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속이 상하면 장롱속에 꽁꽁 숨어버리고만 싶었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혼자 끙끙거리며 앓고 또 앓고만 싶었다. 이렇게 어른이 되어서 영혼의 한숨이 생길 때, 나의 잘못인 것을 깨달을 때, 아니면 또 남의 탓이라고 우기고 싶을 때, 난 무조건 나의 영혼의 장롱속으로 또 꽁꽁 숨어서 깊은 한숨을 내쉰다.
어쩌면 말씀을 읽고 기도를 하면서도 내 죄를 들여다 본다, 나의 자아를 깨뜨린다, 옛사람을 죽인다, 부수어야한다, 태워야한다.... 이런 구호들을 홀로 외치며 영혼의 장롱속으로 스며들어가 버리고 마는 것 같다. 내가 해 보겠다는 심산이다. 나의 죄를 내가 씨름하면서 씻어보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역시 나의 공로이다. 십자가의 공로를 무참히 짖밟고 있는 나임을 본다.
죄의 본성은 예전의 살던 모습이 제일로 편안한가 보다. 그래서 용수철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또 예전의 나로 돌아가고자 한다. 관성의 법칙에 너무도 충실한 나의 영혼임을 발견한다.
이렇게도 모질게 튕겨져 나오는 사람의 습성, 죄성은 하염없이 솟구치기만하는데... 그럴 때 마다 체온계를 몸에 지니며 열의 강도를 재고 싶어하는 나의 본성은 영혼의 체온계를 머리에 꽂고서는 나의 죄악의 온도를 재고 싶어한다. 얼마나 나의 공로, 나의 노력, 나의 행위에다가 촛점을 두고 싶어하는지 모른다.
머리 조아리며 나의 가장 큰 문제점을 하나님께 고백한다. 이렇게 모진 우리네 죄악된 모습이기에, 정말 이것밖엔 안 되면서 저것도 요것도 된 것인 양 자랑하고픈 사람의 본성이기에... 그래서, 그래서 이 땅에 오셔야만 했고, 그래서 십자가에 대신 돌아가셔야만 했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이심을 다시금 눈물 흘리며 고백한다.
나의 주시여, 용수철만큼이나 빠르게 되돌아가고픈 이 공로사상, 구호로 외치며 죄를 씻어 보겠다고 태워보겠다고 머리에 두건쓰고 힘을 쓰는 이 공로사상,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죄인임을 자꾸만 잊고 싶어하는 이 본성을 이 시간 모두 모두 예수님 십자가 앞에 내려놓게 하옵소서. 오직 십자가만이 저의 소망이며 그래서 십자가 앞에만 매일 매일 무릎을 꿇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