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믿음을 버리면 구원 취소되는가요?
가장 기본적인 성경해석법(4)
[질문]
"처음 믿음을 저버렸으므로 심판을 받느니라"(디모데전서 5:12) 어떤 이는 이 구절을 가지고 구원을 잃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디모데전서 5장 말씀 문맥과 살펴봤을 때 저 구절을 어떻게 해석하는 게 좋을까요?
[답변]
앞선 세 답변에서 강조했듯이 성경해석에서 가장 금해야 할 사항은 한 구절씩만 따로 떼어서 그것도 문자적으로만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럼 가장 장려해야 할 사항은 그 반대로 성경책의 주제, 내용, 앞뒤 문맥에 비추어서 의미를 추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소한 한 문단 안에서의 뜻만이라도 반드시 따져야 합니다.
대부분의 성경이 그러한데 자세히 보면 어떤 구절들 앞에 작은 동그라미를 붙여 놓은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문단을 구분하는 표시입니다. 따라서 최소한 한 동그라미에서 다음 동그라미 사이는 전체로 묶어 해석해야 합니다. 문단이란 하나의 동일한 주제를 가졌다는 뜻이기에 그 주제부터 찾아서 그에 합당한 해석을 해야 합니다.
질문하신 구절이 속한 문단은 5:1-16까지입니다. 장이 바뀌는 구절 즉, 각 장의 첫 절에는 동그라미가 없음을 감안해야 하고 17절 앞에는 다른 문단이 시작된다는 표시인 작은 동그라미가 있습니다. 당연히 상기 12절은 이 문단의 내용 및 주제와 연결되는 진술입니다.
저자 바울은 이 문단에서 무엇을 설명하고 있습니까? 한마디로 교회가 과부를 구제하는 사역에 관한 것입니다. 이것만으로도 12절은 구원의 취소와는 관계없는 뜻이라고 판단해야 합니다. 성경해석에서의 이런 간단한 원리조차 교회에서 가르치지 않고 있으니 너무나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당시에 과부는 도무지 먹고 살 일이 막막했습니다. 그래서 교회가 그들의 생계를 도와주었는데(행6:1-6) 바울은 지금 참 과부와 거짓 과부를 구분해서 참 과부만 도와주라고 합니다.(3절) 그 자격은 나이가 육십이 넘어야 하고 한 남편의 아내였고 선한 삶을 살고 있다고 성도들의 인정을 받아야 했습니다.(9/10절)
그런데 하나님께만 소망을 두고 주야로 기도사역을 주로 감당하되(5절) 어려운 성도들을 섬기는 일을 한다는(10절) 조건을 붙였습니다. 그래서 교회가 참 과부로서의 자격을 검증한 후에 성도들 앞에서 다시 재혼하지 않으며 교회에서 맡긴 사역을 잘 감당하며 삶에서 의로운 본을 보이겠다는 서약을 하게 했습니다.
초기에는 60살이 안 되더라도 나머지 조건에 합당하고 맡겨진 사역에 헌신하겠다는 서약을 하면 교회가 구제를 책임져 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일부 젊은 과부들이 서약을 깨고 재혼했고 또 그러기 전에도 교회 안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많이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아직 목회 경험이 짧은 디모데에게 젊은 과부는 교회의 구제 명부에 올리지 않는 것이 좋다고 권면합니다.(11절a)
그 구체적 이유로 둘을 듭니다. 젊은 과부들은 첫째는 기회만 되면 자신의 정욕을 채우려고 서약을 어기고 재혼한다는 것입니다.(11절) 둘째는 게으르고 집집마다 다니며 분란 거리를 만들고 쓸 데 없는 말을 많이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13절)
질문하신 12절은 이 두 이유 사이에 있습니다. 젊은 과부에 대한 이런 설명 중에 갑자기 믿음을 포기하면 구원이 취소된다는 교리를 말할 이유가 없습니다. 사전에 아무런 부연 설명이나 배경도 없이 신학적으로 따지면 교회론을 논하는 중에 구원론이 끼어들 여지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보다는 12절은 바로 앞 구절(11절)에 대한 보충 설명입니다. 당시에는 재혼하지 않고 평생을 교회에서 사역할 것을 서약한 이런 과부들을 그리스도께 헌신한 즉, 그리스도와 결혼했다는 의미로 “그리스도의 배우자”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그 서약을 깨트렸으니 남편인 그리스도를 배반한 셈이 됩니다.
따라서 11절의 처음 믿음을 저버린 것은 바로 그 서약을 깨트렸다는 의미입니다. 처음 믿음은 처음 서약을 말하는 것입니다. 또 심판을 받았다는 것도 하나님으로부터 지옥심판의 저주를 받은 것이 아니라 교회 차원에서 그 잘못을 책망 받고 구제 명부에서 제외되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 구절을 ‘표준새번역본’ 성경에선 “처음 서약을 저버렸기 때문에 비난을 받을 것입니다.”라고 번역한 것입니다.
바울은 지금 이런 배경 하에 디모데더러 젊은 과부들은 교회의 구제 명부에 올리지 말고 가능한 재혼하도록 권면하고(14절a) 또 그러기 전까지는 믿는 여자 친척이 도와주고 교회에 짐을 지우지 말라고 합니다.(16절) 그래야만 정말로 도움을 받아야 할 참 과부를 교회가 도울 여유가 생긴다는 말까지 덧붙였습니다.(16절)
다시 강조하지만 앞뒤 문맥을 잘 살펴서 묵상하면 잘못된 해석을 할 여지가 최소한으로 줍니다. 상기 구절을 구원과 연결한 것은 한 구절만 따로 떼서 문자적으로만 해석한 가장 잘못된 성경해석의 대표입니다. 그런 젊은 과부들 중에는 처음부터 믿음이 없었던 자들도 있고 믿음은 좋으나 재혼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서약을 깨트린 자도 있을 것입니다. 그들의 구원 여부는 하나님만이 아시고 디모데전서 5장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전혀 아닙니다.
6/25/2018
제가 장황하게(?) 답변 글을 올렸지만 이런 의문은
답변 글에서도 밝혔듯이 "표준새번역본" 성경만 읽으면
바로 해결되는, 아니 생길 수 없는 질문입니다.
원어나 당시 상황에 비추어 가장 근접한 번역이 바로 표준새번역본입니다.
여유가 되시면 질문하신 분은 물론 회원님, 방문자님들도 이 성경을 따로 마련하시길 강추합니다.
아래의 글도 함께 참조하시면 좋을 것입니다. 샬롬!
믿다가 안 믿으면 어떻게 됩니까?