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날을 아이들이 저희끼리 소곤 소곤 거리고 있었다. 무슨일인가 궁금했지만 우리 앞에선 시치미를 똑떼기에 더 이상 묻질 못했다. 어버이날이 다가오니 그 비밀이 풀렸다. 어떻게 우리부부에게 즐거운 시간들을 만들어줄까 싶어 두 아이가 고심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뮤지컬관람과 그럴 듯한 곳에서의 식사, 그것이 아이들의 결론이였다. 토요일 내가 일을 마치길 기다린 가족들은 부랴 부랴 뮤지컬을 보려 출발했다. 아뿔사, 차를 잘못타는 바람에 이십분이나 늦어졌다. 공연이 시작하였기에 들어갈 수 없다는 안내자의 말에 우리가족은 울상이 되었고, 가엾게 보였던지 초대권을 네장 주면서 다음주에 반드시 시간 맞춰오라며 부탁을 하는 안내자가 너무 고마웠다. 아쉽지만 다음주 토요일로 미루고 우린 근사한 바베큐집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아이들은 식당에서 우리부부를 이렇게 저렇게 앉혀놓고 사진을 찍어대더니 "이 땅에 태어나게 해줘서 고마워~" 라고 말을 하였다. 너무 미안스러워 " 이 땅에 태어난 너희들을 너무 고생만 시켜서 미안해~~" 라고 대답했더니 아이들은 히죽 웃으며 "맞어! 맞어! 고생 무진장 했네~~" 라고 말하는 것이다. 좀 머슥해진 우리 부부를 보더니 깔깔거리며 농담이라고 말하는 아이들을 보니 어느사이 이렇게 훌쩍 커 버렸나 싶었다.
작년, 교회에서 어버이날 행사가 기억이 난다. 자녀들 대표로 작은 딸이 부모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는 시간이였다. 편질 읽기도 전에 흐느껴 우느라 정신이 없던 아이, 얼마나 맘 고생이 많았으면 저리도 우는가 싶어 너무도 가슴이 아팟다. 그 흐느낌에 회중석의 성도들이 따라 울고 나도 고개를 떨구고 그저 한참을 울고 있을 때, 아이의 어떤 말에 성도들의 눈길이 우리부부를 향하게 하였다. 편지내용엔 그동안 공부하라고 한번도 말하지 않은 부모가 고맙다는 것이다. 그저 최선만 다했으면 됐다고 말해준 부모였기에 자신도 최선만 다했노라는 그런 내용의 편지였다. 자녀의 공부에 관심이 집중되어있던 부모들은 정말 그 말이 맞냐는 표정으로 우리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였다. 맞다고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극심한 어려움 가운데 아르바이트하랴 공부하랴 늘 시간이 모자라 절절 매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공부하란 말을 할 수가 있었겠는가? 공부하는 모습만 보면 맘이 안스러워 더더욱 미안하여 어쩔 줄을 몰랐는데... 그 시절 나를 붙잡아 준 말씀이 있었다. 아이들은 하나님의 소유인 것, 부모는 이 땅에 아이들을 배달한 배달원이라는 이 곳의 말씀이 생각이 났다. 하나님의 소유이기에 소중스레 키워야하는 것을 사람들은 자신의 소유인양 자신의 욕심대로 자녀를 키우기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내용의 말씀이 사실 아이들을 향한 미안함과 맘 쓰라림을 평안으로 보듬어 주었다. 참 어렵고 고통스런 환경이지만 이 가운데서 하나님이 아이들을 키워가시는 손길이 있음이 믿어졌다. 우린 이 땅에 아이들을 배달한 배달원임이 정말 믿어졌다. 그래서 더더욱 하나님께 맡겨드리며 맘 아프고 쓰릴 때 마다 하나님께 아이들을 부탁드릴 수 있었다. 하나님의 소유이기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하나님께서 직접 키워주십사 매일 매일 부탁을 드렸다.
매번 부모에게 자상스레 맘 써주는 아이들이 참 대견스럽다. 아이들은 늘 고백을 한다. 만약 이러한 어려움이 없었다면 자신들은 어떠한 모습으로 자랐을지 염려스럽다고 이야기한다. 분명 세상이 좋아 세상에서 즐기며 하나님을 외면하고 살았을 것이라는 고백을 자주한다. 하나님이 어떠하신 분인지 조금씩 배워갈 수 있기에 환경의 어려움을 탓할 수가 없다는 그런 고백을 들을 때 마다 정말 하나님이 키워가심에 감사밖엔 올려드릴 것이 없다.
이렇게 키워가시는 하나님의 자녀들에게 혹여 나의 지혜부족으로 아이들을 의지하려는 나약함이 있진 않은지, 그래서 내가 하나님을 또 잠시 잊는 우를 범하지는 않은지 곰곰이 뒤돌아보며 자세히 살펴서 회개하며 고쳐나가야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