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여선교회원들과 함께 노방전도를 했다. 모처럼 전도지를 들고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는 일에 함께하고 싶어 직장에 양해를 구하고 참여하였다. 예쁘장하게 만든 전도지에다가 애교스럽게도 사탕 하나씩 매달아서 만나는 사람에게 전해 주었다. 대부분 귀찮아서 억지로 받거나 필요없다며 가던길을 따박 따박 걸어가는 자들이 많았다. 가끔 아주 가끔은 반색을 하며 자신도 예수님을 믿는다며 수고한다고 이야기해 주는 분들을 만나니 가뭄에 단비 만난 듯 맘이 촉촉하여졌다.
따가운 뙤약볕에 등에는 땀이 송글 송글 솟아오르는 무더위이지만 거리를 한바퀴 돌며 한 사람 한 사람을 지나쳐 버리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을 때, 저만큼 떨어진 곳에 왠 여인이 아주 커다란 곰인형을 업고선 왔다 갔다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였다. 이 더위에 그렇게나 커다란 곰인형을 업고 있는 중년의 여인은 분명 정상은 아닐터인데 혹여 자녀를 잃고 슬퍼하다가 저리 된 것은 아닐까하는 맘에 너무도 가여운 생각이 들어 다가가 보았다. 촛점이 없는 눈빛, 그러나 곰인형만큼은 양손으로 꼬옥 잡고 놓칠세라 등이 바짝붙여 업고 있는 모습이 여간 안스럽지 않았다. 중년의 여인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전했다. 많이 아프고 슬픈일이 있다면 더더욱 우리 예수님께 나가자고 조심히 전하였다. 무표정하게 듣던 여인은 휑하니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사람 많은 곳을 찾아서 한참을 전도지를 전하고 있는데 또 저 멀리서 그 곰인형을 업고 있는 여인이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여운 여인이 너무 반가와 손을 흔들며 웃어주었다. 그리고 또 다가가보았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을 전하였다. 얼마나 사랑하시면 그 독생자를 십자가에 우리 대신 매달아 죽게하셨는지를 힘차게 전하였다. 조용하던 여인은 십자가의 예수님을 전하자 갑자기 무서운 표정으로 돌변하며 침을 뱉으며 욕을 하는 것이였다. 그리곤 달아나는 것이였다.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이가 호수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갑자기 소나기가 내려 물이 부는 바람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 아이의 엄마는 그 후에 실성을 하여 비가 오는 날이면 호숫가를 떠돌며 아이의 이름을 흐느끼 듯 불렀다고 한다. 비가 오는 날이면... 내가 만난 그 여인도 그렇게 아이를 잃은 것 같았다. 아이를 잃은 아픈 맘에 마치 아이인 듯 그렇게나 커다란 곰돌이 인형을 땀을 흘려가며 업고 서성이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어 또 맘이 많이 아파왔다.
아이를 잃은 엄마의 아픔은 실성하지 않을 수 없는 아픔과 슬픔이다. 그런데 우리 하나님은 독생자 예수님을 우리를 위해 내어 주셨다. 실성할 수 밖엔 없는 그런 아픔을 가슴에 삼키면서 우리를 대신 그 아들을 내어주셨다. 이렇게 추하디 추한 인간을 어찌하여 그리도 사랑하여 주시는지 모르겠다. 우리를 사랑하심 때문에 독생자를 십자가에 죽게하셨는지 다시금 감사와 죄송스럼이 범벅이 되어졌다. 땀을 뻘뻘 흘리며 곰돌이 인형을 업고 서성이는 여인, 비가 오는 날이면 호숫가를 떠돌며 애타게 울부짖는 엄마의 맘을 헤아려 보니 하나님의 맘은 어떠하셨을까 싶어 정말 송구스럽기 짝이 없었다.
전도지를 다 나눠주고 되돌아오는 길에 그녀를 또 만났다. 여전히 커다란 곰돌이를 업고서 서성이던 여인은 먼 발치에서 그렇게 나를 또 지켜보고 서 있었던 것이였다. 너무나 반가워 다시금 웃으며 예수님 영접하시길 간곡히 부탁드려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