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미국에 도착하였을 때, 그 아름다운 경관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풀먹인 듯 나즈막히 앉아있는 집앞의 잔듸와 나뭇잎마다 마치 퐁퐁으로 씻어놓은 듯 먼지 한점없이 깨끗한 푸르름이 좋았다. 담장없이 그림같이 줄을 지어 서 있는 집들은 헨젤과 그레텔이 뛰어놀만한 과자로 만든 집같고, 그림같고...
그렇지만 이민사회는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였다. 자그마한 도시여서 더욱 그러했는지, 기침만해도 어느사이 폐렴으로 죽었다라는 소문이 돌 정도로 이웃을 말로 죽이기 일쑤인 곳이였다. 미국인들 사이에서 이방인으로 상처받으며 살아가고 하는일 대부분이 허드렛일이다 보니 자존심이 많이 무너지기에 교회에 나와선 그 자존심 회복하려는 발버둥이랄까.. 그래서인지 서로 높아지려 아우성인 교회, 이민온지 오래된 사람들 중 자리잡고 궁궐같은 집을 지닌 자들 끼리, 갓 이민와서 어찌해야할 바를 몰라 어리둥절한 사람들 끼리, 미국인 남편과 사는 사람들 끼리, 끼리 끼리 그렇게 무리지어 서로 미워하며 살아가는 공동체가 교회라는 이미지를 짙게 풍기고 있었다. 운영자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톡하면 터질 것 같은 봉선화, 정말 건드릴 수 없을 정도로 상처로 분노로 얼룩진 사람들의 심령이였다.
우리부부는 그런 저런 모습속에서 상처도 받으며 안타까운 일도 많이 지켜보며 아주 구체적인 기도를 시작했었다. 갓 이민와서 정착하기 어려운자들을 돕고 싶었다. 비 피할 곳 없는 가녀린 새들의 둥지가 되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저들의 필요를, 특히 혼자 자립하는데 필요한 사업자금도 좀 도와주고 말이라도 따뜻하게 건네주며 이 차가운 이민사회에서 자그마한 온기라도 전할 수 있는 그런 가정이 되고싶어서 하나님께 그런 가정이 되고싶다고 기도하기 시작했었다. 그러려면 자연스레 우리가정은 아름드리 나무가 되어야만 했다. 그 아름드리 나무가 되게해 달라는 그 기도가 얼마나 잘못된 기도인지 정말 몰랐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웃을 돕기위해 내가 잘살아야하는 그런 기도였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거룩을 원하셨다. 나의 상태가 먼저 깨끗하게 씻겨지길 원하셨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애벌레가 고치를 벗고 어서 나비가 되어야하는데 나는 자기 의로움에 빠져서 애벌레의 껍질을 더더욱 두텁게 해달라는 기도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시어 죽으시고 영광스런 부활의 첫 열매가 되시어 우리 모두에게 그 부활의 모습을 선물로 주시려 대속하신 사랑이시다. 그런데 교회에 출석만 하면 다 이룬 것 처럼 이 땅에서 좀 의로운 삶을 살아야겠다며 그 의로운 모습이 나의 신앙을 채점매겨 주는 듯, 선한 행동이 나의 신앙을 드러내는 길이라 생각하며 살아온 긴 세월이였다.
하나님께서 세워놓으신 그 자리에서 하나님이 시키시는 일을 하는 것이 순종이다. 많은 손실, 모진 고생... 세상의 눈으론 남겨진 것이 하나도 없다. 앞날도 아무런 보장이 없다. 그렇지만 늘 세심히 보살피시는 하나님의 손길이 보인다. 그 아들을 죽이시기까지 사랑하신 그 사랑만큼 세상끝날까지 사랑하여 주신다. 그래서 삶에 염려가 없어졌다. 이 곳에서 다소 고생스러운 일을 하더라도 대속하여 주신 사랑 그리고 부활의 영광스럼에 동참케 하신 은총으로 매사에 기쁨이 살살 배어나온다. 이 기쁨을 주님께 보여드림이 순종이며 찬양임을 이젠 알 것 같다.
이웃사랑이란 내 가진 어떤 것을 조금 나누어 주며 나 어떠함을 드러내는 것이 아님을 이제 깨달아간다. 또 내 가진 그 무엇을 나누어주려면 내가 먼저 많이 가져야함의 법칙을 신앙이라는 허울로 가려가며, 아니 어쩌면 자신도 눈치채지 못하며 아름드리 나무만큼 커다랗게 키워주십사 기도해왔던 예전의 나였다. 진정한 이웃사랑은 내가 아름드리 나무가 되어 가녀린 이웃들의 둥지가 되어주는 것이 아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죽으심과 부활하심에 동참하여 이 부활의 참 기쁨을 함께 소유하는 것임을 이젠 알 것 같다.
이 땅에서 천국을 누림은 우리의 믿음의 크기와 세기완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우리의 선한 행위가 천국을 누리게 할 수가 없음을, 그리고 교회에 열심히 출석하여 말씀을 지식으로 산처럼 쌓아놓았음을 자랑해도 소용없음을,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나서 그동안 맞다, 옳다라고 철석같이 믿으며 걸어왔던 그 길이 사실은 전혀 다른 길이였음을 알게되었기에 이젠 다른길로 돌아서는 것, 그것이 천국의 길, 이 땅에서 천국을 누리는 길, 그리고 예수님의 영광스런 부활의 첫열매에 매어달리는 길인 아주 복된 길임을 선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