가 그리워집니다.
소쩍새 울던 사연을 거울 앞에서 발견하시는
사모님의 아름다운 모습 한번 상상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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