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제가 개인적으로 기도 부탁을 받은 한 자매님에게서 오늘 받은 연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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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오랜만에 연락드립니다. 아버님이 위독해서 한국을 급히 방문했던 제 후배 자매가 한 달 반이나 간병한 후에 어제 미국에 도착했습니다. 그동안 기도해 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을 출국하면서 기도를 부탁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하나님이 아버지를 어떻게 이끄셨는지 마지막 업데이트를 보내왔습니다. 모든 것이 함께 기도해 주신 중보자들의 기도 덕분임을 잊지 않고 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아래는 그 마지막 업데이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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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한 기도의 동역자들께.
저는 지금 미국에 도착하였습니다. 지난 한 달 반의 시간이 찰나 같으면서 그 순간순간 피가 마르도록 간절히 기도하였네요. ㅠ ㅠ 아버지는 5주 동안 저와 함께 일반병실에서 여러 가지 치료를 병행하며 안정을 취하시며 2차 혈관 수술을 기다리셨습니다. 2차 혈관 수술은 앞으로 뇌경색 또는 뇌출혈 재발을 막기 위해 꼭 필요한 수술이었습니다. 이론상 4주 후에 2차 혈관 수술이 가능한데 아버지는 요로감염이 생겨 감염 수치가 갑자기 올라가서 수술 날짜가 한 주 지연되기도 했습니다.
2차 혈관 수술을 잘 받고 회복하시는 중이고 저는 한국에서 마지막 주를 보내며 아버지의 재활병원을 알아보았습니다. 한국 의료시스템을 전혀 몰라서 헤매기도 했지만, 재활병원, 요양병원, 요양원 등등 다 알아보면서 ... 같은 나라에 산다면 전혀 어려울 일 없이 우리 가족이 아버지 모시고 함께 살면 되는데 한국과 미국으로 서로 떨어져 사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고, 그래서 결국 아버지 혼자 어딘가로 보내야 한다는 게 너무 죄송하고 슬펐습니다.
한국 의료비가 싸다고는 하지만 미국에는 부담할 필요가 없는 간병인 비용은 예상치 못한 현실적인 부담이었죠. 그러던 중 대전에서 가장 큰 재활병원에서 아버지를 간호 간병 통합병동으로 받아 줄 수 있다는 허락을 받았습니다. 여러 가지 조건이 있었음에도 다행히 아버지 컨디션이 조건에 부합하여 6개월 동안은 큰 부담 없이 아버지 보험으로 간호 간병 통합 전문 재활병원에 들어갈 수 있고, 6개월 후 여름방학에 제가 또 한국에 나와서 아버지의 재활 경과를 듣고 거기에 맞춰 다음 행보를 또 결정하기로 하였습니다.
아버지 혈관 수술은 11일, 저는 14일 비행기 티켓, 그리고 재활병원으로 이동은 19일로 결정, 제가 없는 6일간 아버지를 돌봐주실 간병인 섭외, 이 모든 게 3일 안에 빠르게 정해졌는데 돌아보니 다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듯 하네요. ㅠ ㅠ 남은 것은 아버지의 재활이고 재활병원은 어차피 보호자가 함께 들어가지 못하니 이 부분은 정말 아빠와 하나님께 맡기는 수밖에는, 미국에 있는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네요.
아버지랑 병원에 있으면서 많은 순간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 함께 나누고자 하는 것은 아버지랑 두 번 주일 예배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성모병원은 가톨릭 재단이라 주일 오전에 카톨릭 미사가 있고 오후엔 기독교식으로 주일 예배가 9층 예배당에 있더라구요. 아버지 휠체어를 밀며 예배당에 들어가면서 제 마음은 이미 울고 있었어요. 우리 아버지 젊고 힘이 있었던 모든 시절은 자기 의지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사시고 이제 이렇게 늙고 병들고 연약한 몸으로 딸이 미는 휠체어에 앉혀져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예배당으로 들어가는 이 모습이 참 초라하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미어졌습니다.
하지만 초라한 모습이라도 반드시 구원을 얻어서 그 안에 영혼의 쉼이 있기만을 바랬습니다. 첫 번째 예배는 크리스마스 예배였는데 캐롤과 찬양을 듣고난 후, 말씀 설교 도중에 아버지가 너무 지치고 힘들어하셔서 중간에 나와야 했어요. 그래도 아버지와 함께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예배를 드릴 수 있었음에 너무 감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 주일 예배 때는 컨디션이 좋으셔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계셨습니다. 아버지 마음이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중간에 나가자고 하지 않으신 것만으로 감사했습니다. 병실로 내려와서 아버지를 침대에 뉘어드리고 "아빠랑 함께 예배 드리는 거 내 평생 소원 중 하나였는데 오늘 소원성취하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아빠." 했더니 "야야야~" 하면서 저를 손으로 미셨어요. 그래도 더 꼭 아버지를 안아드리며 말했죠.
"아빠 살아 생전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시고 하나님께 반항해 보신 결과가 지금 이 병원 이 침대 위야. 이제 그만 튕기시고 하나님께 마음으로 기도하며 사세요. 나는 며칠 있으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고 아빠 옆에 못 있지만 하나님께서 함께해 주실 거야. 그동안 아빠랑 하나님의 줄다리기였는데 근데 처음부터 이 게임은 아빠가 결코 이길 수 없는 게임이었어. 이제 그만 인정하고 하나님께 맡겨. 아빠 내가 우리 집에서 가장 약하고 어린 사람이지? 근데 딱 하나 내가 잘한 거, 내가 지혜로웠던 게 하나 있어. 나는 어릴 때부터 나의 연약함을 알았기 때문에 하나님 앞에 바짝 엎드렸어. 일찍부터 내가 이길 수 없는 분이라는 걸 알고 반항하지 않았어. 아빠는 모든 인생을 걸어 반항해 봤어도 결국 내 손에 이끌려 예배당 들어가게 됐자나. 이제 하나님을 믿고 마음으로 기도하세요"
아버지는 제 말을 들으면서 멋쩍은 듯 빙그레 웃으셨어요. ‘아멘’이라고 따라 하라고 하니 안되는 발음으로 ‘아멘’ 하시기도 했어요. 그냥 시켜서 하는 건지 뭔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한 가지는 아빠도 나도 서로 정말 사랑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저는 아빠의 늙은 몸도 지친 영혼도 아직도 남아 있는 고집스러움도 사랑하고, 지금 이 순간도 아빠의 얼굴을 만지고 냄새를 맡고 싶네요. 저를 향한 아빠의 사랑은 더 크겠죠. 그리고 사랑의 근원이 되시는 하나님의 사랑은 더욱 크시겠죠. 그 하나님께서 아빠의 영혼을 구하시고 그의 남은 삶을 인도하실 것을 믿습니다.
그동안 기도로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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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신학대학원에서 박사 과정 중인 자매님이 제게 개인적으로 자기 후배를 위한 기도를 부탁해 왔습니다. 그동안 생각나는 대로 기도했는데 오늘 상기의 마지막 업데이트를 받고서, 너무 은혜로운 내용이라 이 홈피에 올리고 싶어서 그 후배에게 양해를 얻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에 대해 아래와 같은 회신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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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받은 기도도 감사한데 이렇게 더욱 기도를 쌓아 주시고 싶어 하시니 감사할 따름이에요. 저희 아버지 간증이 누군가가 기도하고, 누군가가 영혼 구원에 대한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어요. 제안해 주신 목사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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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님들과 방문자님들께
그 자매님 아버님의 쾌유와 구원을 위해서 기도해 주십시오.
그리고 혹시 아직 믿지 않는 부모님이 계셔서 함께 기도하고 싶다면
언제든 부담 갖지 말고 (그 사연과) 기도 제목을 올려 주십시오.
이곳은 모든 회원님에게 열린 사랑의 공간입니다.
(1/15/2024)
하나님의 선한 인도하심에 감사드리며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