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불효자의 감사기도
하나님께서 지난 주 아버지를 영원한 하늘나라로 부르셨습니다.
천국 가시던 날 새벽에 의식 없는 아버지께 로마서 8장 24절, 28절 말씀을 읽어 드렸습니다. 표현은 거의 못하시나 의식은 남아 있는 상태였습니다. 아버지께 그 말씀을 읽어 드리면서 하나님이 아버지께 그런 구원의 은혜를 베푸셨으니 아무 걱정 마시고 영혼과 마음을 평안히 하시고 하나님께서 부르시는 바로 그 순간까지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절대적으로 붙드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순간 머릿속으로 스쳐간 장면 하나가 있었습니다. 아버지께서 웃으시며 "잘 있다와(잘 살다와)" - 두 표현중 하나인데 정확치가 않아서 둘 모두 기재합니다. -라고 말씀해주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장면을 경험한 순간의 느낌은 “평생에 한 번도 아버지에게서 이렇게 따뜻한 말투의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이 흐뭇해지며 평안해짐을 느꼈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버지를 구원해주셨음을 제게 확증 시켜주신 순간이라고 믿습니다. 평생 불효자인 막내 자식의 아버지에 대한 마지막 간구에 하나님께서 긍휼히 여기시는 마음으로 응답해주셨음을 확신합니다.
그 주가 시작되는 주일 가족 예배 때 아버지께서 이미 신앙 고백을 겸허히 하심을 보고 가족들은 그때부터 염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새벽을 지나 아침이 되어 온 가족이 모인 가운데 평안히 하늘 아버지께로 먼저 가셨습니다. 크게 고통 받지 않으시고 편안한 얼굴로 그렇게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못난 불효자, 그 순간에야 처음으로 아버지께 사랑한다고 말했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 고백이었습니다. 제가 그렇게 슬퍼할 줄 몰랐습니다. 며칠 남지 않은 날 동안 제가 그렇게 아버지를 가엽게 생각할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다 발견한 마지막 일기에서 사랑하는 자녀들의 이름을 나열한 맨 끝에 쓰여 있는 제 이름을 보고 그리도 슬퍼할 줄도 몰랐습니다.
주일이 포함된 날짜 관계로 4일장을 치르고 인간적인 마음이 힘든 며칠을 보냈습니다. 아버지께서 천국에 계신다는 믿음은 이미 하나님께서 확증해주셨고 응답해주셨기에 전혀 의심치 않습니다. 그런데도 평생 불효했던 저인지라 인간적인 아쉬움과 죄송함이 자꾸 아버지를 떠올리며 아프게 됩니다. 어리석은 회한이겠지요.
육신의 아버지를 통해 이 가정에 복음을 허락하시고 그 아버지를 먼저 하늘나라로 부르신 하나님께서 모든 일정을 주관하셨고 인도해주셨습니다. 평안했고 감사했습니다. 가족들의 인간적인 슬픔의 표현은 그치지 않았지만 우리의 영혼은 평안했고 우리의 마음은 오히려 감사했습니다. 비록 부족한 점도 있었지만 한 평생 자식들 위해 수고와 헌신을 아끼지 않으셨고 우리 가정에 복음의 통로 역할을 해주신 우리 아버지, 그 아버지를 하늘 아버지 곁으로 평안히 불러주심에 우리 가족들은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직 감사했습니다. 십자가 사랑을 저에게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 연약하고 흠 투성이인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사단의 권세를 짓밟고 승리하신 예수님께 감사했습니다. 인간적인 슬픔에 잠긴 우리 가족에게 매 순간 마다 위로와 새 소망으로 붙들어주신 성령님께 감사했습니다. 목사님을 비롯해 주위 성도들이 저와 아버지를 위해 정말로 간절하게 기도해주셨다는 사실을 분명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웃으시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저희 아버지께서 생전에 가창 실력이 상당하셨는데 지금 천국에서 어떤 모습으로 하나님을 경배하며 찬송하고 계시는지 가끔 혼자 상상해보곤 합니다. 그런데 상상하기는 정말 어렵더군요. 상상이 잘 안돼요. 어쨌든 언젠가 저 또한 하나님께서 부르실 때 먼저 천국으로 가신 우리 아버지를 뵐 수 있겠죠. 그때 하나님께도 덜 죄송하고 우리 아버지께도 덜 부끄러운 자식이 되기 위해 분명히 달라진 삶을 살겠습니다.
1/25/2013
저와 개인적으로 이멜로 계속 상담해왔는데
지난 주 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떠나 보낸 후에 제게 보낸 감사 이멜입니다.
회원님들과 꼭 함께 나누고 싶어서 올립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